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감사 임명 권한을 가지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는 지난 19일 오전 제9차 전체회의를 열고 배인준 전 동아일보 주필을 EBS 신임 감사로 선임했다. EBS 감사는 상임직으로서, 한국교육방송법에 따라 3년 임기 동안 EBS 업무와 회계에 관한 사항을 감사하는 것을 주 업무로 한다. 이사회의 일원이기도 한 감사는 경영진이 교육공영방송 EBS를 잘 운영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로,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지닌 막중한 자리다.

하지만 배인준 전 주필은 선임되기 전부터 ‘이념편향’ 논란을 겪었다. 그가 칼럼을 통해 “역사시장에도 뉴라이트가 살아나야 한다”거나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2300여개 고등학교의 채택률이 0%라는 기막힌 사실”이라고 밝히는 등 교학서 교과서를 적극 옹호해 온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KBS, MBC 등 공영방송 이사회에 극우인사가 지속적으로 낙하되는 상황에서, EBS마저 이념대결의 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고 그 우려는 현실이 됐다. 특히 ‘교육’을 전면에 내세운 EBS가 타깃이 된 이유가, 반대 여론이 높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을 밀어붙이기 위한 속셈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방통위 야당 추천 위원들은 배인준 감사의 편향성을 문제 삼아 보이콧했으나, 여당 추천 위원들은 “그 정도면 훌륭하다”며 선임을 강행했다.

EBS 구성원과 언론시민사회가 가장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던 이명희 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교학사 교과서 대표집필진)는 이번에도 사장에 낙마했지만, EBS이사회에는 조형곤 미디어펜 논설위원, 안양옥 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등 국정교과서 ‘찬성’ 인물이 이미 포진돼 있다. 배인준 신임 감사는 이 기조를 잇는 인사로 지목되고 있다. 그는 현직 시절 서울대 언론인대상을 받았을 때 “논설주간의 이름으로 ‘이명박의 대변인’과 같은 편향된 시각을 칼럼에서 그대로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왔을 만큼, 이전부터 편향성 논란이 제기됐던 인물이다.

2008년 2월 24일 '서울 언론인 대상'을 받고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는 동아일보 배인준 논설주간 ⓒ미디어스

미디어스는 2003년 8월 3일부터 2015년 3월 25일까지 동아일보에 연재된 <배인준 칼럼>을 읽고 그가 그동안 어떤 글을 써 왔는지 확인했다. 1편에서는 그의 언론관과 교육관을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다.

정부 비판 보도엔 ‘좌파’ 딱지, 방송 정책이나 언론장악에 대해선 ‘무심’

배인준 신임 감사의 언론관은 분명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부터 이명박 정부 초까지 이어졌던 정연주 사장 체제의 KBS를 ‘좌파방송’이라고 규정했고, 광우병 파동을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한 MBC에도 똑같이 ‘좌파’ 딱지를 붙였다. 2012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새 노조)가 폭로한 MB정권의 민간인 사찰 보도, 길환영 사장 해임 이후 ‘KBS의 봄’을 설명하는 가장 대표적인 보도이자 각종 기자상을 석권한 문창극 총리 후보자 검증 보도 등에도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교육공영방송의 상임 감사직 최종 임명을 기다리고 있는 그는, 칼럼에서 정부의 언론 정책을 깊이 있게 다룬 적이 드물었다.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구성을 포함한 방송법 개정이 왜 언론계와 정치권의 중요 이슈였는지 이해하려는 노력을 칼럼을 통해 노출하지도 않았다. ‘방송 비전문가’로서의 면모를 잘 드러내는 부분이다.

1. 언론관

한마디로 ‘언론’이라고 하지만 그중에는 대통령 코드에 맞추려는 매체도 많다. 또 언론 안팎의 대통령 우군세력이 비판세력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한다고 나는 본다. 우선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 세금을 써 가며 조직적으로 국정을 홍보한다. (…) 나는 대통령이 경제관 노사문제 대외관계 등에서 국익 우선의 모습을 보일 때 지지하고, 대통령 스스로 갈등의 중심에 서거나 국정 운영에 생산성이 떨어지거나 헷갈리는 신호로 시장을 혼란스럽게 할 때 비판할 뿐이다.

