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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노란 리본’ 달고 대중 미사성모승천대축일미사 삼종기도서도 ‘세월호’
한윤형 기자 | 승인 2014.08.15 14:22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집전한 성모승천대축일미사에서 왼쪽 가슴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달고 나왔다. 

교황은 14일 방한한 공항에서도 세월호 희생자들을 만나 위로한 바 있는데, 이날 역시 미사 시작 직전 무개차를 타고 경기장을 돌며 신도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세월호 유가족이 앉아 있는 곳에서 내려 유가족들을 따로 위로했다.
 
교황은 미사에 앞서 지난 7월 8일 안산 단원고를 출발해 팽목항을 거쳐 미사 하루 전에 대전에 도착하는 38일 간의 도보순례를 진행한 세월호 희생자 고(故) 이승현 학생의 아버지 이호진 씨와 고(故) 김웅기 학생의 아버지 김학일 씨 등을 포함한 10여 명을 제의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성모승천 대축일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황은 이날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집전한 성모승천대축일미사의 삼종기도에서도 “우리는 특별히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인해 생명을 잃은 모든 이들과 이 국가적인 대재난으로 인해 여전히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을 성모님께 의탁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주님께서 세상을 떠난 이들을 당신의 평화안에 맞아주시고 우는 이들을 위로해 주시며 형제자매들을 도우려고 기꺼이 나선 이들을 계속 격려해 달라”고 기도했다.
 
이어서 교황은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서 모든 한국 사람들이 슬픔 속에 하나가 됐으니 공동선을 위해 연대하고 협력하는 그들의 헌신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우리 중에서 고통받는 사람들, 특별히 병든 이들과 가난한 이들, 존엄한 인간에 어울리는 일자리를 갖지 못한 이들을 자비로이 굽어보시도록 간청한다”고 덧붙였다.
 
흐린 날씨 등의 이유로 헬기가 아닌 KTX와 자동차를 이용해 서울에서 대전월드컵경기장으로 이동한 교황은 덮개가 없는 차량을 타고 카퍼레이드를 하며 대중을 만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태운 차가 오전 10시20분께 경기장에 들어서자 5만 명이나 되는 참석자들은 모두 "와"라는 감탄사에 이어 "비바 파파!"(Viva Papa, 교황 만세)를 연호했다. 
 
한편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는 15일 교황에게 보내는 편지를 언론에 공개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향해 “진실을 찾는 길만이 저희들에게 멈춘 시간이 흐르는 유일한 방법이다”며 “우리들이 용기를 잃지 않도록 기도해달라”고 부탁했다. 
 
아래는 ‘세월호 가족들이 교황께 드리는 편지’의 전문이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교황님. 저희의 이 글을 꼭 읽어주십시오.
 
‘세월’은 한국말로 ‘흘러가는 시간’이라는 뜻입니다. 이러한 이름을 가진 배가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습니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 이후 우리 가족들 시간은 흐르지 못하고 멈추었습니다.  
 
글을 쓰는 우리는 세월호 참사로 죽은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부모입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이 상황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는 시간을 살고 있습니다. 한 숨을 쉴 때마다 “보고 싶다” 한탄 하지만 돌아오지 않는 자식은 이름밖에 부를 수 없습니다. 딱 한번만이라도 만지고 싶고, 보고 싶고, 안아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바닷물에 불어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시신이 상할까봐 제대로 안아줄 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실종되어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이들도 10명이 됩니다. 우리는 죽은 아이라도 찾았지만 그들은 DNA확인이 아니고서는 알아볼 수도 없게 된 자식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족 4명이 배를 탔다가, 엄마는 시신으로 돌아오고, 아빠와 7살 아들은 아직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해, 5살 딸만 살아남은 가족도 있습니다. 5살 딸은 “엄마 아빠, 오빠가 나만 두고 이사 갔다”고 울고 있습니다.
 
교황님이 아르헨티나 추기경이었을 때, 부에노스아이레스 화재 현장에 직접 달려가 구조 활동을 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소방차보다 먼저 달려가 법원이 판결 내렸을 때도 어영부영 넘어간 정부와 검찰을 강력히 비판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결과 상급심으로 올라갈수록 화재의 숨은 원인이 드러났고 피의자들은 호된 심판을 받아야 했다 들었습니다. 한국 천주교회도 저희에게 큰 힘이 됩니다. 참사 이후 진도 팽목항과 안산에서 매일 미사를 집전해 주셨습니다. 수 백 명 신부님 수녀님이 광화문 광장에서 가족들과 시민들과 함께 단식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모든 노력이 쓸모없도록 한국 정부와 수사기관, 사법기관과 국회, 심지어 언론은 가족들 요구에 대해 아는 척하지 않습니다.  
 
