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나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청바지를 산다. 39900원의 가격이 세일해서 32000원으로 내려가 있다. 요즘 유행하는 배기바지로 디자인도 예쁘고 색감도 좋다. 요즘 대부분 옷이 그렇듯 중국에서 제작해 가격도 착하다.

청바지는 포장 상자에 깨끗한 비닐봉투에 넣어 포장된다. 꺼내서 확인하니 염료가 손에 묻어나고 질도 좋지 않다. 한철 입으면 그만일 것 같다. 세탁해서 입어야겠다고 생각하며 포장 상자는 재활용으로 분리한다. 비닐봉투는 스티커를 제거하고 일반쓰레기로 분류하여 따로 모은다. 청바지를 여름에 네 번 입는다. 빨아도 빨아도 물이 빠지고 입고 벗으면 다리가 시퍼레져서 입을 수 없다. 청바지를 헌옷 수거함에 버린다. 수거된 청바지는 검수와 세탁 거쳐 불우한 이웃, 빈민국으로 이동한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의 사막에 내 청바지가 있다. 싼 맛에 사서 못 입게 된 청바지, 다만 유행이 지나고 싫증이 나서 버린 청바지가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남의 나라 땅에 버려진다. 헌옷 수거함에 버린 내 옷이 빈민국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다시 쓰레기가 되어 벌판에 버려진다. 내 청바지가 처리 불가능한 쓰레기가 된다.

[지구촌 IN] 사막에 ‘쓰레기 옷 산’이?…패스트 패션의 그늘 (KBS 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환경에 관한 방송을 보다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에 관한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아타카마 사막은 아름다운 곳이었다. 아직도 화산 활동으로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안데스산맥의 칠레 쪽, 1,600㎞에 걸쳐 뻗어 있는 사막이다. 지구에서 가장 외진 곳이며 메마른 지역이라고 하지만 화면 속의 하늘은 너무 청명했다. 푸른빛의 소금물 호수에서 핑크색 플라밍고들이 유유히 걸어 다니고 호수표면에, 주위에 피어오르는 안개 속에서 첨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타카마는 아름답고 청정한 사막이었다. 그곳에 산이 있었다. 아타카마 사막에 옷산이라고 옷이 쌓이고 쌓여 산을 이룬 곳이 있었다. 버려진 옷으로 만들어진 쓰레기산이다. 아타카마에 버려진 옷은 대부분 중국과 방글라데시 등의 공장에서 제작되어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의 시장에서 유통되다 칠레로 들어온 중고 의류로 마지막 종착지로 이곳에 버려진다. 빠르게 만들어 입고, 쉽게 버려지는 저가 의류로 패스트패션이 환경에 미치는 단면을 보여준다. 매년 아타카마 옷산에 버려지는 옷은 39000톤에 이르며 청바지처럼 생분해되지 않는 화학약품으로 처리된 것으로 매립도 할 수 없어서 쌓아두는 것이다. 물론 재가공되어 가방 등으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소량에 지나지 않으며 쓰레기 옷의 양은 감당하지 못할 정도이다.

옛날과 달리 요즘은 낡고 해질 때까지 옷을 입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유행에 맞춰 옷을 구입하고 싫증이 나면 버린다. 어느 시대이건 유행이 없었던 적은 없다. 다만 유행이 바뀌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옷을 사고 버리는 속도도 빨라지는 것이 문제다. 연령에 관계없이 모두가 즐겨 입는 옷인 청바지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물 7500ℓ가 든다. 약품을 바르고, 빠는 워싱 공정을 여러 차례 반복하여 청바지가 완성된다, 물론 오존 워싱 등의 친환경 설비를 갖춰 물 사용량을 10분의 1로 줄일 방법도 있지만 일반 워싱보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제조업체의 선호도가 떨어진다.

[지구촌 IN] 사막에 ‘쓰레기 옷 산’이?…패스트 패션의 그늘 (KBS 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이렇게 만들어진 청바지(그 외의 옷, 합성섬유)가 버려져 완전히 분해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200년이라고 한다. 내가 버린 옷이 나보다 더 오래 지구에 머물며 지구를 병들게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나도 늘 환경을 걱정하지만 환경 보호를 위해 행동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사실 환경 보호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떤 것이 해가 되는지 무지하다. 하지만 지속해서 하지 못하더라고 간헐적으로 환경 보존에 보탬이 될 방법을 생각한다. 2021년 그래도 환경을 위해 하나 한 것이 있다면 유행에 따르지 않았고, 옷을 거의 사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저가의 옷을 여러 벌 쉽게 사서 입고 버리지만 않는다고 하여도 지구 반대편에서 나의 옷 때문에 고통받는 일을 없을 것이다. 지구의 숨통을 조일 것인지 숨을 쉬게 할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내 옷이 나보다 더 오래 지구에 남아 지구를 병들지 않게 하길 바란다.

김은희, 소설가, (12월 23일 생) 대전일보 신춘문예 소설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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