(…) 청와대 사람들은 언론이 우리 사회의 의제를 바로 설정하지 못한다고 소리를 높이지만, 허구한 날 언론과의 갈등관계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대통령의 바른 의제설정이라고도 나는 보지 않는다. 신문에도 사명감이 있다. 대통령이 사명감을 독점할 일은 아니며, 가치관도 대통령의 전유물일 수는 없다. (…) 신문이 권력을 의심하기도 하고 의혹 단계부터 진실 찾기에 파고들고 대통령 언행을 공론에 부치는 것은 독자의 알 권리를 위한 궂은일이다. 이를 비켜 가면 신문의 존재가치가 사라진다. 독자 편에 서는 것이 곧 신문의 제자리 찾기다. 대통령이 싫어하는 신문의 독자도 국민이다.

대통령은 언론한테 ‘무진장 맞았다’고 했지만, 대통령이 표적으로 삼는 듯한 이른바 메이저 신문도 무진장 맞고 있다. 공격 총사령관 역할을 하고 있는 대통령을 시작으로 같은 코드의 우군집단과 그 편에 가까운 숱한 매체들이 메이저 신문을 포위해서 벌이는 흠집 내기 공세가 얼마나 집요한지 알 만한 사람은 안다. 국민의 전파인 공영TV가 일부 신문을 조준해 어떤 방송을 내보내고 있는지도 우리는 보고 있다. 행정권력이 자유시장주의를 흔드는 방식으로 신문의 내부구조와 신문시장의 판도를 바꿔 보려고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음도 알고 있다.

2003년 9월 1일 [배인준 칼럼] 신문과 대통령의 ‘제자리’

노 대통령은 또 일부 신문에 국정표류의 책임을 돌리지만, KBS를 비롯한 수많은 ‘미디어 응원단’이 열심히 정권을 도와주고 비판적 신문을 난타하는 판국이다. 제대로 민주주의 하는 어느 나라에 허구한 날 신문을 원색적으로 공격하는 데 매달리는 대통령과 정부와 방송이 있는지 나는 모른다. 그만큼 했으면, 80%까지 갔던 지지도가 20%까지 떨어진 요인을 안에서 찾고 만회책을 펴는 게 순리다

2003년 10월 13일 [배인준 칼럼] “더 할까요, 내려갈까요”

그(정연주 사장)는 지난 5년간 KBS 방만 경영 및 조직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의 중앙에 있었다. 그러고도 연임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한마디로 ‘노무현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언필칭 ‘국민의 방송’이라는 KBS를 좌파권력의 나팔수로 전락시켰다. ‘정연주 KBS’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반미를 부추기는 프로그램, 노 정부를 일방적으로 감싸면서 비판신문을 흠집 내는 프로그램 등을 집중적으로 내보냈다.

(…) 정 씨는 지난해 대선 결과를 보고 즉시 KBS 사장직에서 자퇴했어야 상식에 맞다. 국민은 노무현 좌파정권을 응징하며 큰 표차로 이명박 우파정권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 표심은 노무현코드의 한 부품이었던 정 사장에게도 기능 종료를 명령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정 씨는 내년 11월 연임 임기까지 버틸 태세다. ‘탄핵방송’ 등에서 노 정권 비호 ‘편파방송’의 선봉장이던 사람이 정권교체가 확인된 순간 “모든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외친 것은 한편의 코미디다.

(…) 정권교체의 본질은 인적 교체다. 누가 정권을 잡든 가장 중요한 첫 6개월을 인적 교체 문제로 시름하다가 탈진한다면 국정 성공을 기약하기 어렵다. 전임 대통령이 임기 말에 기관장과 산하단체장 자리에 코드 인물들을 앉혀놓고 후임 대통령 골탕 먹이는 행태가 5년 뒤에는 반복되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한다. 그 이전에 ‘정연주 식 버티기’가 국민 사이에서 통해서는 안 된다. 정치적 식객들은 한 정권이 끝나면 곧장 자리를 털고 사라질 줄 알아야 식객 자격이나마 있다.

