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을 짜깁기해 풍자한 영상에 대해 ‘접속차단’(시정요구)을 결정했다. 일부 위원은 ‘북한 연관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방통심의위가 접속차단을 의결한 ‘윤 대통령 지각체크’ 유튜브 영상이 현재 유통되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뒤따른다. 

방통심의위 통신심의소위원회는 23일 회의를 열고 재적위원 5인 중 4인의 만장일치로 SNS에 게시된 <가상으로 꾸며본 윤대통 양심고백연설> 22건에 대해 접속차단을 결정했다. 적용 조항은 ‘사회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정보'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21일 방통심의위에 해당 영상이 대통령 명예훼손이라며 ‘삭제·차단’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고, 류희림 위원장이 22일 신속심의 안건으로 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23일 틱톡에 게재된 “가상으로 꾸며본 윤대통 양심고백연설”이라는 제목의 44초짜리 쇼츠 영상 갈무리
지난해 11월 23일 틱톡에 게재된 “가상으로 꾸며본 윤대통 양심고백연설”이라는 제목의 44초짜리 쇼츠 영상 갈무리

해당 풍자 영상은 지난해 11월 게재됐으며 지난 대선 후보 당시 윤석열 대통령 연설 장면을 짜깁한 것이다. 해당 영상은 “저 윤석열의 사전에 민생은 있어도 정치 보복은 없습니다” “국민을 괴롭히는 사람을 상대로 평생 대한민국의 법을 집행해 온 사람입니다” 등의 발언을 “윤석열의 사전에 정치 보복은 있어도 민생은 없습니다” “국민을 괴롭히는 법을 집행해 온 사랍입니다”로 편집했다. 

김우석 위원은 통신소위에서 “딥페이크 여부를 떠나 해당 영상도 페이크 영상이 분명하다”며 “총선 국면에서 국가 원수인 대통령에 대한 페이크 영상은 더욱 엄중히 봐야 한다. 풍자도 사실에 기반했을 때 보장돼야 하지, 근거 없는 조롱과 폄훼는 정치적 테러, 국격을 떨어뜨리고 민심을 호도하는 자멸 행위”라고 했다. 

김 위원은 북한 개입 의혹을 주장하기도 했다. 김 위원은 “큰 선거가 있을 때마다 북한의 전사들이 국내 온라인 공론장에서 심리전을 벌인다"면서 "만약 북한이나 여타 적성국이 이런 콘텐츠를 만들어 국내에 유통시키고 있는데 우리나라 공공기관이 차단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저들의 야욕이 현실화되도록 돕는 일”이라고 했다.

이정옥 위원은 “딥페이크가 아닐 때는 더 문제가 된다”며 “지난번 뉴스타파의 악마의 편집이 있었잖나. 하지 않은 일을 덧붙인 것은 완전한 허위”라면서 “일부 영상은 윤 대통령 얼굴 전면에 욕설을 넣었는데 모욕에 해당된다. 이런 것들이 계속 나오면 안 된다”고 말했다.

23일 유튜브 채널 '제이컴퍼니 정치시사'에 게재된 '윤 대통령 출근길 지각체크' 영상
23일 유튜브 채널 '제이컴퍼니 정치시사'에 게재된 '윤 대통령 출근길 지각체크' 영상

하지만 실제 접속차단으로 이어질지 미지수다. 접속차단 여부는 사업자가 판단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8일 통신소위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접속차단’을 의결한 윤석열 대통령 출근길 ‘지각체크’ 유튜브 영상이 현재 유통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접속차단 의결 당시 윤성옥 통신소위 위원은 “(해당 콘텐츠를)국내에서는 볼 수 없을지 모르지만, 해외에서는 볼 수 있다”며 “유튜브 콘텐츠를 이런 방식으로 규제한다면 앞으로 방통심의위는 굉장한 조롱거리가 될 것이다. URL을 바꿔 계속 이런 게시글을 올릴 때마다 일일이 접속차단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딥페이크가 아닌 ‘가상’의 풍자영상에 대해 방통심의위가 접속차단을 의결하는 것은 사실상 검열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23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가상으로 꾸며본’이라는 제목까지 달았다고 한다면 일종의 풍자로 봐야 한다는 해석으로 연결될 수 있는데, 풍자에 심의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검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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