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20대 대선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인터넷과 방송엔 대선 관련 보도가 넘쳐난다. 20대 대선은 총 14명이 출마했다. 하지만 언론보도는 거대 양당 후보에 집중돼 있다. 이런 와중에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가 대선 특집 다큐와 대담 <더초이스 2022>를 준비했다.

뉴스타파는 심상정, 오준호, 이백윤, 김재연, 김동연 후보 등 소수정당 후보 5명을 각각 초대해 1시간 반 정도 ‘대담’을 진행했다. 대선후보 구출 토크로 명명된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갈까?’ 시리즈다. <더초이스 2022> 기획 의도와 공개 후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더초이스 2022>의 MC를 맡았던 심인보 기자와 지난 1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심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더초이스 2022> 군소후보 5명과의 대담이 공개됐습니다. 결과물 나오기까지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 어떠셨어요?

“군소후보들이라고 해도 전부 대선 주자잖아요. 다들 바쁘셔서 일정 맞추기가 쉽지 않았고요. 또 저희 뉴스타파에 마땅한 스튜디오가 없어서 외부 스튜디오나 외부 중계팀 불러서 비용도 많이 들었습니다.”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

반응은 어때요?

“사실 저희끼리는 조회 수가 거의 안 나오지 않을까 예상했었어요. 그런데 조회 수 3만 회를 넘긴 후보도 있어요. 절대적으로 보면 많은 조회 수는 아니겠지만 잘 안 나온 후보도 거의 1만 회 가까이 조회 수가 많이 나오는 걸로 봐서 소수정당 후보에 대한 관심이 꽤 있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소수정당 후보와의 대담 의미는?

“대선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차기 국정을 이끌어 나갈 대통령을 뽑는 것이지만, 5년에 한 번씩 한국 사회의 방향에 대해 재점검하는 기회라고도 생각하거든요. 근데 한국 사회의 방향은 거대 양당 후보만 얘기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대선 공간에서 우리 사회 여러 문제를 두고 다양한 담론이 펼쳐지는데 양당 후보의 얘기는 그 폭이 굉장히 좁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만난 5명의 후보는 한국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다양한 진단과 해법을 가진 후보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후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가 대선이라는 공간이 우리 사회에 왜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시도였단 생각이 들었어요.”

<더초이스 2022> 대담은 이재명 vs 윤석열, 안철수 후보 다큐에 이어지는 건가요?

“애초 뉴스타파에서 <더초이스 2022>를 기획했을 때 모든 후보를 다 다룰 수 없기 때문에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후보까지만 다룬다는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저는 다른 후보들에게도 기회가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세 후보 외에 다른 사람들은 저희가 물리적으로 다큐를 제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니 ‘대담’ 형식을 통해서라도 유권자들에게 소개할 기회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이게 성사가 됐습니다.”

뉴스타파 [더초이스 2022] 이재명 vs 윤석열 편

다큐와 대담은 전혀 다른데?

“다르죠. 특히 이번에 <더초이스 2022>에서는 한 사람의 살아온 인생을 긴 호흡으로 조명해보자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때문에 그 사람의 삶의 이력을 제작진의 시선에서 봤단 말이에요. 어떻게 보면 제3자의 시각에서 만든 게 다큐인데, 대담은 당사자가 나와서 직접 이야기를 하죠. 제3자가 아니라 아무래도 본인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게 주가 될 수밖에 없죠.”

다큐는 다큐대로, 대담은 대담대로 비교가 되니까 유권자들은 정보 얻기가 좋지 않을까 싶어요.

“전적으로 동의하고요. 사실 대선 과정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보도들이 굉장히 파편적이잖아요. 어떤 후보의 전모를 보여주기보다는 특정한 면, 혹은 더 심하게 얘기하면 특정 사건과 관련된 아주 조그마하고 지엽적인 팩트 위주로 보도되다 보니 유권자들이 후보에 대한 정보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있었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말씀하신 것처럼 모든 후보에 대해서 다큐도 만들고 대담도 했더라면 더 좋았겠죠.”

대선 후보가 14명인데, 이 5명을 선정한 기준이 있을까요?

