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휴대전화에서 새로운 소식이 전송되었다는 알림음이 울린다. 오늘의 운세가 도착했다. 메시지를 확인한다. 오늘의 운세 ‘당신은 소멸하는 중입니다. ’

나는 거북이가 되어가는 중이다.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후천적 노력으로 거북이 목을 가지게 되었다. 이건 유행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인체변형 템이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누구나 유행에 동참할 수 있으며 아주 공평하게 변이는 작용한다. 인간이라면 유행을 따르는 건 숙명, 나도 숙명을 피해 갈 수는 없다.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다면 거북이 목으로 진화는 필연적이다. 누구도 필연적 삶에서 벗어날 수 없다. 여자의 목선을 추녀선에 비유하며 아름다운 곡선을 찬양하던 말은 고릿적 이야기다. 21세기에 추녀선 같은 목을 찾는 건 멸종동물을 찾는 것과 같다. 21세기를 산다면 목을 앞으로 길게 빼고, 길게 빠진 목 끝에 얼굴이 매단 거북이 목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이미지 출처=Pixabay.com

우리 세대 이후 태어나는 아이들은 후천적 노력 없이도 거북이 목을 가지게 될 것이다. 거북이 목은 세월을 거쳐 인간의 몸에 무사히 안착하고 유전 코드를 뼛속 깊숙이 입력하여, 거북이 목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은 지극히 평범한 아이들이 된다. 코로나 시대로 돌입하면서 코로나가 일상이 된 요즘처럼 말이다.

나는 코로나를 경험하고, 코로나 시대를 사는 21세기 인간이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세계 인구의 절반이,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코로나에 걸렸다고 말할 정도로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나는 남들 다 걸렸다는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보기 드문 사람 중 한 명이다.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신기한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처음 코로나가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 코로나에 걸린 사람들을 쳐다보던 바로 그 눈빛이 나에게 쏟아졌다. 걸리지 않은 게 더 이상하다는 듯 ‘정말?’ 하고 되물었다. 거북이 목도 그럴 것이다. 이상하고, 묘한데 정상처럼 느껴지는 변이의 역전.

변이와 변태의 역전이 이루어지기까지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인내의 과정이 필요하다. 거북이 목으로 변이하기 위해선 인간으로 태어난 기본 골격을 뒤트는 과정이 필요하며 엄청난 고통이 수반된다. 일단 목이 아프다. 목덜미와 어깨가 뻐근해지고, 팔이 저리다. 평소엔 느끼지 못했던 머리의 무게를 고스란히 느끼게 되고 머리를 지탱하기 위해 승모근이 뭉치고 두통이 발생한다.

거북이 목은 변이의 가장 낮은 단계로 그래도 수월한 편이다. 동물계가 아닌 식물계 생물을 몸에서 키우는 사람의 변이는 가혹하다. 지구 전역에 두툼한 살처럼 불룩 튀어나온 버섯을 목과 등의 경계에서 키우는 사람들이 출몰한다. 몸속의 버섯은 처음엔 인지하지도 못할 정도로 작게 시작한다. 멍울이 잡히기 시작하면 이미 버섯은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버섯이 형태를 드러내고 자리잡으면 그 어떤 변이보다 고통스럽다. 동물계도 아닌 식물계로 변이에 더 많은 고통이 따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지구 중력을 온몸으로 느끼며 내 몸이 날카로운 뼈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내 몸을 구성하고 지탱하던 뼈가 무너지면서 나를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우린 진정한 버섯 인간이 된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이미지 출처=Pixabay.com

이제 우리 다음 세대는 목이 휘어 얼굴을 내밀고 있는 게 일반적인 몸의 형태가 된다. 휘지 않은 곧은 목을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들을 이상한 눈으로 보는 시대에 곧은 목을 가진 사람들은 휘어진 거북목을 부러워하며 휘어진 목을 가지기 위해 성형이라는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된다. 거북이 목으로 변이를 거듭하고, 목과 등의 경계에 버섯을 키우는 세상에 세슘을 먹은 우럭쯤은 우스운 일이다. 원전 앞 바다 오염 생수는 휘파람을 불면 마실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진정한 21세기를 사는 변이 인간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오랜만에 날씨가 좋아 헛소리를 길고 진지하게 공들여서 해 본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하나 이상하지 않은, 이 묘하게 역전된 세상에서 나는 거북이가 되어 가는 중이다. 오늘도 알림음이 울린다. 오늘의 운세가 도착했다.

오늘의 운세는 ‘당신은 여전히 소멸 중입니다.’

김은희, 소설가이며 동화작가 (12월 23일 생), 대전일보 신춘문예 소설 등단, 국제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 제30회 눈높이아동문학대전 아동문학 부문 대상 수상.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