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중대 범죄로 실형이 확실한 이명박·박근혜 정부 인사들이 상고를 포기하고 사면을 받아 '짜고치기 사면' '기획 사면'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른바 사면권 남용 논란이다. 

하지만 지상파·종편 저녁종합뉴스에서 이를 비판적으로 다룬 방송사는 MBC·JTBC 정도로 손에 꼽힌다. 윤 대통령이 누구를 사면했는지 중계하거나, '민생 사면'이라는 대통령실 주장을 부각하거나, 아예 보도하지 않은 방송사도 있었다. 

2024년 2월 6일 윤석열 대통령 4번째 특별사면 단행 관련 지상파·종편 저녁종합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채널A는 관련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다.
2024년 2월 6일 윤석열 대통령 4번째 특별사면 단행 관련 지상파·종편 저녁종합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채널A는 관련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6일 '활력 있는 민생경제와 국민통합을 위한 설 명절 특별사면'을 발표했다. 이로써 윤 대통령은 취임 1년 9개월 만에 네 차례의 사면권을 행사했다.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동안 3~5회의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유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군 댓글조작 유죄'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MBC 노조탄압 유죄' 김장겸 등 전임 MBC 경영진 등이 사면·복권 대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김관진 전 장관은 국가권력을 동원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선거에 개입한 중대 범죄자다. 전임 MBC 경영진은 2012년 '공정방송 파업'에 참여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조합원들을 부당전보한 언론장악 당사자들이다.  

특히 김기춘 전 비서실장, 김관진 전 장관, '세월호 유족 사찰' 김대열·지영관 전 국군기무사령부 참모장 등은 최근 잇따라 상고를 포기하거나 소를 취하했다.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은 뒤 치열하게 유무죄를 다투다가 돌연 감옥에 가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사면은 형이 확정되어야 이뤄질 수 있다. 사면과 관련한 '사전 교감'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사면발표 브리핑 현장에서 '사전조율 가능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법무부는 "사전교감이나 약속은 있을 수 없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시작하며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시작하며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MBC '뉴스데스크'는 이날 <형 확정 일주일 만에‥김관진·김기춘 줄줄이 '특별사면'>(5번째), <매번 반복되는 '특별사면' 논란‥해외에선 어떻게 결정?>(6번째)을 리포트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문재인 정부의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과 윤석열 정부의 이명박 전 대통령,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사면 등을 거론하며 한국의 대통령 사면권은 견제장치가 없다고 비판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프랑스는 사면 결정과 관련한 회의 내용을 공개하고 ▲독일 헌법재판소는 법률·수사의 오류가 있을 때 사면할 수 있다고 결정했고 ▲일본은 형기의 3분의 1을 넘겨야 사면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우리나라에선 형이 확정되면 바로 다음 날에도 대통령이 사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JTBC '뉴스룸'은 <'국정농단도 댓글공작도' 줄줄이… 설 특사 면면 들여다보니>(4번째), <사면 발표 전 잇따라 '재판 포기'… 법무부 "사전 교감 없어">(5번째)를 보도했다. JTBC '뉴스룸'은 "김 전 실장과 김 전 장관 그리고 기무사 장교들 모두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과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수사하고 재판에 넘겼던 인물들"이라고 짚었다.

반면 채널A '뉴스A'는 윤 대통령 특별사면 단행 소식을 다루지 않았다. 이날 지상파·종편 저녁종합뉴스 중 해당 소식을 다루지 않은 방송사는 채널A가 유일하다. 

TV조선 '뉴스9'은 18번째 리포트로 <소상공인 등 45만명 사면·특별감면…尹 "활력 있는 민생경제에 주안점">을 배치했다. TV조선 '뉴스9'은 "노숙 생활을 하던 30살 A씨는 줍거나 훔친 신용카드로 2022년에 7달에 걸쳐 편의점에서 밀키트와 음료수 등을 샀다. 총 100만 원 어치를 훔친 건데, 법원은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했다"며 "오늘 사면된 980명에는 A씨와 같은 생계형 범죄자, 코로나 경영난에 돈을 못 갚아 사기죄를 선고받은 소상공인 등이 포함됐다. 윤 대통령은 '민생경제 회복에 주안점을 뒀다'고 사면 배경을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TV조선은 지난 2일 <[단독] 尹 대통령 설 특별사면에 김관진 포함 유력…재상고 취하해 형 확정>에서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은 그동안 재상고 취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지만, 주변 설득에 최근 취하를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KBS '뉴스9'은 23번째 리포트 <김관진·김기춘 특별사면…‘약속 사면’ 의혹엔 “있을 수 없어”>에서 "사면 심사위원회는 다수의 외부위원으로 구성되는 만큼 사전 교감이 있을 수 없다"는 권순정 법무부 감찰국장의 해명, "국가 경제 전반에 활력을 제고하며, 정치 이념 갈등은 일단락하고 국민 통합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를"이라는 심우정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의 발언을 주요하게 전했다. 

SBS와 MBN은 각각 <김기춘 · 김관진 설 특별사면…45만 명 감면>(8번째), <윤 대통령, '설 특별사면' 단행…김관진·김기춘 포함>(13번째) 리포트에서 윤 대통령의 사면 단행 소식을 중계했다. 사면권 남용에 대한 비판이나 '기획 사면' 논란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국방혁신위원회 출범식에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에게 국방혁신위 부위원장  위촉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국방혁신위원회 출범식에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에게 국방혁신위 부위원장 위촉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편, 7일 일부 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윤 대통령 사면권 남용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김관진 김기춘 상고포기 일주일 뒤 사면... 총선용 아닌가>에서 "사면이 대통령 고유권한이라지만 이처럼 형이 확정되자마자 반성도 없는 중죄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사면권 남용이 아닐 수 없다"며 "정부는 '활력 있는 민생경제와 국민통합'을 위한 특사라고 설명했는데 외려 국민 불신만 부추기는 게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한국일보는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을 확정 판결한 지 3개월도 되지 않아 특사로 풀어준 뒤 보궐선거에 출마시켜 참패한 게 불과 4개월 전"이라며 "더욱이 이번 논란의 두 사람은 박근혜 정권을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최근 박 전 대통령의 공개활동 재개와 맞물려 보수진영을 겨냥한 총선용 사면이 아닌지 의심받기 십상"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단 하루도 형 살지 않고 사면받는 김관진·김기춘>에서 "윤 대통령은 공적으로 써야 할 거부권을 ‘부인 특검’에 대해 사사로이 행사하더니, 사면권 또한 ‘내 편’만을 위해 남발하고 있다"며 "이제 아무리 사법정의며 공정, 통합을 얘기한들 믿을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윤 대통령 김관진·김기춘 사면, ‘남용·편파’ 소리 안 들리나>에서 "사면 배경은 더 이해하기 어렵다. 이들은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지도 않았다"고 썼다. 경향신문은 "장기간 쌓아 놓은 능력으로 국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권순정 법무부 검찰국장의 발언에 대해 "도대체 이들의 어떤 능력이 국가에 필요하단 말인가. 총선이 다가오니 댓글 공작을 벌이고,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계 인사들을 또 탄압하겠다는 의미인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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