2008년 3월 10일 [배인준 칼럼] 노무현 食客들의 농성

보도와 경영 양면에서 문제점이 쌓인 KBS에 대해 감사원이 특별감사를 시작하자 이를 ‘공영방송 장악 음모’라며 ‘공영방송 사수’를 외치는 세력이 있다. ‘광우병쇠고기국민대책회의’라는 이름을 붙인 단체가 어제 서울 도심에서 이 ‘사수 시위’를 주도했다. 노 정권이 정 사장을 연임시켜 가며 KBS를 친노 좌파방송으로 만든 것은 ‘공영방송 장악’이 아니었고, 지금 감사원이 감사를 하는 것은 ‘장악 음모’란 말인가. 한마디로 이중 잣대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정권은 빼앗겼지만 어떻게든 KBS는 좌파 거점으로 붙잡아 두겠다고 말하는 편이 솔직하겠다.

이명박 정부가 MBC를 민영화할 것이라는 소문도 오래됐다. MBC 역시 공영방송으로 분류되지만 노조의 입김이 워낙 강해 ‘노영방송’이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MBC가 실제로 민영화된다면 지금 같은 경영 및 지배 구조는 유지될 수 없다. 아무튼 이 정부가 MBC를 설건드렸다가 혼쭐이 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과장한 PD수첩의 위력이 정권을 뒤흔들 정도다.

2008년 6월 17일 [배인준 칼럼] 광우병대책회의 vs ‘영리한 군중’

2008년판 촛불집회가 어제로 60일째를 맞았다. 처음엔 평화적이었다고 하지만 수도 서울 한복판의 차도 점거가 일상화됐다. 많은 외국인이 밤마다 무법천지로 변하는 서울을 생생한 동영상을 통해 보고 있다. 국내의 KBS와 MBC는 경찰이 시위대를 진압하는 장면을 골라 내보내지만 외국 언론은 객관적이다. 흉기로 경찰을 공격하는 시위대의 폭도화 사실에 눈감지 않는다. 일본 유력지 아사히신문도 ‘폭도화한 일부 시위대의 신문사 습격’ 같은 진실을 전했다.

(…) ‘무시대’ 집단은 노무현 정권과 이익을 공유했다. 노 정권은 불법을 생활화한 이들을 지원하는 데 세금을 후하게 썼다. (…) 이명박 정부는 지난 정권 아래서의 이런 행태를 바로잡겠다고 했다. 그러나 ‘쇠고기’를 비롯한 초기의 실패 탓에 ‘구 정권 기득세력 연합군’의 총공세에 만신창이가 됐다. PD수첩과 포털발 ‘광우병 괴담’은 기막힌 기폭제였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를 포기하지 않는 주류신문들마저 무릎 꿇는다면 ‘무시대’ 집단이 ‘헌정 중단’까지 손에 쥘지 모른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건국 60주년의 해에 ‘비운의 나라’가 되고, 선진국 가는 길은 사라져버릴 것이다. 오늘의 아들딸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가난해질 것을 각오해야 한다.

2008년 6월 30일 [배인준 칼럼] 건국 60년에 悲運의 나라 만들기

‘이명박 아웃 공작사령부’ 격인 이른바 광우병대책회의가 폭력 및 선동으로 동아 조선 중앙일보 폐간운동을 벌이는 것도 국민주권에 대한 도전이다. 국민의 알 권리가 보장되지 않으면 국민주권이 왜곡된다. 국민이 진실과 사실을 충분히 알아야 주권 행사를 위한 바른 판단과 선택을 할 수 있다.

지금 KBS, MBC, 좌파신문, 일부 포털만 봐서는 광우병의 진실도, 폭력시위의 실체도 알 수 없다. 이것이 광우병대책회의가 바라는 세상일 것이다. 이른바 보수 주류신문은 이들의 선전 선동을 방해하는 적인 셈이다. 이런 적들을 폐간시켜야 헌법 유린도, 권력 교체도 쉬워진다. 현재의 KBS, MBC, 좌파신문은 광우병대책회의와 이해가 대강 일치한다.