우리 요구는 단순합니다. 가족들이 죽어간 이유를 알고 싶다는 것입니다. 왜 위험한 배를 바다에 띄웠는지, 왜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는지 알고 싶습니다. 왜 방송은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내고, 해양경찰들이 제대로 구조도 하지 않는데 대대적인 구조작업 중이라 거짓 방송 했는지 알고 싶습니다.   
 
사고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대통령과 많은 정치인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모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고 특별법을 만들어서 진실을 밝혀주겠다 했습니다. 대통령의 약속이 거짓말일 수 있다는 생각은 미처 못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니 가족을 무시합니다. 언제든지 찾아오라더니 청와대 가는 길을 경찰이 막습니다. 두려운 것이 있나 봅니다. 대통령은 사고 당일 7시간 동안 행적이 불분명했다고 합니다. 바로 우리 가족들이 죽어가던… 그런데 청와대와 여당은 그조차 알려 하지 말라 합니다. 참사를 조사하는 책임 여당 국회의원은 가족을 모욕하는 문자를 돌리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항의하는 가족에게 폭력을 휘둘러 크게 다치고 있습니다. 사고에는 무능했던 정부와 여당, 공권력은 우리 가족들을 괴롭히기만 할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습니다. 온통 거짓말과 기만으로 일관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가족들은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서 기소권, 수사권이 있는 조사위원회를 만들 수 있는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별법은 돈을 달라는 것도, 특혜를 달라는 것도 아니고, 부정부패의 원인을, 사랑하는 나의 가족이 죽어간 이유를 밝혀달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철저히 조사하고 처벌하여 참사의 원인이 된 부정부패가 바로잡혀 다시는 우리처럼 가족과 이별하는 아픔을 겪는 이가 없도록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한 해에도 몇 개씩 벌어지는 참사가 반복되지 않는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법이기도 합니다. 그걸 잘 아는 국민들이 나의 일이라 생각하고 우리 가족들과 함께 해주셨습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나라에서 힘없는 국민들만이 우리에게  ‘국가’였습니다.  
 
죽은 아이들 중에는 교황님을 존경하고 그렇게 살고 싶어 하는 소년이 있었습니다. 사제가 되어 아프리카에서 봉사하다 생을 마감한 이태석 신부님처럼 되고 싶다고 한 박성호가 그 아이입니다. 성인 집안의 김웅기도 예비사제였습니다. 장준형 학생도 사제의 꿈을 꾸었습니다. 외동아들이었던 최성호, 엄마가 새로운 직장을 잡도록 같이 공부하자고 했던 건호도 외동아들이었습니다. 이혼 이후 두 딸을 어렵게 키우던 유민아빠는 유민이를 잃고서 30일 넘는 단식으로 온 몸이 말라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사랑한다고 말 할 수 없는 보석 같은 내 아이들, 눈앞에서 잃어버린 아이들, 교황님 우리 가족의 소원을 들어 주십시오. 다시 살릴 수는 없지만 왜 죽었는지는 밝혀야 죽어서라도 아이들 얼굴을 볼 수 있겠습니다. 꿈에라도 보고 싶은데, 진실을 밝히지 못해서 그런지 꿈에도 잘 나오지 않습니다. 보고 싶어서 아이들이 입던 옷을 입고 양말을 신고 다니지만 그마저도 다 낡으면 어떻게 할지 모르겠습니다. 생존한 아이들은 자기들이 친구를 두고 왔다면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친구들과 같이 생활했던 교실에 찾아와 책상 줄을 맞추고, 앉아 있기도 합니다. 그 아이들을 위해서도 진실을 찾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옥 같은 세월호에서 탈출하지 못한 채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아갈 것입니다. 세월호 이후 멈춘 시간 속에서 우리 모두 하루하루가 죽음 같은 고통이고 뼈가 아프고 심장이 녹습니다. 저희는 우리 아이들이 다시는 못난 부모의 자식으로 태어나지 말라 기도했습니다. 지켜주지 못하고 살려내지 못해서 미안하고 부끄럽고 우리 자신들이 너무 원망스럽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망가진 몸과 마음을 이끌고 용기를 내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권력과 싸우려고 합니다. 이 싸움은 우리만이 아닌 안전한 나라를 위한 국민 모두의 싸움이 되고 있습니다.  
 
교황님. 진실을 찾는 길만이 저희들에게 멈춘 시간이 흐르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우리들이 용기를 잃지 않도록 기도해주십시오. 죽어간 아이들이 좋은 곳에서 엄마 아빠를 기다리도록 살펴주십시오. 저희가 이 모든 부정부패와 냉담한 현실 속에서 싸워나갈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2014년 8월 14일 
 
세월호 가족 일동 드림 
 
 
 

한윤형 기자  a_hri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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