KBS 고대영 사장이 ‘청와대 낙하산’이라고 폭로했던, 강동순 전 방송위원이 다시 한 번 “어떤 정권이 되든 공영방송이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방송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겨레는 8일 지난해 KBS 사장 후보에 도전했다 고배를 마신 강동순 전 방송위원을 직접 인터뷰(▷링크)했다. 강동순 전 방송위원은 뉴스타파 인터뷰를 통해 “KBS 여당 추천 이사들이 고대영 후보에 몰표를 준 것은 VIP”라며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이 지난 추석 KBS 이인호 이사장 등에게 ‘고대영이 내려가는 것을 검토해달라’라고 전화를 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그 뒤, 공식 인터뷰는 한겨레가 처음이다. (▷관련기사 : 언론노조 총궐기…“KBS 고대영은 즉각 물러나라”)

3월 8일 한겨레 기사

강동순 전 방송위원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망가진 KBS를 바꿔보려 나섰지만 내가 (사장으로)들어갔더라도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 “어떤 정권이 되든 공영방송이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방송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가 현재도 권력에 의해 휘둘리고 있고, 이것이 편향적 보도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강동순 전 방송위원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의 한 모델로 독일 모형을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우리처럼 정치권에서 직접 추천하는 이사회 구성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독일 공영방송 ZDF의 방송평의회(이사회 격)는 지자체 대표와 각계 다양한 사람들 77명으로 구성돼 정치권의 입김을 최소화 했다”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독일 방송평의회는 77명 가운데 3/5이상 찬성으로 의결되기 때문에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강동순 전 방송위원 개인 또한 ‘KBS장악’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2006년 11월 유승민 당시 한나라당 의원과 신현덕 전 경인방송 대표, 윤명식 KBS 공정방송노조 위원장, 모 프로덕션 J대표 등이 참석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KBS ‘시사·보도 프로그램 장악’과 ‘노조무력화’, ‘박정희 다큐 제작’ 등에 대해 나눈 대화 이른바 ‘강동순 녹취록’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강동순 전 방송위원은 이와 관련해 “방송을 선거의 전리품처럼 하지 말고 제도를 새로 만들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그는 현 KBS 2TV에 대해 “오락프로그램 비중이 높다”며 “(김대중 정권 시절 방송개혁위원회처럼)중장기적 계획을 갖고 방송개혁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동순 전 방송위원은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해 “여야 ‘3대2’ 구조로 사실상 정부·여당 쪽 세 사람이 끌고 간다. 반대하는 2명은 뜻대로 안 되면 퇴장한다”며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를 흉내낸 것인데, 미국은 공영방송이 미미한 나라여서 산업과 문화적 기능을 관리 감독하고 시장 원리에 따른다. 우리처럼 공영방송을 정부기구 밑에 두고 공무원의 지시를 받게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방통위에서 민감한 사안들은 여전히 다수결에 따라 의결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야당 추천 김재홍 부위원장과 고삼석 상임위원이 △방송평가규칙 개정, △MBC녹취록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 방관, △EBS 신임 배인준 감사 선임 등을 문제로 지적하면서 티타임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했다.

한편, 강동순 전 방송위원은 ‘종편’과 관련해서는 “방송은 신문과 달리 중립성이 중요하다. 사회자가 개인적 의견이 있어도 자제해야 하는데, 종편들은 사회자가 방향을 유도하는 등 하루 종일 정치 시사토크로 시청자를 세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동순 전 방송위원은 지난 2011년 종편4사 선정에 대해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냐”라고 쓴 소리를 던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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