이들에겐 자유민주주의, 법치, 시장경제를 통한 국리민복보다는 자신들의 집단이익이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렇다 보니 이명박 정권과 동아 조선 중앙일보를 싸잡아 적으로 삼음 직하다. 민주당도 그들 편에 섰다. 불과 반년 전까지만 해도 국가경영을 책임졌던 공당이 반 헌법 세력에 동화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민주당의 정체성이 이렇게 굳어지면 대안정당, 수권정당의 길이 더 아득해질 수밖에 없다.

2008년 7월 29일 [배인준 칼럼] 민주공화국의 진짜 敵은 누군가

요즘 민주당은 방송계 물갈이가 있거나 현 정부가 언론정책을 밝힐 때마다 ‘방송 장악, 포털 장악, 언론 장악’이라는 말을 쉽게 한다. 노 대통령은 방송을 손에 쥐고서도 모자라 일부 포털과 무가지를 비롯한 유사언론을 키우고 이용했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의 사실상 모체인 열린우리당은 이를 옹호하기에 바빴다. 그뿐 아니라 열린우리당은 위헌적 신문법을 만들어 비판신문들을 무력화하려 했고, 기자실 대못질 같은 취재 봉쇄를 방관했다.

2008년 9월 9일 [배인준 칼럼]火星에서 온 여당, 金星에서 온 야당

‘용산 상황’ 같은 것이 미국에서 발생했을 때, 야당이 경찰총수 및 상급 장관의 경질과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것도 상상이 안 된다. (…) 민주당이 용산 시위대의 주장을 반영해 제도적 해법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얼마든지 좋다. 그동안 투자한 돈을 생각하면 이주보상비가 너무 적다는 상가 세입자들의 하소연을 여당이건 야당이건 진작 경청했어야 했다. 법적 권리만 따질 것이 아니라 이들의 현실적 어려움에 ‘정치의 손길’이 필요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시위대를 지원하더라도 불법폭력이라는 잘못된 수단에 대해서는 별도로 시시비비를 가리는 ‘원칙과 당당함’을 보여야 정권을 되찾을 만한 자격이 있다.

(…) 민주당 민노당처럼 일부 신문 방송이 정치적 목적과 정파적 이해 때문에 불법폭력을 옹호하고 미화까지 하는 것은 언론으로서 심한 일탈이다. 당장이야 ‘내 편의 이익’을 챙길 수 있다고 계산할지 모르지만, 세계 앞에 부끄러운 불법폭력 공화국을 자식세대에까지 물려주자는 것인가.

2009년 2월 11일 [배인준 칼럼] 법과 폭력이 同居하는 나라

2008년 4월 29일, 취임한 지 두 달 된 이명박(MB) 대통령을 향한 ‘정권 불복 시위’에 불을 댕긴 것은 MBC PD수첩 ‘광우병-미국 쇠고기 얼마나 안전한가’ 편이었다. 19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13일 앞둔 3월 29일, 정규방송이 아닌 인터넷방송을 통해 정부의 사찰문건 일부를 공개한 것은 본업을 파업 중인 KBS 새노조(제2노조)다.

(…) 이번 총선을 앞두고 증폭된 ‘사찰풍’은 민주통합당(민주당)이 공들인 흔적이 있지만 민주당 주역들에게도 부메랑이 될 수 있다. 김대중(DJ) 정부 국가정보원의 전방위적 도청 사찰, 노무현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까지 새삼 들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 딴 사람은 몰라도 한 대표와 이 상임고문은 자신들이 국무위원으로 참여했던 DJ 정부가 언론인 경제인 정치인 등 1800명을 상대로 자행한 도청 사찰에 대해 죄스러움을 느껴야 한다. 문재인 이해찬 한명숙 3인은 노 정권의 상속자로서 실정(失政)뿐 아니라 권력남용까지 ‘마이너스 유산’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는 게 도리다.

