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이은철)가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에 대한 수명연장 여부를 27일 새벽 1시에 의결했다. 야당 추천 위원 둘은 “안전성 검증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며 표결을 거부했지만 위원회는 표결을 강행했고 결국 월성원전 1호기는 2022년까지 가동을 연장하게 됐다. 이 같은 ‘선례’는 향후 다른 원자력발전소의 수명연장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25년까지 설계수명이 다하는 원전은 12개에 이른다.

▲ (사진=연합뉴스)

야당들은 일제히 비판 성명을 내고 원안위 결정을 ‘날치기’로 규정했다. 녹색당은 “핵발전소 안전에 대해 제대로 검증이 끝나지 않았는데 날치기로 수명연장을 결정하는 국가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더구나 월성1호기와 고리1호기를 폐쇄해도 전력수급에 문제가 없다는데 굳이 낡은 핵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하며 “서둘러 표결을 제안하고 찬성한 위원들은 여당과 정부 측 추천 위원들이다. 결국 이번 표결로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의 핵발전 확대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녹색당은 26일 늦은 밤까지 이어진 원안위 회의는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원전 부지선정을 자문한 대가로 돈을 받은 조성경 위원(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가 주도했고 △월성1호기 안전성에 대한 검토가 끝나지 않은 채 표결을 진행했으며 △원안위가 주로 ‘친핵인사’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들며 수명연장 의결 행위 자체를 비판했다.

녹색당은 “월성1호기는 후쿠시마 이후에 강화된 최신안전기술이 반영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기술기준도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민간검증단이 제기한 지진위험 축소평가 문제는 아예 논의도 못했다. 후쿠시마 이후로 전세계 핵발전소 안전요건은 더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30년이 넘은 핵발전소를 수명연장하면서 제대로 안전설비를 강화하지 않은 채 계속 운전결정을 내린 것이다”고 비판했다.

노동당은 “원안위의 이번 결정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된 월성1호기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무시하고, 정보공개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려진 밀실 결정, 졸속 결정”이라며 “이번 결정으로 인해 월성 원전 주변 반경 30km 내에 거주하는 포항, 울산 등 133만 명뿐만 아니라 전국민이 노후원전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 채 불안한 삶을 살아가게 됐다”고 지적했다.

노동당은 “월성1호기는 원조 개발국인 캐나다에서도 안전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아 점진적으로 폐쇄하고 있는 중수로(캔두형) 원자로”라며 “이렇게 설계 자체에 대한 안전성 우려도 심각한 월성1호기에 대한 수명연장 심사를 하면서, 원안위는 최신안전기준도 적용하지 않고, 자연재해 발생시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민관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도 무시했다. 또한 안전점검에 대한 정보공개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인 연장운행 결정했다. 국민의 안전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비판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의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들도 성명을 내고 수명연장 결정을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의 이번 결정은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점에서 결코 좌시할 수 없다”며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토론 없이 정부의 판단만을 믿으라는 오만한 국민 무시 행정 또한 용납할 수 없다. 월성 1호기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국민의 눈높이에서 재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 미방위원들은 “상임위 차원에서의 강력한 문제제기와 함께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향후 대책 마련에 즉각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새누리당은 입장을 발표한 정당 중 유일하게 정부 결정을 옹호했다. 새누리당 권은희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지난 2012년 12월 설계수명이 만료된 이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계속운전 심사’를 진행해 왔다.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어제(26일 밤) 승인 결정에 이르렀다”고 전하면서 “연장가동인 만큼 안전운전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더 세심히 살피고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에 그쳤다.

새누리당은 “원자력의 안전운전은 국민들에게 중요한 관심사”라면서도 “월성 1호기의 계속운전에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짓게 된 과정을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안심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녹색당은 27일 오후 5시 반부터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입주한 서울 광화문 KT 빌딩 앞에서 월성1호기 폐쇄를 촉구하는 정당연설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