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하, 한연노)가 'KBS 출연거부'에 나선 핵심 원인인 '출연료 미지급' 문제를 놓고 KBS와 한연노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22일 한연노는 KBS를 향해 '끝장토론'을 제안하고 나섰다.

▲ 한연노가 KBS 촬영거부를 선언한 지 9일째 되는 20일, 배우 이순재 등 원로 연기자들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출연료 지급을 촉구했다. ⓒ곽상아

KBS, MBC, SBS, EBS와 종편, 케이블TV 등에서 활약하는 탤런트, 성우, 개그맨, 무술연기자, 연극인 5000여명으로 구성된 한연노는 조합원들이 KBS 드라마 <공주가 돌아왔다> <도망자> 등에 출연하고도 약 13억원에 이르는 출연료를 받지 못했다며 지난 12일 'KBS 촬영거부'를 선언한 바 있다.

한연노는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출연료 미지급과 관련한) 실체적 진실을 밝힘과 동시에 외주제작 환경 개선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를 위해 양측 책임자들이 참여하는 끝장토론을 공식 제안한다"며 "더 이상 불확실한 사실과 관계자와 국민을 현혹하지 말고, 객관적 사실과 근거있는 자료를 통해 양쪽 주장의 진실을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연노 측은 한연노와 KBS의 책임자급 인사 3명이 참석한 토론회를 23일부터 25일 이내로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한연노는 "KBS가 이에 응한다면 우리는 성실히 준비해 토론에 임할 것이며 확인된 진실에 승복할 자세가 돼 있다"며 "토론 결과 양측이 원만한 합의에 이르게 된다면 그 즉시 촬영거부투쟁을 철회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토론을 통해 출연료 미지급 산정의 기초가 되는 KBS의 외주제작 실태를 확인하고 문제점이 있는지, 적법한 절차에 의해 진행됐는지를 확인하고자 한다"며 "KBS가 국민, 시청자, 연기자를 위한다면 이 토론에 참여하지 못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KBS를 압박했다.

한연노는 끝장토론 제안에 대해 "지난 11월 13일 KBS측과 첫 대면하는 자리에서 '2012년도 출연료 협상과 미지급 출연료 협상을 분리해 논의하자'는 KBS 측의 제안에 대한 한연노의 공식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KBS측은 "말도 안 된다"며 한연노의 제안을 일축했다.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22일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KBS는 국민적 관심 사안에 대해 토론의 자리를 마련하는 언론사이지 토론에 직접 나서는 곳이 아니다"라며 토론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배재성 실장은 "출연자들 미지급 문제를 가지고 KBS한테 토론에 나오라고 하는 것 자체가 상식 이하다. 만약 어느 단체가 언론사를 상대로 토론회를 요청하려면 적어도 그 사안이 국민적 관심사가 돼야 한다"며 "출연료 미지급과 같은 지엽적이고 개인적인 처우에 대한 것을 가지고 토론을 제안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KBS는 21일 보도자료 <한연노의 출연료 주장…진실은 이렇습니다>를 통해 출연료 직접 지불 등의 요구에 대해 "정부의 외주제작 인정기준에 의거, 외주프로그램으로 인정받지 못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거부한 바 있다.

또, KBS는 "한연노가 위력적으로 업무를 방해할 우려가 있어 (연기자대기실 등에 대해) 선별적으로 건물출입을 제한하고 있는 것은 법적 문제가 없다" "한연노 파업은 노동위 조정을 거치지 않은 불법 파업이다" "미지급사태 해결을 위해 KBS는 제작사 관계자들과 만나 해결을 종용했다" 등의 입장을 밝혔다.

한편,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는 22일 공식 입장을 발표해 "한연노의 출연거부 투쟁 사태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드라마제작사협회는 방송사를 향해 "방송사가 출연료 미지급 등으로 건전한 드라마 제작환경을 저해했다"며 "드라마 한류의 지속과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우려가 있는 불량제작사를 선별해 제작을 맡기지 않도록 책임있는 편성정책이 요구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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