(…) 좌파 야권은 이념적 공감대를 기초로 특유의 조직력을 가동해 보수진영을 집요하게 공격한다. 이들은 우군 매체, 재야 사회세력까지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정치화한 기성 방송이나 신문은 물론이고 일부 포털과 트위터를 비롯한 SNS가 ‘선거 공작’의 선전선동 도구로 위력을 발휘한다. 지난날의 선거 공작에서 재미를 봐온 좌파 정치권이 새 메뉴도 개발만 잘하면 ‘남는 장사’로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만하다. 야권은 ‘MB 심판’을 12월 대선의 한 축으로 삼기 위해 이미 4년 전에 특검까지 했던 BBK 사건에 다시 불을 지필 조짐도 보인다.

2012년 4월 4일 [배인준 칼럼] 선거 공작의 추억

국회 소수파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최근에 시도한 입법 흥정은 원자력방호방재법(핵방호법) 개정과 방송법 개정을 맞바꾸려 한 것이다. 핵범죄 범위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핵방호법 개정안은 국회 의석 52.3%를 차지한 새누리당의 지지를 얻고 있으므로 최소한 과반수는 충족시켰다. 새정치민주연합도 개정안에 이견이 없기 때문에 최대로는 100%에 가까운 지지를 얻은 법안이다. 그런데도 핵방호법은 방송법이라는 전혀 다른 법안에 묶여 통과되지 못했다. 이것이 소수파의 입법 방해이다. 반면에 새정치민주연합이 통과를 원하지만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조항’ 등 위헌 시비가 있는 방송법 개정안은 최대로 얻는 지지라고 해봐야 새정치민주연합 의석 43.6%가 고작이다. 찬성이 과반 미달인 법안을 국민기만적 입법 흥정에 의해 통과시킨다면, 이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외치는 ‘민주주의 회복’과 거리가 멀다.

2014년 4월 23일 [배인준 칼럼] 입법 흥정으로 시작한 ‘새정치’

문창극 총리 후보자는 어제 형식상 자진사퇴를 했다. 그 사퇴의 변에서 이런 말을 했다. “언론의 생명은 진실보도입니다. 발언 몇 구절을 따내서 그것만 보도하면 그것은 문자적인 사실보도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체의 의미를 왜곡하고 훼손시킨다면 그것은 진실보도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널리즘의 기본은 사실보도가 아니라 진실보도입니다. 우리 언론이 진실을 외면한다면 이 나라 민주주의에 희망이 없습니다.” 언론이 국민을 오도하면 민주주의가 위험해진다는 경고는 적확하다. 국민의 투표 및 여론 형성은 진실에 입각해 이루어져야만 민주주의의 표출이 된다. (…) 언론과 대통령과 국회를 구성하는 여야 정당·정치인들이 문 씨를 총리직에서는 버렸지만, 그의 말에 담긴 민주주의를 위한 경고는 살려냈으면 한다. 한국의 진정한 민주주의, 높은 단계의 민주주의를 위해 문 씨의 총리 후보자 보름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2014년 6월 24일 [배인준 칼럼] 문창극 퇴장과 민주주의 시계

박근혜 대통령이 그를 총리 후보로 지명한 다음 날, KBS는 문 씨의 교회 강연 중 일부만 짜깁기해 그가 식민사관을 지닌 반민족 친일분자인 듯이 몰아갔다. (…) 내가 문제로 생각하는 점은 다른 데 있다. KBS 보도 이후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이 보도 내용의 실체적 진실 여부를 즉각 정밀하게 검토했던가 하는 점이다. 70분짜리 강연의 기조와 인식체계를 총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채 악성 여론이 굳어질 때까지 ‘어∼어∼’ 하면서 ‘골든타임’을 허비한 것이 아닌가.