“이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일단 정치를 희화화하는 후보와 퇴행적인 얘기를 하는 후보는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하게 본 것이 정당입니다. 대선 후보는 정당을 대표해서 나오는데, 그 정당이 충분한 실체가 있는지를 중요한 기준으로 생각했어요. 이번에 대담을 진행한 다섯 후보는 모두 정당의 당원이 만 명 이상인 후보들이거든요. 그렇게 정치를 희화화하는 후보 제외하고, 퇴행적인 정치 담론을 유포하는 후보 제외하고, 그다음 실체적인 정당을 가진 후보를 선정하니까 다섯 명으로 좁혀졌습니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을 찍어야 한다면 누굴 찍겠냐' 질문에 심상정 후보는 놀라운 대답을 했다.-뉴스타파 [더초이스 2022] 대선후보 대담 ① 정의당 심상정 편

심상정 후보를 다큐가 아닌, 대담에 초대하셨는데?

“심상정 후보 본인이나 캠프에서는 흔쾌히 응해 주셨는데, 제가 생각할 때 미안한 부분이 좀 있죠. 심상정 후보는 기호 3번이고, 정의당이 원내 정당이지 않습니까? 진보 정치에서 심상정 후보가 가지는 상징성도 있고요. 그래서 <더초이스 2022> 다큐에 심상정 후보까지 4명을 다뤘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있습니다.

형식적으로도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한 편으로 묶여서 나갔고, 안철수 후보만 단독으로 나갔잖아요. 안철수, 심상정 후보를 묶어서 다큐를 만들었으면 좋았을 거라고 지금도 생각합니다. 근데 저희가 최종적으로 몇 편을 할 건지 결정해야 할 시기가 안철수 후보 지지율이 제일 높았던 때였던 거예요. 그래서 안철수 후보까지는 다큐 제작이 결정된 거고, 그 후 내부에서 심상정 후보 다큐도 만들어야 되지 않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만 사람이 너무 부족해서 그렇게 못했습니다.”

섭외하기 어려운 후보가 있었나요?

“아무래도 심상정 후보가 워낙 바쁘셔서 일정 잡기가 굉장히 어려웠고요. 김동연 후보도 섭외가 어려웠습니다. 김동연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부총리 출신이라는 점도 있어서 인터뷰를 조금 부담스러워하시는 면이 있었고요. 또 한 가지는 후보 등록 전, 김동연 후보께서 모든 일정을 잠정중단하던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하필 저희 대담 날짜가 그 시기에 물려 있었어요. 그래서 김동연 후보는 일정을 한번 취소하고, 그 뒤에 다시 일정을 잡아 대담이 성사됐습니다.”

다큐 만든 세 후보와의 대담도 생각하셨을 것 같아요.

“사실 세 후보한테도 제안하긴 했어요. 근데 저희가 제안한 시점이 이미 선거가 급박하게 돌아가던 시점이에요. 일정을 최소 2, 3주 전에 잡아야 하니 미리 말씀을 드렸는데도, 그때부터 2, 3주를 계산하면 후보 등록 이후가 돼버리는 거예요. 후보 등록 이후 후보들은 그야말로 시간을 거의 30분 단위로 쪼개서 쓰잖아요. 그런데 저희 대담은 최소한 2시간은 걸리니까 그 정도의 시간 내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여요.”

대담 진행할 때 분위기는 어땠나요?

“일단 언론 매체에서 소수정당 후보들에게 긴 시간을 할애해 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여러 후보께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굉장히 열정적으로 대담에 임해 주셨고요. 저희 역시 이분들의 얘기를 어디서도 길게 들을 기회가 없었잖아요. 저희도 이분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공부도 많이 했어요. 분위기는 굉장히 화기애애했습니다.”

“재판없이 감옥에 보내고 싶은 사람이 있나?”라는 질문에 이백윤 후보는 망설임 없이 이 사람을 꼽았다.- 뉴스타파 [더초이스 2022] 대선후보 대담 ③ 노동당 이백윤 편

인상적인 후보를 뽑는다면?

“사실 다섯 분 모두가 되게 인상적이었는데요. 심상정 후보의 경우 공약이라든지 주장하는 바가 지상파 TV토론 등을 통해서도 나가고 있기 때문에 알려진 바가 많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진보 정치의 좌장으로서 그분이 가진 고민과, 마지막 소임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이번 대선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른데 그런 각오를 가감 없이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요.

