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MZ 세대', '이대남' 등이 능력주의·반페미니즘을 내세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떠받쳤다는 것은 편합한 분석이며 이 대표 당선은 보수 야권 지지층의 차기 대선을 위한 '전략적 선택'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14일 한국일보는 기사 <'이준석 바람' 이끈 '이남자 현상'은 과대포장됐다>에서 "지난달 25~27일 실시한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20대 남성이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고 역차별을 느낀다는 이남자 현상은 실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과대포장된 측면이 다분했다"고 전했다.

14일 한국일보 '대선 D-9개월, 세대를 본다' 기획 지면·온라인 기사 갈무리

한국일보 여론조사 결과 '반페미니즘' 정서는 20대 남성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3040세대 남성도 반페미니즘 경향을 보였다.

'페미니즘이나 페미니스트에 거부감이 든다'는 질문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52.7%였다. 이 중 남성응답은 62.7%, 여성이 42.8%였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5.8%였다. 남성 (29.7%)보다 여성 (41.7%)이 많았다.

페미니즘에 거부감이 든다는 남성 응답자를 세대별로 보면 ▲20대 77.3% ▲30대 73.7% ▲40대 65.9% ▲60대 이상 51.7% ▲50대 51.4% 순이었다. 20대 외에 3~40대 남성들 사이에서도 페미니즘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페미니즘은 남녀 평등보다 여성 우월주의를 주장한다'는 질문에 대해 '동의한다'는 응답은 50.6%(남성 61.9%·여성 39.6%)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 38.8%(남성 31.0%·여성 46.4%)보다 많았다. '동의' 응답 중 남성 응답자를 세대별로 보면 ▲20대 75.9% ▲30대 67.7% ▲40대 68.1% ▲50대 52.6% ▲60대 이상 50.7% 순으로 나타났다. '남성 역차별에 대한 피해의식'을 느끼는 세대 역시 20~40대 남성으로 나타난 셈이다.

능력주의와 경쟁에 대한 긍정 인식은 60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경쟁에서 이긴 사람에게 더 많은 몫이 돌아가야 한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사람은 63.0%였다. 세대별로 ▲20대 61.3% ▲30대 57.4% ▲40대 62.7% ▲50대 63.6% ▲60대 67.0%로 나타났다. '경쟁은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질문에도 ▲20대 56.4% ▲30대 61.3% ▲40대 70.2% ▲50대 72.1%, ▲60대 이상 80.0%로 2030 세대가 오히려 평균을 밑돌았다.

한국일보 기사에서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전세대적으로 접근해서 풀어야 할 문제들을 정치권이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 20대 남성만을 타깃으로 하면서 '20대 남성의 문제'로만 만든 측면이 크다"며 "이는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든 요소"라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이번 조사는 청년들이 추동하고 있는 정치권의 '세대교체 바람'의 근원을 파악하는 데 적지 않은 함의를 주는 결과"라며 "정치권과 언론에서 20대 남성을 비롯한 2030 세대에 대한 오해와 통념을 걷어내고 보다 객관적이고 정교한 분석틀로 바라볼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휴대전화 문자·이메일 등 URL 발송을 통한 웹조사 방식, 성인남녀 3000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1.8%p)

13일 한겨레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이준석 대표 당선이 세대교체? 전략적 선택이다">

13일 한겨레 성한용 선임기자는 이 대표 당선을 '세대교체'가 아닌 보수 야당 지지자들의 '전략적 선택'이라고 봤다. 성 기자는 "많은 언론이 이 대표 당선을 '세대교체'라는 열쇳말로 설명하고 있다. 그런가?"라고 반문하며 이 대표의 '세력부재'와 '미약한 명분'을 이유로 들었다.

성 기자는 "세대교체에는 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거꾸로 되돌아가지 않는다"며 "지금 이 대표는 혼자다. 당장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등을 임명해야 하는데 중진 의원들을 쓸 수밖에 없다"며 "새대교체를 하고 싶어도 세력이 없기 때문에 할 수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이어 성 기자는 "명분이 약하다"며 "이 대표가 내세우고 있는 명분은 문재인 정권 심판, 정권교체, 86세대 밀어내기 정도다. 세대교체 명분으로는 약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성 기자는 "여러분은 이 대표가 20~30대 유권자, 이른바 'MZ세대'의 가치를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라고 물었다. 성 기자는 "20~30대 유권자들이 이 대표처럼 여성·청년 할당제를 반대할까? 공정한 경쟁만 보장되면 아무런 불만이 없을까? 이 대표 당선으로 20~30대가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 세력으로 등장했을까? 전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성 기자는 보수 야당 지지층이 대선 승리를 위해 젊은 층 유권자를 끌어모으기 위한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조수진·배현진·김재원·정미경 등 '강성'으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신임 최고위원들을 언급하며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의 전투에서 밀리지 않을 ‘싸움꾼’들을 당 지도부에 배치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대표 선출도 그런 맥락"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성 기자는 경향신문과 한겨레에 각각 실린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칼럼 <'이준석 현상'을 이해 못하는 이들에게>, 이병천 강원대 명예교수 칼럼 <역풍의 시간 : 이준석 현상, 제대로 보고 있는가>를 소개했다.

7일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경향신문 칼럼 <'이준석 현상'을 이해 못하는 이들에게>, 11일 이병천 강원대 명예교수 칼럼 <역풍의 시간 : 이준석 현상, 제대로 보고 있는가>

안병진 교수는 7일 칼럼에서 "이준석은 지금 새로운 시대정신 중 하나인 능력 만능주의 전도사이다. 물론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지적처럼 능력주의는 애초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결국 엘리트들의 영구지배를 완성해간다는 점에서 야비한 논리"라면서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 사회 기득권 정치는 능력주의만이 아니라 부족주의의 특징이 강했다"고 했다.

안병진 교수는 "이준석은 ‘싸가지’ 없는 능력주의자(및 기술만능주의자)일 수는 있어도 최소한 자기 진영을 무조건 감싸지 않았다"며 "원래 능력주의는 부족주의에 비해서만 보면 상대적으로 자유주의로의 진화이다"라고 썼다.

이병천 교수는 11일 칼럼에서 "이준석이 세대교체 열망을 타고 있는 건 맞고 이걸 ‘이준석 현상’으로 부르는 것도 좋다. 하지만 정말 그가 구태정치를 깨고 세대교체 열망을 실현할 수 있는 인물, 전향적 보수혁신을 가져올 정치인일까"라며 "매우 불평등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약육강식의 실력경쟁으로, 여성과 사회적 약자, 소수자를 차별하고 혐오하게 해 ‘이대남’의 지지를 얻는 전략으로 새로운 전향적 변화와 보수혁신이 일어날까"라고 따져 물었다.

이병천 교수는 "이준석이 내건 공정경쟁 담론이 전혀 새로운 게 아니고 약육강식의 정글보수 프레임에 줄을 대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이준석은 약자의 정치를 무장해제시키고, 젊은 세대에 대해서도 새 희망을 주기는커녕 그들을 동원하며 희망을 고문하는 자의 얼굴을 갖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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