2014년 7월 8일 [배인준 칼럼] 청와대發 대통령의 위기

전교조 맹비난, 교학사 교과서 적극 옹호… 선명한 ‘교육관’

배인준 신임 감사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한 강한 반감을 수차례 드러냈다. 전교조가 내건 평등교육을 비판했고, ‘운동’이 아니라 ‘교육’을 해야 한다고 훈수를 뒀으며, 법원의 결정에도 전교조 가입 교사 명단을 공개한 조전혁 전 의원을 옹호했다. 뿐만 아니라 ‘역사전쟁’의 서막으로 평가되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역사교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역사교육 시도를 높이 평가했다. 또한 이념편향 논란으로 전국 고교 채택률 0%에 그친 교학사 교과서를 두고 “반 대한민국 색깔의 국사교과서로 왜곡된 역사를 배우는 현실을 걱정하고 교정하려는 이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는가”라며 “역사시장에서도 뉴라이트가 살아나야 하고, 한국현대사학회가 힘을 내야 하며, 교학사 교과서가 더 많은 학생들의 손에 들어가야 한다”고 치켜세운 바 있다.

2. 교육관 / 역사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산지부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반대하는 17분짜리 동영상 수업자료를 지난달 공개했다가 비판이 커지자 욕설과 비속어가 많이 섞인 4분 20초 분량만 지난주에 삭제했다. 교사의 반미·반자본·반세계화 논리에 세뇌된 학생의 앞날과 이들이 짊어질 미래 한국이 장밋빛일지, 잿빛일지는 일단 접어 두자.

(…) 전교조 ‘참교육’의 또 다른 목표는 ‘민족교육’이다. 남북과 해외에 8000만 민족이 산다. 전교조는 2300만 북한 주민의 인권을 지켜 주자고 목소리를 높여 본 적이 있는가. 이들의 굶주림과 정치적 노예 상태에 눈감으면서 전교조가 애지중지하는 민족은 누구인가. ‘인권교육을 실천한다’는 참교육 강령은 ‘북한 제외’라는 단서라도 달고 있는가. (…) 교육 선택권이 교사에게만 있고,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없는 건 공평하지 못하다. 수요자가 불량 공급자를 퇴출시키는 건 시장원리에도 맞다. 그래서 전교조가 시장원리를 거부하고 노 정권이 이들을 감싼다면, 전교조가 싫은 국민은 전교조 비호 정당을 선거에서 떨어뜨리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2005년 11월 8일 [배인준 칼럼] 전교조 그들만의 ‘참교육’

일본의 양대 일간지 16일자 사설에 ‘전후 일본이 변하는 전환점’(아사히신문), ‘역사적 전환점’(요미우리신문)이라는 말이 각각 들어 있다. 교육기본법이 전날 의회에서 개정된 사실에 대한 평가다. (…) 바로 그 법이 개정됐는데 포인트는 ‘애국심’ 개념의 삽입이다. ‘전통과 문화를 존중하며, 이를 지키고 육성해 온 우리나라와 향토를 사랑하는 태도를 기른다’는 내용이다. (…) 일본의 애국심 교육도 경계해야 하지만 대한민국을 자학 자해하는 역사관이 지도자의 입에서부터 여과 없이 터져 나오는 현실은 국가적 불행이다. 대통령과 일부 교사들이 비슷한 목소리로 국가의 정통성을 의문시하거나 부정하니, 자라나는 세대의 ‘흰 솜 같은 마음’에도 애국심보다 국가허무주의가 더 쉽게 파고들지 않겠는가. 게다가 북의 적화통일 기도를 두둔하고 비호하는 세력이 득세하거나 공공연하게 날뛰고 있다. 이러니 전쟁이 나더라도 지켜야 할 나라가 어디인지 헷갈리고, 애국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지 않겠는가.

2006년 12월 18일 [배인준 칼럼] 일본의 自愛, 한국의 自害

선진국 추세를 골라 가며 역류하는 포퓰리즘적 ‘평등코드’ 교육이 개인과 나라 전체의 인적 자본(휴먼캐피털)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 평준화는 또 지역 간, 학교 간 학력 격차를 도리어 고착시키거나 확대시킨다. (…) 이른바 대입 3불정책 가운데 고교등급제 금지는 엄연히 존재하는 학력 격차를 막무가내로 부정하는 ‘불투명 정책’의 극치다. 경쟁원리를 짓밟고 역차별을 통해 입시의 공정성을 무너뜨린다. (…) 기여입학제는 기회의 불평등이라는 측면이 있다. ‘부모 잘 만나 좋은 대학 가는’ 모습에 배 아플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제도를 잘만 활용하면 가난한 우수 학생들을 도울 수 있고, 교육 활성화에 보탬이 될 수도 있다.

