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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방청, 속기록 없는 방송사들의 ‘이상한 회의 공개’[분석] KBS-MBC-EBS이사회 회의 공개 비교
김수정 기자 | 승인 2014.10.15 18:35

지난 5월 28일, 여야의 팽팽한 대립 끝에 방송법 개정안이 공포됐다. 이번 개정을 통해 KBS·MBC·EBS 등 공영방송 3사 이사회의 회의 공개가 의무화됐다. 하지만 3사 이사회가  ‘공영방송 이사회 회의를 공개하라’는 법의 취지를 무시한 채 세칙을 결정해, 직접 방청도 안 되고 속기록도 볼 수 없는 ‘반쪽짜리 공개’에 그치게 됐다.

방송법 제46조(이사회의 설치 및 운영 등) 9항은 ‘이사회의 회의는 공개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이사회의 의결로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타 법에 의해 비밀로 분류되거나 공개 제한된 내용이 포함됐을 때 △명예훼손 및 정당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때 △감사·인사관리 관련 내용으로 공개할 시 공정한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때 등을 제외하고는 회의를 ‘공개’해야 한다는 의미다.

3사 모두 직접방청 불가… 방문진은 ‘속기록 작성’조차 안해

3사 중 EBS이사회가 가장 빨리 회의 공개에 대한 틀을 확정했다. EBS이사회는 지난달 16일 ‘EBS이사회 회의 공개 등에 관한 시행 세칙 제정안’을 의결했다. 방청은 허용하되 직접 방청이 아닌 별도의 방청실에서 회의를 볼 수 있게끔 했고, 회의록은 공개하기로 했다. 속기록 작성 및 공개 여부, 회의록에 담길 내용 등은 16일 오후 4시 열리는 EBS이사회에서 결정할 계획이다.

EBS이사회 방청을 원할 경우 개최 하루 전까지 신청서를 작성해서 제출해야 한다. EBS이사회는 3사 중 가장 빨리 홈페이지에 해당 메뉴를 만들어 방청 신청을 받고 있으며, 이사회 일정을 게시하고 있다.

   
▲ KBS이사회, 방송문화진흥회, EBS이사회의 회의 공개 수준 비교표

KBS이사회도 지난 1일 회의 공개 관련 세칙을 정했다. EBS이사회와 마찬가지로 방청실을 통한 방청 허용, 회의록 공개를 하도록 했다. 또한 속기록은 작성하되 원칙적으로 공시하지 않고, 요청이 들어올 시에만 열람이 가능하게 했다. (▷관련기사 : <KBS이사회, 방청 허용하되 속기록 공시 않기로 최종 ‘의결’>)

KBS이사회 회의록에는 의결사항·상정자·일시·장소·출석인원·결석인원·참석자·회의전말 등 회의 개요만 담겨 있었지만, 이번 개정으로 회의에서 오간 주요 내용이 요약, 정리돼서 올라올 예정이다. 다만, 발언의 주체가 누구인지 명시할 지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사회 결과 공시 주기도 회의 후 1~2달로 짧아진다. 그동안 KBS이사회는 분기별로 회의 결과를 올렸다.

KBS이사회 사무국은 다음주 중으로 방청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고 홈페이지 내에 방청 안내 메뉴를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29일 열리는 정기 이사회가 방청이 가능한 첫 이사회가 된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가장 늦은 지난 7일 회의 공개 시행 세칙을 의결했다. 방청실을 통한 방청과 회의록 공개를 허용했지만 속기록을 아예 작성하지 않기로 해 3사 중 공개 수준이 가장 낮다.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할 회의록을 속기록 수준으로 자세하게 기록한다는 것이 방문진 사무국의 설명이지만,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알려지면 이사들이 부담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발언 주체도 표기하지 않는 등 제약이 많다.

“이사회 운영 투명성 확보 목적 무색… 법 손 봐야”

3사 이사회 논의 결과를 보면, 회의 ‘공개’를 원칙으로 하도록 법이 개정되었는데도 세부사항 조율을 통해 ‘비공개’되는 부분이 발생하고 있다. 일본 공영방송 NHK가 2000년 9월 5일(889회)부터 지난 9월 9일(1220회) 경영위원회 의사록 전문을 비롯해 회의 자료까지 대부분 공개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속기록과 의사록을 공개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도 방송사들의 ‘회의 공개 의지’는 소극적인 편이다.

시청자단체 매체비평우리스스로 노영란 사무국장은 “직접방청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심의위 수준으로 회의를 공개하겠다는 건데, 화질도 떨어지고 시청이 어렵다. 시청자 권리 보장 측면에서 볼 때 적극적인 권리 보장은 아닌 것 같다”며 “방청을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든지 최선의 조건에서 회의를 볼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결국 법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게 정해 버렸다”고 말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회의 공개 세칙을 왜 이사회가 결정하도록 하는가. 자신들과 관련된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게 만든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며 “비공개할 부분을 정한다든지 해서 이사회가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진봉 교수는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 확보’를 목표로 해 방송법이 개정됐는데 취지가 무색해졌다”며 “회의 비공개 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거나, 비공개 결정을 할 때 이사 전원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조항을 만드는 식으로 보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영방송 3사 이사회의 ‘반쪽 공개’는 다음주로 예정된 국감에서도 다뤄질 전망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방송법은 회의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공개 범위를 두고 (각 이사회가) 입맛대로 해석을 하고 있다. 한 마디로 방송법 개정 취지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직접방청, 속기록 공개, 녹음 허용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하는 등 법을 다시 바꿀 수밖에 없다”며 “다음주 KBS, 방문진, EBS 국감 때 이사회가 내세우는 주장과 논리가 얼마나 설득력이 떨어지는지 집중적으로 문제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수정 기자  girlspeac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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