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46일차인 28일,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단식을 중단하고 복식을 시작했다. 그는 지난 4월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수사권-기소권 있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포함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와 광화문광장에서 단식을 벌였고 단식 40일차인 지난 22일 서울 용두동에 있는 동부병원으로 긴급후송됐다. 김영오씨는 둘째 딸 유나양과 노모 등 가족이 아파하고, 특별법 제정 싸움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단식중단의 이유를 밝혔다.

▲ 유경근 대변인이 28일 오전 열린 <유민아빠 단식중단 기자회견>에서 단식중단 배경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세월호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는 28일 동부병원 3층 김영오씨 입원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식중단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유경근 대변인은 “대장암을 앓고 치료를 한 노모가 아들(김영오씨) 단식하는 것을 몰랐다. 그런데 병원에 실려 온 날 보도와 기사를 보고 알게 되셨다. 노모는 ‘그 시간 동안 밥을 안 먹은 게 맞느냐’고 했고 ‘맞다’고 하자 그 뒤 충격을 받아 대장암 부위에 다시 이상이 발생했다”며 “유민 아버지는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짐이 되고, 가족을 또 잃는 것은 안 되겠다고 판단해서 (단식 중단을) 최종 결정했다”고 전했다.

최근 악성루머 등으로 둘째 딸 유나양이 괴로워하는 사정도 단식중단을 결정한 이유 중 하나다. 유경근 대변인은 “유민 아버지는 ‘루머’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사실이 아닌 것이 대부분이고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라면서도 “그렇지만 남아 있는 딸 유나양에게 파장이 미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유나양이 ‘아빠까지 잃으면 안 된다’고 전해왔다. (김영오씨는) 남아 있는 딸마저 잘못되는 것은 아버지의 도리를 제대로 못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단식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김영오씨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유경근 대변인을 통해 국회에 말을 전했다. 그는 “이제는 국회의원들도 단식을 중단하시고 안전한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험난한 싸움에 제대로 된 역할을 해 달라”며 “단식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힘을 모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또 김영오씨는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되면 다시 광화문광장 농성장에서 농성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경근 대변인은 “주치의와 병원 측이 복식과정과 회복 정도에 따라서 (농성을 할 수 있을는지) 결정해주실 텐데, 가족 입장에서는 병원 결정에 따르면 좋겠지만 유민아빠는 ‘막연하게 기다릴 수는 없다, 바로 광화문으로 나가겠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주치의, 유민아빠와 의논해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단식 33일차 김영오씨의 모습. (사진=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가족대책위는 새누리당 원내대표단과 면담은 단식중단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유경근 대변인은 “오늘 새누리당은 (단식중단을) 기다렸다는 듯 ‘단식 중단은 우리 새누리당과 가족들의 두 번째 만남의 성과’라는 식으로 얘기했다”며 “부끄러운 줄 알라. 두 번 만났지만 결과는 아무 것도 없었다. 서로 입장을 설명하는 자리에 불과했다. 마치 자신들이 유가족을 만나 대화해서 진전이 있었고, 그래서 유민 아빠가 단식을 풀었다는 입장은 ‘가족들을 정략적으로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 달라’는 바람을 정면으로 배반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주치의인 이보라 의사(동부병원 내과과장)는 “복식 과정에서 대사이사 등으로 심부전 호흡부전 등 생명이 위험해지는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일단 소량의 묽은 미음부터 시작해 점차 양과 농도를 늘려가는 식으로, 하루하루 상태를 봐가며 치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단식 결정은 주치의로서 다행”이라며 “일주일 동안 식사를 권했지만 수액치료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륙보다 착륙이 위험한 만큼 최선을 다해 치료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오씨는 앞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도 단식이 길어지면서 둘째 딸 유나양과 시골에 계시는 노모 등 가족들이 힘들어 해 단식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어제(27일) 또 여당하고 유가족하고 대화하는데 진전도 없고, 너무 장기전으로 갈 것 같다”며 “밥을 먹고 보식을 하면서 광화문에 나가서 국민들하고 같이 함께 힘을 합치려 한다”고 밝혔다.

김영오씨는 광화문광장에서 40일째 단식을 이어가던 차에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단식을 중단하라”는 의사의 만류에도 단식을 중단하지 않았다. 하루 전 27일이 45일차였다. 2만5천명이 넘는 시민들이 동조단식에 참여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을 비롯해 정의당, 통합진보당, 노동당 등 야당 의원들 다수가 광화문광장과 청와대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동조단식이 늘면서 루머도 증폭됐다. 김영오씨가 이혼한 뒤 호화취미를 즐기면서도 두 딸을 내팽개쳤고, 국가전복세력인 민주노총이 단식의 배후라는 식이었다. 이를 두고 김영오씨는 “자꾸만 꼬투리 하나 잡아서 너무 막 허황되게 없는 얘기까지 해가면서 사람을 미치게 만들어서…”라며 “제 자신이 떳떳하고 당당하니까 죄 지은 게 없으니까 그래서 그냥 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쭉 지내오면서 46일째 단식을 지탱했던 가장 큰 힘’을 묻는 질문에 “너무 억울하니까 깡으로 악으로 버틴 거 같다. 풀어야 되니까 진실을 규명해야 되니까. 어떻게 죽었는지 알아야 되니까. 그 힘으로 버틴 거 같다. 유민이를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시민들에게 “고생, 걱정, 마음고생 많이 시켜 죄송하다”며 “걱정해줘서 감사드린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가 배포한 보도자료 전문이다.

유민 아빠 김영오씨는 철저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보장하는 특별법 제정을 위해 광화문에서 40일간 단식을 하였고, 중태에 빠져 병원에 이송된 후에도 45일째 미음을 거부해 왔습니다.

유민 아빠가 병원에 실려 간 후 학계, 문화계, 연예계, 종교계, 언론계, 정치계 등 각계각층에서, 전국 각지, 해외 각지에서, 수만 명의 국민들이 유민 아빠를 대신하겠다고 동조단식에 참여하였습니다.

다른 유가족들도 청운동사무소, 광화문, 국회에서 농성을 하며 유민 아빠 몫까지 싸우겠다고 적극적으로 단식을 만류하였습니다.

언니를 잃고 아빠에 대한 허위, 비방성 의혹 제기로 사생활까지 위협받고 있는 둘째 유나도 아빠까지 잘못될까봐 매우 걱정하며 단식을 중단할 것을 계속 간청하였고, 시골의 노모도 그 사실을 알고 계속 우시며 막내아들인 김영오씨를 만류하다가 과거 수술 부위가 안 좋아지는 등 문제가 생겼습니다.

여전히 협상에 진전이 없어 언제 특별법이 타결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는 상황에서 김영오씨는 유일하게 남은 딸 유나, 모친 등 가족을 위해, 유가족들의 요청과 국민들의 염원에 따라, 단식을 중단하고 보식을 하며 장기적인 싸움을 준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김영오씨는 병원에서 미음을 먹으며 어느 정도 회복이 되면 광화문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보식을 하며 국민과 함께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강하게 피력하고 있습니다.

유민 아빠가 광화문으로 돌아갈 필요 없이 마음 놓고 회복에만 전념할 수 있게 속히 제대로 된 특별법이 제정되도록, 국민들께서 더욱 힘을 모아 주시고, 대통령 및 여당은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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