(…) 교육 문제는 궁극적으로 국가가 글로벌 경쟁에서 이겨야 더 많은 국민이 더 잘살 수 있다는 차원에서 볼 필요가 있다. ‘내 자식’뿐 아니라 될수록 많은 ‘국가적 인재들’이 세계 속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제도를 국민이 선호해야 한다.

2007년 3월 26일 [배인준 칼럼] ‘교육 포퓰리즘’ 득 보는 국민 없다

전국 1만1327개 초중고의 학교정보가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내주에 공시될 예정이다. 학교별 전교조 소속 교원 수도 공개되지만 그 이름은 밝히지 않는다. 아마도 많은 학부모들은 그것이 알고 싶을 것이다. 어느 교사가 어떤 교원단체에 가입했는지는 프라이버시가 아니다. 그러나 전교조 측은 명단 공개에 한사코 반대한다. 전교조 교사들이 정말 잘 가르쳐 학원 강사들이 명함도 못 낼 정도라면 ‘명단 공개’를 꺼릴 이유가 없다.

(…) 전교조는 ‘경쟁보다 평등’을 앞세우지만 교육제도가 어떻게 바뀌더라도 학생 학부모는 경쟁을 피할 수 없다. 학생 학부모가 무한에 가까운 경쟁을 하는데, 교사들이 무경쟁 구조를 고수하려 한다면 직무를 유기하겠다는 뜻이다. 전교조는 ‘공교육 붕괴’의 책임을 경쟁교육 탓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자신들에게 큰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이제부터라도 ‘운동’ 아닌 ‘교육’을 제대로 하기 바란다.

2009년 5월 20일 [배인준 칼럼] 전교조, ‘운동’ 말고 ‘교육’을 하라

호국영령 추모와 남파 간첩 숭모가 공존하는 2013년 6월의 대한민국. 여기서는 고등학생들에게 가르칠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전투도 진행 중이다. 일부 좌파 매체와 제1야당 민주당이 특정 출판사(교학사)의 공개되지 않은 교과서를 문제 삼은 것이 발단이다. 검정 과정에 있는 8개 안팎 출판사의 교과서 가운데 왜 하필 교학사 판을 표적으로 삼았을까. 이 교과서 집필진과 이들이 소속된 한국현대사학회가 좌편향 역사 기술에 대해 가장 분명한 문제의식을 보여 왔기 때문일 것이다.

(…) 좌파 역사학계 틈바구니에서 대한민국의 바른 역사를 지키려고 분투해온 것이 한국현대사학회이다. 이 학회는 한국 역사학계의 약자인 셈이다. 후세대가 반 대한민국 색깔의 국사교과서로 왜곡된 역사를 배우는 현실을 걱정하고 교정하려는 이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는가. 민주당은 교학사 교과서를 ‘뉴라이트 대안교과서’라고 낙인찍으려고 했다. 교학사 교과서 집필진은 뉴라이트와 무관하다. 설혹 관련이 있다고 해도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좌파가 원하는 세상을 함께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 죄란 말인가.

‘뉴라이트’는 노무현 정권하에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켜내면서 낡은 보수도 개혁하려 했던 그룹이다. 이들 중 일부 학자는 대한민국을 위한 사명감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에 대안교과서를 썼다. 그러자 좌파 세력이 일제히 들고일어나 대안교과서 분쇄작전을 벌였다. ‘대안교과서가 유관순을 여자깡패라고 했다’는 둥, 없는 내용을 지어내 유언비어까지 퍼뜨렸다. 이런 좌파가 나쁜가, 뉴라이트가 나쁜가. (…) 역사시장에서도 뉴라이트가 살아나야 하고, 한국현대사학회가 힘을 내야 하며, 교학사 교과서가 더 많은 학생들의 손에 들어가야 한다. 위정자들도, 교육부도, 국사편찬위원회도, 학교들도 이런 공감대를 거부한다면 과연 대한민국을 위한 존재들인지 검증받아야 한다.

