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통합 미디어법 마련과 미디어정책 전담부처 신설을 공약했다. 방송·통신 융합환경을 반영하지 못하는 미디어법 체계를 정비하고, 분산돼 있는 미디어정책 부처를 통합하겠다는 것으로 플랫폼이 아닌 콘텐츠에 초점을 맞췄다. 미디어스는 이재명 후보의 '제20대 대통령선거 정책공약집'을 11일 입수했다.

'콘텐츠' 중심 미디어 정책 통합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가 작성한 '제20대 대통령선거 정책공약집'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통합 미디어법제 마련과 미디어정책 전담부처 신설을 추진한다.

이 후보는 "'방송' 개념 재정비 및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정의 규정 마련과 방송·통신·인터넷 융합 환경에 부응하는 '콘텐츠'의 정의와 범위를 재편"할 것이라며 "플랫폼별 특수성을 반영해 플랫폼이 갖는 전송수단 중심에서 콘텐츠 서비스 중심으로 규제체계를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OTT와 기존 방송과의 차별적 규제체계를 개선하겠다. 스마트 미디어 시대의 신유형 미디어 콘텐츠와 플랫폼에 대한 진흥·규제 체계를 정비하고,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의 정의를 정립해 규제를 차별화하겠다"면서 "3개 부처로 분산되어 있는 미디어정책을 통할하는 전담 부처 신설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사진=연합뉴스)

그동안 정보통신 업계와 학계, 국민의힘 등은 ICT 중심으로 미디어 정책과 거버넌스를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디어 학계에서는 이 같은 통합이 국내 방송·영상 미디어산업의 진흥을 이끌어내지 못할 뿐더러 미디어 공공성 전반의 후퇴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이 이뤄져 왔다.

지난해 12월 한국미디어정책학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안정상 민주당 정보통신방송미디어 수석전문위원은 "수단이 목적을 엎을 수 없다. 목적은 '영상'(콘텐츠)"이라며 "인터넷으로 전송한다고 ICT와 미디어정책이 같이 가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안 수석전문위원은 "정보통신기술은 5G,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양자과학이 다 포함돼 있다"며 "모든 산업에 융복합화시키는 것인데 여기에 미디어만 그냥 붙여서 한다는 건 '한 지붕 두 가족'하겠다는 얘기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방송·영상콘텐츠 강국으로 도약"

이 후보는 방송미디어 분야 공약 상당부분을 방송·영상 콘텐츠 혁신을 위한 기반을 닦는 데 할애했다.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콘텐츠 가치 정상화 ▲콘텐츠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송사-제작사 간 공정거래 질서 확립 ▲중소제작사 지원 확대 ▲1인미디어 교육 지원 및 제작 역량 강화 ▲유료방송 불공정경쟁 개선 ▲지역·중소방송 활성화 등이다.

이 후보는 PP 콘텐츠 가치 정상화를 위해 장르별 채널평가위원회를 통한 프로그램사용료 지급 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PP 규모에 따라 '선계약-후공급' 제도, 방송분쟁조정위원회의 직권계약 조정제도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한국-외국 합작형 콘텐츠 제작·공급을 위한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세방화) 전략 추진 ▲국내 콘텐츠 사업자와 해외 플랫폼 간 공정거래 적극 지원 ▲국내·외 저작권 침해에 대한 제제·손해배상 강화 ▲콘텐츠 사업자 해외진출을 위한 인큐베이터 시스템 구축 등을 제시했다.

방송사와 제작사 사이 공정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이 후보는 ▲표준계약서 의무 적용 ▲불합리한 특약사항·권리합의서 작성 금지 법제화 ▲프로그램 제작기여도에 따른 제작사의 저작권·유통수익권 보장 ▲방송사-제작사 저작권 분쟁 시 방송법상 방송분쟁조정 규정의 우선 적용을 위한 법 개정 ▲글로벌 OTT 사업자의 국내 제작사에 대한 불공정한 수익 배분 규제 및 정당한 수익 보장을 위한 법적 장치 마련 등을 약속했다.

(사진=연합뉴스)

중소제작사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중소제작사에 대한 제작비 지원을 확대하고 방송법상 금지해위 중 불공정 거래행위 보호 대상에 제작사를 포함도록 법을 개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후보는 이통3사 중심의 유료방송 플랫폼 시장에서 불공정경쟁이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 ▲콘텐츠 제공·채널편성 변경 관련 불공정행위 금지 ▲특수관계 PP와 일반PP와의 차별적 거래 금지 ▲방송상품의 통신상품 부상품화 방지를 위한 회계구분·영업보고서 제출 의무 부과 ▲일정 범위를 초과하는 유무선 통신상품과 방송상품의 '결합판매' 제한 ▲일정 범위 이상의 차별적 현금경품 지급 금지 ▲방송시장 지배적 사업자를 '유료방송 시장집중사업자'로 지정하고 이용약관 승인제 도입 ▲유료방송 다양성 평가 지수 개발 및 평가 결과 재허가 심사 반영 등의 정책을 공약했다.

