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5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 발언에 대해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언론인 <조선일보>와 진보언론인 <한겨레>가 서로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조선일보>는 26일자 사설 <美, 말만 앞세워선 아시아에서 리더십 발휘 못 한다>에서 “미국은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과 직접 전쟁을 치렀고 지금의 한·일 과거사 갈등은 대부분 승전국 미국의 전후(戰後) 처리 과정에서 비롯된 측면이 적지 않다.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을 제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선 미국이 다른 어느 때보다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 26일자 조선일보 1면 사진
이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본에선 "미국은 아태 지역 (특정) 분쟁의 당사자가 아니다"라고 유보적 태도를 취했으면서도 한국에 와선 "한국인 위안부(피해자)들은 쇼킹한 (인권) 침해를 당했다"며 "아베 총리와 일본 국민은 과거를 정직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에 대한 비판적 태도였다.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안보 정책을 펼침에 있어 한국 측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주문하는 자세였다.
한편 <한겨레>는 26일자 사설 <악화하는 북핵 문제 방치한 한-미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6자회담 재개 문제에서 새로운 접근 방법을 보여주기는커녕 오히려 합동 군사훈련의 발전과 북한 인권 문제를 강조했다”면서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겨레> 사설은 “북한 핵 문제가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데는 우리 정부의 책임 또한 크다. 지금 상황에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최대 동력은 우리 정부에서 나와야 한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정부는 현상 유지에 안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핵 문제를 풀려면 북한의 태도가 바뀌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북한의 일방적인 행동만을 요구해서는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라면서 양국이 적극적인 대북 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26일자 한겨레 2면 기사
두 언론의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는 그들의 진영을 드러냄과 동시에 한국의 안보정책이 처한 복잡한 지형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북한 문제를 기본적으로 깔고 있는 가운데, 중국을 포위하려는 미국의 안보정책 구상 속에서 일본과 과거사 갈등을 겪는 한국의 상황은 심지어 미국의 정상마저도 상황에 따라 발언 수위를 조절해야 할만큼 쉽지 않다. 내치보다는 외교에서 성과를 얻었다고 자부하는 박근혜 정부가 이런 상황 속에서 무엇을 조율했는지는 역사의 평가에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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