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가족들이 청와대 길목에서 이레째 농성 중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입장을 굽히지 않은 상황이다. 유가족들은 새누리당 원내대표단과 두 차례나 만났지만 ‘수사권-기소권 있는 진상조사위’ 구성은 논의조차 못했다. 윤영석 원내대변인은 오히려 이날 오전 유민아빠 김영오씨의 ‘단식중단’을 새누리당의 성과로 포장하기까지 했다. 여기에 악성루머를 찾아내야 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직원이 악성댓글을 쓴 사실도 드러났다.

▲ 세월호 가족들의 청와대 앞 농성 7일차. 가족대책위는 매일 기자회견을 열고 성역 없는 진상규명과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세월호특별법을 촉구하고 있다. 수 많은 언론이 이 소식을 다루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아직 농성장도 유민아빠도 만나지 않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세월호 가족들이 장기전을 준비한다. 28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는 서울 청운동주민센터 앞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가족들은 청와대 앞, 광화문, 국회에서 국민들과 함께 하는 호소를 이어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단원고 2학년1반 고 김수진양 아버지 김종기씨는 “유민아빠에게 ‘목숨을 버리는 것은 아깝지 않지만 그렇다고 저들이 마음을 바꿀 것 같지 않다, 우리 끈질기게 가자’고 했다”며 “우리 가족들은 청와대와 여당이 우리 뜻에 응답하고 우리가 원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때까지 10년, 15년, 20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가족대책위는 “우리 눈앞에서 죽어간 자식들의 원한을 안고 살아갈 수는 없다”며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부여되더라도 파견 검사가 수사를 일정부분 지휘하고, 법원의 판단에 따라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다. 이런 까닭에 ‘사법체계를 흔든다’는 주장을 납득할 수 없다는 게 가족대책위의 일관된 주장이다. 더구나 진상조사위가 청와대와 해경 등 권력기관을 제대로 수사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많다.

▲ 세월호 가족들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는 진상조사위원회를 원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전국 심리학자 373명도 28일 성명을 내고 “세월호 참사로 인한 비극과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서 선결되어야 할 것은 명명백백한 진상규명”이라며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27일 생존학생 학부모들 또한 “살아남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진실을 제대로 밝힐 수 있는 특별법이 필요하다”며 가족대책위와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세월호특별법 논의에서 사실상 빠지면서 해법은 가족대책위와 새누리당의 면담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 차례 만남에서 새누리당은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대책위는 ‘지지 여론’이 필요한 상황이다. 가족대책위는 시민들에게 “오는 8월30일 오후 5시 광화문광장에 다시금 모여 달라”며 “청와대 응답을 요구하는 국민의 함성을 들려 달라”고 호소했다.

▲ 고 김민정양 어머니 정정임씨는 기자회견문을 읽는 도중 여러 차례 울었다. (사진=미디어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단원고 2학년10반 고 권지혜양 어머니 이정숙씨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었다. 그는 “4월16일 이후 이제는 하느님마저 보기 싫다”며 “배가 아프면 ‘엄마 손이 약손’이라며 배를 만져줘야 학교를 갔는데 하루 종일이라도 만져줄 테니 하늘에서 내려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 김민정양 어머니 정정임씨는 기자회견문 중 “여기 청운동 앞으로 교복 입은 학생들이 지나갈 때마다 울컥 눈물이 난다”는 대목에서 여러 차례 울었다.

가족대책위는 ‘단식중단은 새누리당-가족대책위 면담 성과’라는 새누리당에 대해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유경근 대변인은 “잘못이었음을 인정하고 다시는 세월호 참사와 유가족들을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주길 바란다”며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 또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사과하지 않는다면 그 동안 새누리당이 얘기한 ‘진정성’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듣고 반영하겠다’는 이야기는 모두 거짓으로 판단하고 더 이상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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