2013년 6월 11일 [배인준 칼럼] 민주당의 한국史 전투

인천대 경제학 교수 시절이던 1990년대 말부터 조전혁은 신입생들의 일그러진 경제관 국가관에 놀랐고, 청소년에게 끼친 전교조 교육의 폐해에 충격을 받았다. 글을 통해, 시민운동을 통해 전교조의 정치화와 교육의 이념 오염을 막아내려 했던 그는 2008년 국회의원이 되고, 교육상임위에서 활동하게 되었다. 조전혁은 2010년 교원단체 가입교사 명단을 정부에 요청했다. 교육부는 법제처의 유권해석과 서울 중앙지법의 결정을 바탕으로 조 의원에게 명단을 제공했다. 전교조는 명단 제출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자 명단 공개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서울 남부지법은 공개금지를 결정했다. 그럼에도 조전혁은 공개의 공익성이 프라이버시 및 노조단결권에 우선된다고 판단해 인터넷을 통해 전교조 명단을 공개했다. 몇 분 만에 서버가 다운되어 게임용 대용량 서버로 바꿔야 할 정도로 학부모들의 관심이 컸다.

(…) 내 자식을 어떤 선생이 가르치는지 알고자 하는 학부모들의 알권리에 부응했다고 해서 조전혁에게 1원 한 푼 금전적 이득이 돌아간 것도 아니다. 전교조를 바꿔보려던 ‘공익적 목적의 명단 공개’가 그에게 안긴 것은 빚 지옥일 뿐이다. 한 지식인이 대한민국 교육과 후세대의 장래를 걱정한 대가가 훈장이 아니라 가혹한 빚이라니…. (…) 전교조가 조전혁하고만 악연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전교조가 많은 국민과 악연인 시대가 언제까지 계속될까. 하도 답답해 국민참여재판을 민사사건인 전교조 명단공개에도 도입해 본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2013년 11월 12일 [배인준 칼럼] 조전혁의 전교조 빚 10억 원

지난해 9월 4일 아침 국회의원회관 회의실에 새누리당 의원 절반 이상이 모여 ‘근·현대 역사교실’이라는 세미나를 가졌다. 전문가를 모셔 강의를 듣고 의견을 나눈 연구모임은 작년 12월 18일까지 국정감사 기간을 빼고는 매주 열렸다. 김무성 의원이 주도하고, 주로 현직 의원인 참여자가 120명까지 되다 보니 ‘김무성 세 결집용’이라는 정치적 해석이 따랐다. (…) 김 의원은 발족 인사말에서 “좌파들이 자랑스러운 역사를 못난 역사로 비하하면서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역사를 우리 학생들에게 가르쳤다. 그래서 이석기 사태 같은 것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재임 시절, 적지 않은 공무원들이 우리 역사를 잘 모르거나 부정확하게 알고 있는 데 놀랐다고 한다. 대한민국을 누가 세웠나, 하고 물으면 이승만 초대 대통령 또는 그를 비롯한 건국의 아버지들이라고 답할 줄 알았는데 이승만이라고 답하는 사람은 백 명 중 서너 명일 때도 있었던 모양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세웠다’고 하면 틀리지 않지만, “이성계!”라고 하는 공무원까지 더러 있었다는 후문이다. 일제강점기 역사를 삭제하고 조선사와 대한민국사를 이어붙이면 조선 개조 이성계를 떠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지우고 싶은 역사도 역사는 역사이다. 아픈 역사일수록 직시하면서 교훈을 찾는 것이 옳다.

(…) 그동안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보수의 가치를 이제라도 복원하고 진화시키는 일은 ‘자유민주주의 이념에서조차 흔들려온’ 보수정당의 절실한 자기혁신 과제이다. 대한민국 부정론자와 유사 정치세력의 왜곡·선동에 휘둘려 국가 정체성마저 지켜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보수의 혁신이 아니라 보수의 자살이다. 우선 김문수 김무성을 지켜보겠다.

2014년 7월 23일 [배인준 칼럼] 여당 두 김 씨와 대한민국 역사

2편 이어 보기 : EBS 배인준 감사 과거 글 보니 “박근혜,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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