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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심없는 분” 드러낸 성완종 리스트, 박근혜 누굴 살릴까?어떤 ‘친박’을 정리할 것인가…황교안 김진태에 쏠리는 눈
박장준 기자 | 승인 2015.04.12 07:27

진짜 핵폭탄은 아직 터지지 않았다. 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시신에서 발견된 메모에는 박근혜 정부 1, 2, 3대 비서실장의 이름이 모두 적혀 있다. 이완구 국무총리 이름도 나온다. 이 메모는 성 전 회장이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위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11일 현재까지 경향신문이 공개한 내용은 김기춘 허태열 홍문종 홍준표 등 넷이다. 앞으로 이완구 이병기 유정복 서병수 네 명에 관한 내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당사자들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검찰 수사는 불가피하다. 모두 경향신문만 바라보고, 검찰이 흘릴 정보만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정권 실세에 대한 수사인 만큼 정권에는 치명타가 될 것이 분명하다. 메모에 적힌 8명 중 6명이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과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 핵심이었고, 이들은 모두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요직을 차지했거나 현재도 그렇다. 애초 검찰이 사망 당일 확보한 메모를 유가족에게 확인시켜주지 않은 것 또한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성완종 전 회장은 메모에 적은 55자를 경향신문 기자에게 상세히 설명했고, 경향신문은 이를 보도하고 있다. 검찰과 ‘친박’은 당황했고 수습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향신문 2015년 4월11일자 4면.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메모에 거론된 인사들은 모두 성완종 전 회장과의 관계를 부인하면서 돈을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언론 접촉을 꺼리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 또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성 전 회장이 자신이 자원외교 수사의 희생양이고 현 정권 실세들에게 ‘배신’을 당했다고 항변하며 언론과 접촉한 점, 그리고 그가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관련 내용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설명했다는 점, 홍준표 경남도지사 측에서 일부 사실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이 나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허위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특히 성완종 전 회장이 경향신문에 남긴 이야기를 보면 성완종 리스트는 ‘정치권에 기웃거린 기업인의 개인적 로비 목록’으로 결론 지을 수 없을 정도다. 보수언론도 이미 검찰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파문이 이완구 국무총리와 이병기 비서실장 등 ‘살아있는 권력’과 관계 있고, 대선 불법자금 의혹으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청와대의 셈법은 복잡해질 터다. 유일한 강점이던 ‘도덕성’마저 깨진다면 이 정권의 수명은 사실상 끝이 난다. 정치권에서는 재보궐 선거를 걱정하지만 정권의 명운이 걸린 문제다.

   
▲한국일보 2015년 4월11일자 1면.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대목은 거론된 인사들이 각개전투를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새누리당과 청와대 입장에서는 거론된 인사들이 각자도생하거나 검찰이 이 사건을 조용히 처리하는 것이 가장 낫다. 조직적으로 대응했다가는 사태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대선자금과 관련된 문제임에도 사실관계를 일단은 지켜 보자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냉정하게 보면 메모의 구체적 출처라고 할 수 있는 ‘장부’가 나오지 않는 한 현직이 아닌 인사들과 일부 정치인들을 정리하는 수준에서 파문을 진화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검찰이 수사를 어느 선까지 진행할지, 그리고 졸지에 ‘피해자’가 된 경남기업이 금품로비를 입증할 만한 자료를 어디까지 공개할지도 관건이다. 우선 검찰은 그 동안 경남기업을 조사하면서 찾아낸 32억원대의 비자금에 대한 수사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경남기업에 금고지기와 장부가 있고, 검찰이 이를 확보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검찰과 경남기업이 정치적 리스크를 부담하면서까지 장부를 공개하고 수사를 강행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 검찰과 경남기업의 다음 스텝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까닭에 가장 큰 변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다. 대통령이 직접 “정말 보기 드문 사심 없는 분”이라며 옹호하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까지 연루된 파문인 만큼 대통령의 한마디가 검찰의 수사 가이드라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이 4월16일 출국 전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대통령이 성완종 리스트에 있는 인사들 중 누구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이번 파문을 진화할 수 있다. 어떤 친박이 살아남을 것인가. 8명 모두 정치적 생명이 걸린 문제라 저항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이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 김진태 검찰총장,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 달려 있다. 그들은 누구를 정리할 것인가.

   
▲중앙일보 2015년 4월11일자 사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메모. 조선일보 2015년 4월11일자 1면.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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