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대표이사 송현승)가 뉴스통신진흥법을 어겨가면서까지 최대주주 뉴스통신진흥회(이사장 오철호)를 지원했다는 논란이 연합뉴스 내부에서 제기된 가운데, 진흥회가 이 같은 논란을 스스로 증명하는 수입·지출현황을 공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는 진흥회가 책정한 예산보다 더 많은 돈을 지원했다. 연합뉴스 내부에서는 “연합뉴스를 정치적으로 지배하는 뉴스통신진흥회에 대한 퍼주기가 도를 넘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뉴스통신진흥회가 누리집에 공개한 최근 3년치 수입·지출현황 자료를 보면 연합뉴스 지원금(=출연금+영업이익금+배당금)은 2011년 13억6100만 원(=영억이익금 13억 원+배당금 6100만 원), 2012년 15억9천만 원(=출연금 2억9천만 원+영업이익금 13억 원), 2013년 24억4100만 원(=출연금 6억8천만 원+영업이익금 17억 원+배당금 6100만 원)이다.

▲ 최근 3년 간 뉴스통신진흥회 수입 및 지출현황. 누리집에서 갈무리.

연합뉴스가 ‘해당연도 영업이익의 100분의 10 이내’ 규정을 어겨 불법 논란이 일고 있는 2013년의 경우, 배당금을 제외한 연합뉴스 지원금은 23억8천만 원이다. 연합뉴스는 지난해 신문사들의 전재계약 중단 효과가 올해 반영돼 실적과 재정 상황이 악화될 것을 우려해 뉴스통신진흥회에 6개월 분을 미리 지급했다고 설명하지만 뉴스통신진흥회 수입·지출현황에서도 법률 위반 가능성이 발견된다.

문제의 23억8천만 원은 2013년 하반기와 2014년 일 년치 지원금으로 각각 2013년 6월과 12월에 지급됐다. 연합뉴스가 공시자료에 이 돈을 ‘기부금’으로 처리한 것과 달리 뉴스통신진흥회는 출연금과 영업이익금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진흥회 기준에 따르더라도 영업이익금을 17억 원 받은 것은 뉴스통신진흥법 위반이다. 17억 원은 2013년 연합뉴스 영업이익의 10%인 9억3490만 원을 훌쩍 뛰어 넘는다. 6개월 치 선지급을 고려하더라도 10%를 초과한다.

연합뉴스는 “일 년 반치를 지원하기 전에 법률자문을 받았고, ‘10% 이내’ 조항은 ‘최소 10%’라는 유권해석도 있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나 연합뉴스가 ‘해당연도 영업이익’을 어기면서 전례에 없는 ‘선지원’을 한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더구나 23억8천만 원은 지난해 초 진흥회가 책정, 연합뉴스에 요구한 15억 원보다 1.5배를 넘는 금액이다.

연합뉴스 황정우 미디어전략팀장은 12일 <미디어스>과 통화에서 “법률상 적자가 나더라도 지원을 할 수 있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통신진흥법 32조에 명시된 재원조성방법 중 ‘연합뉴스의 배당잉여금’과 ‘연합뉴스사의 해당 연도 결산상 영업이익의 100분의 10 이내’ 외에도 ‘정부, 법인, 단체 또는 개인의 출연재산’ 조항에 따라 금액에 관계없이 지원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 뉴스통신진흥회(이사장 오철호)는 17일, 뉴스통신진흥회 회의실에서 제106차 정기이사회를 개최했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연합뉴스 업무현황 보고와 연구중간평가 보고가 있었다. (사진=뉴스통신진흥회)

그러나 연합뉴스 내부에는 이견이 있다. 연합뉴스의 한 관계자는 “사측의 주장대로라면 뉴스통신진흥법에 연합뉴스의 배당금과 영업이익의 일부를 재원조성방법으로 특정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뉴스통신진흥회는 연합뉴스에 대한 정치적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기구”라며 이 같은 구조에서 연합뉴스가 달라는 대로 돈을 지원한다면 낙하산 퍼주기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뉴스통신진흥회의 예산안을 들여다보면 진흥회가 하는 일은 연합뉴스 관련 사업 비중은 크지 않다. 진흥회는 2013년도 초 작성한 수입지출총괄표에 연합뉴스 관련 사업(서비스평가·경영평가) 비용으로 2억1700만 원을 책정했다. 이와 함께 학술연구, 번역저술지원비를 포함한 총 사업비를 3억3100만 원으로 책정했는데, 이는 업무추진비 3억4300만 원보다 적다.

이에 대해 뉴스통신진흥회 이영성 사무국장(전 연합뉴스 관리국장)은 13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100억 원이 넘는 MBC 방송문화진흥회에 비해 우리는 겨우 16억 원의 적은 살림으로 여러 사업을 꾸리고 있다”며 “(업무추진비가 사업비보다 많은 것은) 연합뉴스 서비스평가, 경영평가를 하면 회의도 여러 차례하고 식사를 해야 하는 등 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이영성 사무국장은 ‘이사장 포함 7명의 이사 모두 비상임인데 회의참석 수당은 어떤 항목으로 처리하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예산안 항목 상 교통여비(2013년 1900만 원, 2012년 1800만 원)로 처리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12년과 2013년 예산안을 비교해보면 진흥회 이사들은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 해외출장으로 6천만 원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도 진흥회 직원 5명(계약직 1명 포함)에 대한 인건비와 복리후생비는 총 4억9천만 원(2013년도 예산안 기준)이다.

▲ 뉴스통신진흥회 2013년도 수입지출총괄표. 누리집에서 내려받음.

연합뉴스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경영진은 항상 회사 재정이 위기라면서 사원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매라 강요하는데 정작 자신들이 잘 보여야 할 뉴스통신진흥회에는 불법을 감수한 퍼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진흥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감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지부장 오정훈)는 불법 지원 논란에 대해 대응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뉴스통신진흥회는 취재를 거부했다. 이영성 사무국장은 취재 거부 사유로 “(미디어스는) 기사 열 건 중 한 건이라도 진흥회에 호의적인 기사를 쓴 적이 없어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그는 “불법 지원 논란 기사도 90%는 사실이 아니다”며 “(이번에도) 공격 방향을 정해놓고 취재를 하고 있는데 이러면 답변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뉴스통신진흥회는 지난 2005년 뉴스통신진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설립됐다. 연합뉴스 임원 선임과 경영평가가 주된 업무다. 7명의 이사 중 2명은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고, 3명은 국회(여당 2명)가 추천한다. 이밖에도 신문협회와 방송협회가 각각 한 명을 추천한다. 감사는 1명인데 이사장 추천이다. 진흥회는 2005년 설립 이후 만 9년여 동안 총 105차례 회의를 했다. 월 1회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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