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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역의 미친X’- '내 편'의 힘, 코믹로맨스 외피 입은 치유의 드라마[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 승인 2021.06.11 18:41

[미디어스=이정희] 5월 24일부터 카카오TV와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 중인 <이 구역의 미친 X>는 정신과 병원 동기인 남녀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이다. 

시작은 비 오는 날이었다. 비 오는 날만 되면 기분이 더럽다 못해 한없이 우울해지는 두 사람이 있다. 그날도 어김없이 비가 왔고, 노휘오(정우 분)와 이민경(오연서 분)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더할 나위 없이 미친 X라고 생각하며 시작된 관계다. 

이 구역의 미친 X

카카오TV 오리지널 <이 구역의 미친 X> 포스터

휘오는 열혈 경찰이었다. 그는 마약 판매상을 잡기 위해 상부의 허락을 받지 않고 잠복중이던 술집에 들이닥쳤다. 비가 무던히도 쏟아지던 날, 현장을 덮쳤지만 범인은 도망쳤다. 그 과정에서 후배 경찰이 칼에 찔려 중상을 입었다. 설상가상으로 들이닥친 다른 경찰들은 영장도 없이 그곳을 덮친 그를 접대를 받는 경찰로 몰았다. 

그 사건으로 그는 모든 걸 잃었다. 그의 자부심이었던 경찰직도 약혼자도. 그리고 그는 이제 '분노조절 장애' 환자가 되어 정신병원을 다니는 ‘백수'다. 

그래도 휘오는 겉보기엔 멀쩡해 보인다. 하지만 민경은 한눈에 보기에도 미친 X처럼 보인다. 대낮에 검은 선글라스, 그리고 머리에 꽂은 꽃 한 송이. 제정신처럼 안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그녀가 스스로 자신에게 씌운 방어막이다. 미친 X니 다가오지 말라고 하는. 

카카오TV 오리지널 <이 구역의 미친 X>

한때는 멀쩡하게 직장을 다니던 커리어우먼이었다. 애인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애인의 아내가 찾아왔다. 애인이라던 남자는 알고 보니 유부남이었다. 회사에까지 모든 사실이 알려졌고, 졸지에 상간녀가 되었다. 그런데 그녀를 속였던 유부남은 한 술 더 떴다. 그녀와의 동영상으로 그녀를 협박했고 폭력을 휘둘렀다. 그를 피해 도망치던 날, 그날도 비가 왔었다. 

휘오와 민경은 둘 다 억울하다. 피해자다. 하지만 그들이 속한 집단은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는커녕, 그들을 몰아냈다. 그래서 휘오는 분노한다. 반면 민경은 도망쳤다.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사람들을 피해서. 자신을 해치려는 그 누군가를 피해서. 아니 민경이 도망치려던 건 어쩌면 믿을 수 없는 자기 자신으로부터였을지도. 그래서 민경은 '강박 장애'가 되었다. 

그렇게 피해자여야 하지만 그 반대의 처지가 되어버린 두 사람은 마음의 병을 앓는다. 그런 두 사람이 홍직아파트 506호, 507호 옆집에 살게 되고 같은 정신병원을 다니며 부딪친다.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만 있다면 

카카오TV 오리지널 <이 구역의 미친 X>

휘오를 '사나운 개'라 저장한 민경은 휘오를 ’치한, 양아치‘라 오해한 사건을 경과하며 그에 대한 경계를 푼다. 그가 자신의 의지에 상관없이 경찰직을 잃게 된 사실을 알게 되며 연민을 느끼게 된다. 정신과 의사에게 '사나운 개'지만 자신을 물지 않는다며 미소를 짓기에 이른다. 그리고 함께 강아지를 찾고, 민경에게 호신술을 가르쳐가며 두 사람은 연민을 넘어 사랑의 싹을 틔운다. 

<청춘시대>, <검사내전>을 만든 이태곤 피디의 작품인 만큼, <이 구역의 미친 X>는 로맨스 드라마이지만 이 시대가 낳는 '심리적 상흔'에 집중한다. 처음 비만 오면 각자 가지고 있던 심리적 트라우마가 들춰져서 고통받던 두 주인공은 서로에게 마음을 열며 자신의 상처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다.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벌어진 사건으로 인해 자신을 놓았던 두 사람은 갖가지 해프닝을 통해 자신을 조금씩 되찾아 가게 된다. 

비 오는 날을 힘들어하던 두 사람은 드디어 '비 오는 걸 싫어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그동안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자기 자신으로 돌려 분노조절장애와 강박장애에 시달리던 두 사람이, 자기 자신이 '이상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른 것이다. 어쩌면 ‘세상이 이상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 두 사람은 이제 세상으로 인해 한없이 작게 웅크렸던 어깨를 조금 펴기 시작한다. 

카카오TV 오리지널 <이 구역의 미친 X>

자신을 모르는 곳으로 도망쳤다던 민경에게 그녀를 학대했던 전남친의 어머니가 찾아와 합의를 종용하며 괴롭히자 민경은 다시 한번 흔들린다. 그리고 휘오가 그녀에게 위급하면 불라던 호루라기를 비를 맞으며 한없이 분다. 

휘오는 그녀를 찾아낸다. 그리고 다시 민경이 동네 주민들에게 이사를 종용받고 힘들어 할 때 민경을 찾아와 그녀만의 '편'이 되어줄 것을 다짐한다. 세상 모두가 믿지 않아도, 심지어 자기 자신마저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편'이 되어주겠다는 단 한 사람, 그 사람으로 인해 민경은 '미소'를 짓게 된다. 

<이 구역의 미친 X>는 세상에서 버림받고 홀로 상처받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사랑 이야기이다. 드라마는 섣부르게 로맨스를 열기 이전에 서로가 가진 '상처'를 들여다 봐주려 한다. 인간적인 연민이야말로 '사랑'의 결정적 계기가 된다. 그리고 사랑은 무엇보다 '나의 편'이 되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휘오와 민경이 조심스레 트라우마의 경계를 지나 서로에게, 그리고 세상을 향해 한 발씩 나아가는 과정은 로맨스 드라마를 넘어 상처와 치유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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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가 이정희  5252-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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