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 아이를 잃은 부모들은 생업을 포기하고 “왜 우리 아이들을 구조하지 못했는지, 진상을 밝혀 달라”며 단식을 하고 있다. 단원고 학생 고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는 단식 33일째다. 그는 이제 농성장이 있는 광화문에서 시청까지, 200여 미터조차 걸을 힘이 없어 구급차에 몸을 실었다. 그는 15일 시민 3만여 명이 모인 서울 시청광장 ‘10만 행동’ 집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농성장을 방문해주는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이 어린 학생들만 (왜 수사권과 기소권이 필요한지) 이유를 알고 있다. 이윤보다 안전이 더 소중하다는 것은 당연한 요구다. 세월호 참사는 가족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시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여러 참사가 있었지만 진상규명이 안 됐고 재발방지도 안 되지 않았나. 그런데 정부는 경제를 얘기하면서 묻으려 한다. 국민을 호도하는 행동을 멈춰라.

▲ 단원고 학생 고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는 단식 33일째다. (사진=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얼마 전 청와대에 일인시위를 가면서 ‘이 편지를 대통령에게 꼭 전달하고 받았는지 꼭 연락를 달라’고 했지만 연락조차 없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교황이 왔을 때 ‘유족들을 위로해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꼭 위선자 같다. 교황 방한 기간에 특별법은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광화문광장에서 끝까지 하겠다. 특별법이 만들어질 때까지 (단식을) 싸우겠다. 이 부패하고 무능한 정부에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

세월호 가족들의 요구는 진상조사위에 조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하자는 것. 그러나 여야는 이를 쏙 뺀 세월호특별법에 합의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가족들과 시민들의 반대가 거세지자 ‘재합상’을 선언했으나 새누리당 입장은 그대로다. 참여연대 이태호 사무처장은 “진상조사위 17명 중 3명을 가족이 추천하는 것을 두고 ‘피해자의 직접 보복’, ‘문명국가가 아니다’고 하는데 그러면 칼자루를 대통령에게 주는 것은 ‘문명’이냐”고 꼬집었다.

▲ 1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대회’에는 시민 3만여 명이 참여했다. (사진=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노암 촘스키 등 해외 석학들의 서명운동을 기획한 미국 솔즈베리대학 남태현 교수(정치학)는 “수사권과 기소권 없이 거대한 권력집단을 상대로 진상을 규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나승구 신부는 “가족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은 누가 어떻게 아팠고, 어떻게 다쳤는지 알 수 있는 특별법 제정뿐”이라고 말했다. 강원도에서 온 고등학생 최준호(17)군은 “중학생, 고등학생들이 나서서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단식 11일차인 가수 김장훈씨는 “정부는 4월16일 이후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지만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며 “누군가는 (세월호 가족들이) 지치는 것을 바랄지 모르지만, 바뀌는 사람들이 많아야 특별법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왜 미친 짓을 왜 하느냐’고 묻는데 ‘세상이 미쳐서 나도 미쳤다’고 한다”며 “가슴은 미쳤지만 머리는 아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안다. 쓰러질 때까지 단식을 계속 하겠다”고 말했다.

가수 이승환씨는 “그 동안 대통령을 오해하고 있었다. (의문의 7시간 동안) 박근혜 대통령은 21차례 보고를 받았고 여러 차례 지시를 했다고 하는데, 그러면 약속한 대로 누가 잘못했는지 밝힐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며 “한 점 의혹 없이 진상을 밝힐 특별법을 만드는 것은 큰 꿈”이라며 “한두 점 의혹이 있어도 좋으니 하루 빨리 특별법을 제정해 달라”고 청와대와 국회를 꼬집었다.

▲ 가수 이승환씨도 이날 10만 행동에 참여했다. (사진=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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