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9일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경향신문에 허태열 김기춘 등에게 과거 돈을 건넸다고 폭로했다. 경향신문은 “성 전 회장은 이날 서울 청담동 자택을 나온 직후인 오전 6시부터 50분간 경향신문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핵폭탄급 폭로다. 성 전 회장은 자신이 박근혜 정부 창출에 참여했다고 주장, 검찰의 자원비리 수사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경향신문 2015년 4월 10일자 1면 머리기사.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경향신문의 성완종 전 회장 인터뷰 내용을 보면, 성 전 회장은 2006년 9월 박근혜 현 대통령이 독일 메르켈 총리를 만나기 위해 독일에 갔을 당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10만달러를 건넸다. 또한 2007년에는 허태열 전 비서실장(당시 박근혜캠프 직능총괄본부장)을 서울 강남 리베라호텔에서 몇 차례 만나 7억원을 건넸다. 경향신문은 성 전 회장이 이 같은 말을 전하며 “꼭 좀 보도해 달라” 부탁했다고 전했다.

성완종 전 회장은 허태열 당시 본부장이 먼저 돈을 요구했고, 그 돈은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쓰였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경향신문이 ‘허 본부장의 연락을 받고 돈을 줬느냐’는 질문에 “적은 돈도 아닌데 갖다 주면서 내가 그렇게 할(먼저 주겠다고 할) 사람이 어딨습니까”라며 “다 압니다. (친박계) 메인에서는…”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직접 돈을 줬다며 “그렇게 경선을 치른 것” “기업하는 사람이 권력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 말하면 무시할 수 없이 많이 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2015년 4월 10일자 3면 머리기사.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성완종 전 회장은 앞서 8일 기자회견에서 2007년 허태열 의원 소개로 박근혜 후보를 만나면서 그 뒤 박 후보 당선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고 말했다. 그는 “의리나 신뢰 속에서 (박근혜) 정권 창출에 참여했었다”고도 말했다. 친박계 인사들에게 배신을 당했다는 취지였다.

김기춘, 허태열 전 비서실장은 모두 부인했다. 그러나 성완종 전 회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핵폭탄급 폭로를 한 만큼 ‘성완종 리스트’와 같은 입증자료 또한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향신문은 “성 전 회장이 생전 전·현 정부 주요 인사 등 정치권 전반에 걸쳐 친분을 맺어왔다는 관측과 맞물려 메가톤급 파괴력의 판도라 상자인 ‘성완종 리스트’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한편 그는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도 검찰수사에 억울함을 나타냈다. 경향신문은 “성 전 회장은 인터뷰 내내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했다”며 성 전 회장이 “(검찰이) 자원 쪽을 뒤지다 없으면 그만둬야지, 제 마누라와 아들, 오만 것까지 다 뒤져서 가지치기 해봐도 또 없으니까 또 1조원 분식 얘기를 했다” “(검찰이) 저거(이명박 정권의 자원외교)랑 제 것(배임·횡령 혐의)을 ‘딜’하라고 그러는데, 내가 딜할 게 있어야지요”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