고사위기에 놓여 있는 지역·중소방송에 대한 지원이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후보는 지역·중소방송사 대주주의 지원에 비례해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 지원을 늘리는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고, 자체 제작비율이 높은 지역·중소방송사에 방발기금을 추가 지원한다. 또 지역·중소방송 지원을 위한 별도 기금 설치의 근거를 마련하고, 정부광고 중 방송광고 수수료의 일정액을 별도 기금 조성 재원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이 밖에 ▲정부광고 중 방송광고 결합판매 의무화 ▲정부광고 일정 비율 지역·중소방송 우선 배정 ▲지역·중소방송 정부광고 수수료 면제 또는 10% 이하로 감액 ▲지역·중소방송 '협찬광고' 수수료 우선 면제 ▲지상파·종편PP가 자율적으로 지역·중소방송사와 방송광고 결합판매 시 재허가·재승인 심사 가점 부여 ▲지역성 구현을 위한 지역방송 역할 재정립과 지원체계 마련 등의 공약이 포함됐다.

국내 OTT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는 ▲'최소 규제-최대 진흥 정책 원칙'에 따른 지원근거 규정 마련 ▲OTT 콘텐츠 제작 정책자금 지원 확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펀드조성 ▲OTT 콘텐츠 제작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이 후보는 글로벌 OTT사업자에 대한 공정거래 규제와 과세제도를 마련해 국내 사업자 역차별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방송사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이 후보는 방송의 보도·제작·편성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겠다고 했다. 방송사업자와 취재·제작·편성부문 종사자 대표가 동수로 추천하는 편성위원회 설치안이다. 이 후보는 방송편성규약 재·개정, 방송편성책임자 임명제청, 방송프로그램 편성·제작 자율성 침해, 시청자위원회 위원 추천 등 편성위원회 심의·의결 권한을 명문화하겠다고 했다.

현행 방송법은 방송사업자가 방송편성책임자를 선임해 자율적인 방송편성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종편·보도전문채널은 프로그램 제작 자율성 보장을 위해 종사자 의견을 들어 '방송편성규약'을 제정·공표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방송편성책임자 선임, 방송편성규약 제정에 대한 권한이 방송사업자에게 있다는 점이 구조적인 문제로 지적됐다. 방송사업자가 대주주나 경영진의 개입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구조 속에서 방송편성 자율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2014년 국회 여야가 방송사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구성 의무화에 합의했을 당시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종편을 소유한 주요 보수언론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20대 국회 방송법 개정안 논의의 최대 쟁점 중 하나는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구성 의무화였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당시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구성은 '노조의 방송장악'이라며 반대입장을 나타냈다.

지상파, 종편·보도PP

시청자 주권·장애인 방송접근권 강화

이 후보는 "시청자인 국민 중심의 방송을 위한 법·제도를 개선하고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시청자주권 정의 규정을 법에 신설하고, 방송사에 시청자권익보호 전담기구를 설치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시청자위원회는 선임제도를 공정하게 개선하고 위상은 강화한다. 유료방송에도 시청자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한다.

장애인 방송접근권 강화안으로는 자막·수어·화면해설 방송 확대를 제시했다. 이 후보는 자막·수어·화면해설 방송을 뉴스, 선거방송, 국가재난 긴급방송, 지상파·유료방송 주시청시간대·어린이 시청시간대에 우선적으로 전면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화면상에서 수어·화면해설 비율을 현재보다 2배 이상 확대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했다. 방송사·제작사 유인책으로는 방발기금 지원을 제시했다.

지상파 차별적 광고규제 개선… 언론재단 정부광고 독점 대행 개정

이 후보는 "지상파 광고에 대한 차별적 규제와 과도한 방송광고 금지 품목 규제를 개선하는 등 미디어 환경에 부합하는 광고제도로 재정비하겠다"고 했다. 이어 이 후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독점 대행' 논란이 있는 정부광고법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했다. 언론재단은 정부광고를 대행 하고 수수료 10%를 일괄징수하고 있다.

이 밖에 이 후보는 ▲미디어렙 크로스미디어 광고 판매 허용 ▲방송광고 결합판매제도 재정비 ▲홈쇼핑 연계편성 규제를 위한 협찬고지제도 개선 ▲광고주 홍보성 방송광고 행위 규제 강화 등을 공약했다.

지상파를 회원사로 둔 한국방송협회는 최근 발표한 '차기 정부 10대 긴급 정책개선 과제'에서 ▲광고·협찬제도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 ▲언론재단 정부광고 독점대행 구조 개선 등을 요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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