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경찰이 조선일보가 ‘분신방조’ 의혹을 제기한 건설노조 간부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14일 경향신문 기사 <경찰, ‘동료 분신방조’ 고발된 건설노조 간부 ‘무혐의’ 결론>에 따르면 강원경찰청은 지난 4일 건설노조 간부 홍성헌 씨의 자살방조 혐의를 불송치(각하)했다. 경찰은 범죄가 성립되지 않을 때 각하를 결정한다.

경향신문은 ”한 차례 결론을 내린 사건에 대해 같은 내용의 고발이 접수돼 각하 처분을 내린 것“이라고 부연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향신문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등을 진행했고 홍 씨가 현장에 있었으나 분신을 종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5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지부 간부 양회동 씨 빈소(사진=연합뉴스)
지난해 5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지부 간부 양회동 씨 빈소(사진=연합뉴스)

지난해 5월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지부 3지대장은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정부의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 수사에 항의하며 분신했다. 당시 정부의 건설노조에 대한 ‘건폭몰이’(건설노조와 조직폭력배 합성어) 수사가 한창이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5월 16일 기사 <건설노조원 분신 순간, 함께 있던 간부는 막지도 불 끄지도 않았다>에서 당시 현장에 있던 홍 씨가 양 지대장의 분신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는 분신방조 의혹을 제기했다.

조선일보는 현장에 있던 YTN 기자들이 경찰조사에서 ‘A 씨가 양 씨를 말리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면서 “그러나 다수의 목격자에 따르면, A 씨는 양 씨의 분신 준비 과정을 눈앞에서 지켜보면서도 단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았고, 어떠한 제지의 몸짓도 보이지 않았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양 지대장이 분신하자 A 씨는 도움을 요청하는 대신 몸을 돌려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10초 동안 휴대전화만 들여봤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독자제공’ 출처의 현장 CCTV 사진을 근거로 제시했다. 

디지털과학수사연구소는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 종합민원실 CCTV 녹화영상과 조선일보 기사에 사용된 사진을 감정했다 (건설노조 제공)
디지털과학수사연구소는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 종합민원실 CCTV 녹화영상과 조선일보 기사에 사용된 사진을 감정했다 (건설노조 제공)

월간조선은 한발 더 나아가 고 양 지대장의 유서 3장 중 1장은 글씨체가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며 유서대필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선일보 기사를 게재하며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썼다. 지난해 5월 보수단체 ‘신전대협’은 홍 씨를 자살방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한겨레에 “(양 지대장이)바로 불을 지른 게 아니고 주위에 시너를 뿌려둔 뒤 동료가 왔을 때도 라이터를 든 채 ‘가까이 오지 마라. 여기 시너 뿌려놨다’고 경고해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는 그런 상황이었다”며 “만약 들어가서 말렸다면 둘 다 같이 죽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선일보)기사는 해당 기자가 알아서 쓴 거지, 경찰에 취재를 하거나 연락한 적도 없다”면서 “우리가 보기엔 그냥 변사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또 조선일보가 근거로 사용한 CCTV 사진은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 종합민원실 CCTV 영상이라는 감정 결과가 나왔으며 월간조선이 대필 의혹을 제기한 고 양 지대장 유서의 필적은 동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서대필 의혹을 제기한 월간조선은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건설노조는 지난해 5월 22일 조선일보 기자와 사회부장, 원희룡 당시 국토부장관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으나 현재까지 수사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또 건설노조와 유족은 CCTV 영상 유출이 의심된다며 성명불상자를 공무상비밀누설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페이스북 갈무리 (사진=연합뉴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페이스북 갈무리 (사진=연합뉴스)

경향신문은 15일 사설 <건설노동자 분신방조 ‘사실 무근’ 판명, 원희룡 사과하라>에서 “분신방조 의혹은 진작에 사실무근으로 판명 났다는 얘기”라면서 “한 노동자의 분신과 그 죽음에 대한 방조 의혹 제기는 노조를 적대시하는 윤석열 정부와 거기에 편승한 보수언론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조선일보와 월간조선의 보도를 두고 “최소한의 확인도 거치지 않은 ‘보도 폭력’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원희룡 당시 국토부장관을 향해 “건폭몰이의 불쏘시개로 삼으려는 심산이었을 것”이라며 “한 노동자의 가슴 아픈 죽음마저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한 것은 건설노조가 아니라 원 전 장관 자신이었다. 원 전 장관은 이제라도 양 지대장 유가족과 홍 씨에게 머리 숙여 사죄해야 한다. 그것이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조선일보 기자, 원희룡 당시 국토부장관을 상대로 하는 경찰 수사에 대해서도 “9개월째 답보 상태”라면서 “경찰은 이른바 ‘윤석열 대통령 허위 조작 영상’ 건은 득달같이 강제수사를 벌였다. 선택적 수사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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