진보당 김재연 후보는 과거 통합진보당 해산 사태 관련해 여러 논란이 있었던 인물이잖아요. 그럼에도 이번에 당을 재건해서 거의 8만 명이 넘는 당원을 거느린 정당의 후보로 대선에 도전하는 거죠. 그동안의 어려움을 극복했던 이야기, 정치인으로서 스스로를 단련해 온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오준호 후보와 이백윤 후보는 기존의 두 거대 정당에서는 도저히 생각하기 힘든 신선한 시각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있고, 그런 점에서 한번들 꼭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김동연 후보는 역시 오랫동안 관료 생활을 하신 분답게 굉장히 경륜이 있고, 또 경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도전적이고 사회 변화를 열망하는 간절한 바람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결국, 다 얘기했네요(웃음).”

이백윤 후보 경우 거의 알려지지 않은 후보라 대담이 더 좋았지 않나 싶어요.

“맞아요. 이백윤 후보가 어느 집회에서 ‘전 국민 철밥통 시대를 열겠다’고 했는데 조중동 같은 보수 언론에서 이를 비판하면서 그때 한번 언론에 나왔거든요. 그리고 이 분이 주장하는 게 사회주의이기 때문에 일반인이 보기에는 거리감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직접 얘기를 들어보니 물론 급진적이지만 황당한 주장이 아니고, 이 사회에 대해 충분히 깊게 고민한 끝에 나온 결론이라는 걸 알 수 있었어요. 물론 이백윤 후보 당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시청자분들도 이런 생각도 할 수 있다는 걸 아마 알게 될 것 같아요.”

중간에 넣은 ‘OX 퀴즈’ 코너는 예능적 요소를 가미하려는 의도였을까요?

“김경래 선배가 사람들이 끝까지 볼 수 있게 하려면 중간에 주의를 환기하고 흥미를 돋우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하셨고, 그래서 급하게 짜 넣은 게 OX 퀴즈인데요. 막상 해보니까 그게 없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습니다. 진지한 얘기만 계속하면 지루하잖아요. 중간에 OX 퀴즈를 넣어주니 분위기도 환기가 되고 화기애애해졌단 점에서 매우 적절한 장치였던 것 같습니다.”

혹시 해보고 싶었는데 못한 것이 있다면요?

“어떻게 평가하실지 모르겠지만, 저희가 다섯 후보들께 공격적으로 질문을 하지 않았어요. 정말로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후보가 나왔더라면 조금 더 공격적으로 대담을 진행했을 텐데, 이분들은 일단 자신이 누구고 주장하는 바가 뭔지를 거의 처음 선보이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그래서 굉장히 순하게 진행했습니다.”

뉴스타파 [더초이스 2022] 이재명 vs 윤석열 편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아요.

“방송 보면 아시겠지만, MC 중 한 명이었던 강혜인 기자가 중간에 코로나 확진자와 접촉하는 바람에 두 편에 대해서는 박상희 기자가 MC를 맡았어요. 그것도 녹화 당일 아침에 소식을 듣고, 출근해서 앉아있던 박상희 기자를 바로 투입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잘해줬죠.”

5년 뒤 대선 때 또 이런 방송을 한다면 보완할 점 있을까요?

“무엇보다도 그때는 1등 후보부터 군소 후보들까지 모두 카메라 앞에 앉히면 좋겠어요. 조금 더 오래 준비해서 더 재미있고 더 알차게 준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담 진행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한국 정치를 보면 답답함을 느끼는 분들도 많지만 이렇게 소수 후보와 대담을 해보니, 우리가 잘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 정치의 변방에서 새로운 싹들이 움트고 있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려요.

“저도 유권자로서 선택지가 정말 이것밖에 없는가란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선택을 하고 싶어도 그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를 몰라서, 다른 선택을 하기 어려울 때가 많아요.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게 다양성이지 않습니까. 그런 다양함이 사라지지 않도록 하고 싶었고요. 그래서 투표는 유력 후보에 하더라도, 이런 새롭고 다양한 주장을 하는 정치세력이 있다는 점을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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