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마트 구성원들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멸공' 발언에 대해 '기업인'으로서 태도를 분명히 하라며 비판에 나섰다. 이마트 구성원들은 '자유인' 정 부회장이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켰다고 지적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이마트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한국노총 전국이마트노동조합(이하 전국이마트노조)은 12일 성명을 내어 "그룹의 주력인 이마트가 온라인쇼핑 증가 등에도 직원들의 노력으로 타사대비 선방하고 있는 어려운 환경에서 고객과 국민들께 분란을 일으키고 회사 이미지에 타격을 주는 정 부회장의 언행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전국이마트노조는 이마트 3개 노조 중 교섭대표노조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2022년 신년사 (유튜브 채널 '신세계그룹 뉴스룸')

전국이마트노조는 "본인이 하고 싶은 말 하는 것은 자유이나 그 여파가 수만명의 신세계, 이마트 직원들과 그 가족들에게도 미치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정말 '자유인'이며 '핵인싸'(크다는 뜻의 '핵'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을 의미하는 '인사이더'의 합성어)이고자 한다면 경영에서 손을 떼면 될 것이나, 본인 스스로 기업인이라 한다면 그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전국이마트노조는 정 부회장에게 "그간 사업가로서 걸어온 발자취를 한번 돌아봐야 한다"며 "pk마켓, 전문점, 삐에로쇼핑, 부츠, 레스케이프 등 모두 철수했거나 철수하고 있지 않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전국이마트노조는 "27년간 그룹 캐시카우(Cash cow, 확실한 수익창출원을 의미)인 이마트에서 벌어 들인 돈으로 수많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때를 놓치는 실기를 반복했다"면서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해도 '오너 리스크'라는 말이 동시에 나오고 있음을 우리 노조와 사원들은 걱정한다"고 했다.

이번 '멸공' 논란은 정 부회장의 조선일보 기사 공유로 시작됐다. 정 부회장은 지난 6일 인스타그램에 조선일보 기사 <"소국이 감히 대국에…" 안하무인 中에 항의 한번 못해>를 공유하며 '멸공' '반공방첩' 등의 해시태그를 달았다. 정유경 총괄사장이 이끄는 신세계인터내셔널 사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정 부회장은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대신 정 부회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이 실린 기사를 올리며 "나의 멸공은 중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8일 이마트 이수점에서 물건을 사는 모습 (사진=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8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이마트 이수점을 방문해 멸치와 콩을 산 후 SNS에 '멸치' '콩' 해시태그(#)를 달았다. 이후 나경원, 김진태, 최재형 등 국민의힘 인사들의 '멸콩(멸공) 챌린지'가 이어졌다. 이에 시대착오적 색깔론 공세로 국민을 갈라친다는 비판이 정치권과 언론에서 제기됐다. 이준석 당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챌린지는 과하다"며 수습에 나섰다. 윤 후보는 가까운 마트에 들러 장을 본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윤 후보는 11일 '#멸치 #콩에 정치적 의도는 없었나'라는 질문에 "저는 해시태그를 달아본 적이 없다"고 말해 추가 논란을 빚었다.

정 부회장은 후폭풍에 직면했다. 10일 신세계 주가는 전날 대비 7%(6.8%) 가까이 급락해 '오너리스크' 논란이 제기됐다. 신세계 인터네셔널과 신세계 I&C 주가도 각각 5.34%, 3.16% 하락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11일 인스타그램에 "사업하는 집에 태어나 사업가로 살다 죽을 것이다. 정치 운운 마시라"라면서 "멸공은 누구한테는 정치지만 나한테는 현실"이라고 적었다. 다만 정 부회장은 "내 갓 끈을 어디서 매야하는지 눈치 빠르게 알아야 하는 센스가 사업가의 자질이라면 함양할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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