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구글, 넷플릭스 등 빅테크 기업의 후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오픈넷의 국세청 공시 자료와 오픈넷 이사들이 참여하는 총회에 보고된 재정보고 자료 사이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미디어스는 오픈넷의 2018~2021년 총회 재정보고 자료를 입수했다. 미디어스가 국세청 홈택스 공익법인 공시와 입수한 자료를 대조한 결과, 해마다 총 지출액이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단법인 오픈넷 (사진=오픈넷)
사단법인 오픈넷 (사진=오픈넷)

먼저 2018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한 2018년 총회 재정보고에서 오픈넷의 1년 지출액은 국세청 공시 자료와 3900만~4700만 원가량 달랐다. 2019년 초 오픈넷이 내부에 보고한 자료에는 한 해 동안 2억 7686만 9371원을 지출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국세청 공시에는 오픈넷이 고유목적사업 준비금 전입액을 포함해 3억 2468만 7365원의 비용을 사용한 것으로 돼 있다. 전입액을 제외하더라도 오픈넷이 지출한 돈은 3억1611만5864원이다. 

지난 2019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한 2019년 총회 재정보고도 국세청에 공시한 자료와 차이가 있었다. 2020년 초 총회에 보고된 자료에서 오픈넷이 2019년 한 해 동안 지출한 돈은 2억 9506만 216원이다. 그러나 국세청 공시 자료에는 오픈넷이 2019년 3억2811만8138원을 지출한 것으로 돼 있다. 오픈넷은 재정보고 자료와 국세청 공시의 총 지출액 차이는 3305만여 원에 달한다. 

지난 2019년 세부 사업 내역을 살펴보면, '국제사업' 부분에서 총회 재정자료와 국세청 공시의 차이가 컸다. 오픈넷은 해외 정보인권단체와 연대를 맺고 인터넷 이슈에 대한 국제적 흐름을 파악하는 등의 명목으로 국제사업비를 쓰고 있다. 오픈넷 총회 자료에는 국제사업비로 1454만 2109원을 지출한 것으로 돼 있는데, 국세청 공시에는 5326만 6404원을 사용한 것으로 적혀있다. 공시와 재정보고 자료 사이에 3874만여 원의 차이가 있다.

지난 2019년 오픈넷은 빅테크 기업인 트위터에서 1만 달러의 후원금과 2만 달러의 광고지원금을 출연받은 것을 누락한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총회 보고자료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겨 있지만, 국세청에 공시된 출연기업 명단에서 오픈넷이 트위터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

지난 2021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한 2021년 총회 재정보고 자료에서 오픈넷이 한 해 동안 지출한 돈은 3억 9113만 6647원이다. 그러나 국세청 공시에서 오픈넷이 지출한 돈은 3억 8219만 9085원이었다. 오픈넷 재정보고 자료와 국세청 공시 사이에 약 900만 원 차이가 있다.

오픈넷은 인터넷/IT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한 공개 세미나·컨퍼런스 등을 '오픈세미나'라는 이름으로 개최하고 있는데, 2021년 지출된 금액의 차이가 컸다. 오픈넷은 오픈세미나에 2200만 5548원을 사용했다고 내부 재정보고 자료에서 밝혔는데, 국세청 공시에는 5841만 5237원을 지출한 것으로 돼 있다.

과거 비영리법인에서 활동했던 한 회계사는 "실제로 쓴 돈보다 회계처리된 돈이 더 많다면 횡령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황성기 전 오픈넷 이사장은 "이사진이 참여하는 총회 재정보고 자료와 국세청에 신고된 지출 총액이 달라 놀랐다"고 말했다. 황 전 이사장은 회계 불투명성 의혹에 대해 내부에서 문제제기를 했다가 지난달 20일 오픈넷 긴급 이사회에서 언론에 인터뷰를 했다는 등의 이유로 해임됐다.

황 전 이사장은 "총회 재정보고 자료와 국세청 신고 지출 총액이 다른 것에 대해 사후에 한 번도 보고된 적이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며 "박경신 집행이사가 임의로 처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국세청 공시와 재정보고 자료 사이에 차이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국세청 홈택스 공시 자료는 세무사에 의한 정확한 세무조정을 거친 후 공시가 이뤄진 공식자료"라며 "내부에 보고된 재정보고 자료는 내부 행정직원이 지출 내역을 일단 자체적으로 구분해 보고하는 말 그대로 '내부보고용' 자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손 변호사는 "사업이나 활동이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는 단체, 법인들은 지출 내역이 어느 한 카테고리만으로 딱 떨어지지 않고 중복적으로 해석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전문가도 달리 해석해서 분류할 수 있을 것이고, 이러한 이유로 공시자료와 내부 보고자료의 세부내역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박경신 오픈넷 집행이사는 "하나는 세무조정을 거친 자료이고 다른 하나는 세무조정을 거치지 않은 자료"라며 "2개의 자료에 차이가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오픈넷은 이날 오후 추가 반론을 보내왔다. 오픈넷은 지출 총액이 차이가 나는 것에 대해 "내부보고는 계좌상 입·지출내역을 기준으로 하고 세무사 사무실에서는 회계분개를 해 작성하기 때문에 (공시와)총액이 다를 수 있다"며 "총액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다면 인건비 근로소득세 기타소득세 예수금 차이"라고 말했다.

오픈넷은 트위터에서 받은 3만 달러에 대해 "1만 달러만 후원금으로 받고 2만 달러는 트위터 광고, 프로모션 프로그램을 활용할 기회를 지원받은 것"이라며 "2000만 원 이하의 소액 기부자는 공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후원금 내역이 나타나있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오픈넷은 구글에서 토론회 경비 지원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기업도 본인들이 후원하고 싶은 행사에 대해 얼마든지 후원을 할 수 있다"며 "오픈넷이 주최하는 망중립성 토론회 소식을 듣고 구글이 해당 행사에 후원 의사를 밝혀 후원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