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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안경 벗으면 진짜가! ‘이 구역의 미친X’의 미덕[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 승인 2021.06.21 18:29

[미디어스=이정희] 카카오TV 오리지널 드라마 <이 구역의 미친 X>는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노휘오와 강박장애를 가진 이민경이 홍직아파트 506호와 507호, 옆집에 살게 되며 그려지는 로맨틱 멜로드라마이다. 

공황장애가 생소한 용어가 아닌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노휘오와 이민경이 각자 겪은 사건으로 인해 심리적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건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그러기에 두 사람이 '치유'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과정은 그들의 사랑만큼이나 보는 이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든다. 

또 한 사람의 이웃일 뿐 

카카오TV 오리지널 <이 구역의 미친 X>

그런데 <이 구역의 미친 X>은 두 주인공뿐만 아니라 그 외 등장인물을 통해서도 우리의 마음을 덥혀준다. 두 사람이 사는 곳은 홍직아파트. 아직도 어두운 밤 뒷골목에서 바바리맨이 등장하는 변두리의 아파트 단지이다. 

첫 번째 해프닝은 느닷없이 출몰하기 시작한 바바리맨을 잡기 위해 아파트 부녀회가 야간순찰을 돌며 시작된다. 노휘오(정우 분)가 전직 형사였다는 걸 알게 된 부녀회장은 노회오를 찾아가 야간순찰을 함께 돌 것을 종용했고, 노휘오는 아줌마들의 격려에 힘입어 못이기는 척 야간 순찰에 합류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부녀회장, 부회장, 총무 이른바 ‘부녀회 삼총사’가 한 사람을 붙잡고 실랑이를 벌이는 것을 보고 노휘오가 다가간다. 부녀회가 붙잡아 바바리맨으로 몰고 있는 사람은 여장 남자였다. 남자인데 여자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아줌마들은 그를 '변태'로 몰아갔고, 당연히 '바바리맨'이란 논리적 비약의 결론을 내리며 그를 범죄자 다루듯 하고 있었다. 

카카오TV 오리지널 <이 구역의 미친 X>

상황을 파악한 노휘오는 그가 아무런 해를 입히지 않았는데 단지 여자 옷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범죄자 다루듯 해서는 안 된다며 그의 편을 들어준다. 그리고 바바리맨을 목격한 바 있는 편의점 알바생은 그가 자신이 본 바바리맨이 아니라고 확언한다.

으슥한 골목에서 여장을 한 남성을 만나면 어떨까. 우리도 저 아파트 부녀회 삼총사처럼 편견 어린 시선으로 대하지 않을까? 드라마는 이상엽(안우연 분)의 성적 정체성에 대해 정의하지 않는다. 그가 어떤 성적 정체성을 가졌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알고 보면 멀쩡한 노휘오나 이민경처럼, 그 역시 또 한 사람의 우리의 이웃일 뿐이다. 

그렇게 부녀회 삼총사에게 바바리맨으로 몰릴 뻔했던 이상엽은 이후 아파트 이웃으로서 활약을 톡톡히 한다. 위장 잠입수사를 하려는 노휘오에게 그가 가진 여성복을 빌려주고 분장을 시켜주는가 하면, 여자친구와 함께 등장한, 편의점 알바생의 예전 남자친구와의 조우에서 남자친구인 척 자존심을 세워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그를 변태로 몰았던 부녀회를 도와 이민경을 괴롭히는 전 남친 모친의 실체를 밝히는 데 일조한다. 물론, 그 이전에 부녀회의 사과가 있었다. 

뻔한 아줌마들? 정의의 사도 삼총사 

카카오TV 오리지널 <이 구역의 미친 X>

홍직아파트 부녀회는 그간 여러 드라마에서 그랬듯, 이른바 '동네 아줌마'들의 클리셰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자기 집 거실에 앉아서도 소리만 듣고도 동네에 무슨 일이 생기는지 다 아는 오지라퍼 부녀회장. 인터넷 서핑을 하다 거기에 나온 이민경을 연상케 하는 내용에 댓글을 달고, 맘카페에 퍼다 나르는 온라인 오지라퍼 부회장. 전업주부의 헛헛함을 낮에는 열렬한 부녀회 활동과 밤에는 음주로 달래는 총무. 이들 삼총사의 첫인상은 ‘아줌마’에 담긴 상투적 잣대에서 그리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기에 이 부녀회 삼총사는 종종 트러블 메이커가 된다. 앞서 '여장 남자'란 이유만으로 다짜고짜 변태로 몰아간다거나, 이민경을 찾아온, 전 남친의 모친이 하는 연극에 속아 아파트값이 떨어진다며 이민경에게 이사를 가 달라고 통보하는 식이다. 

하지만 많은 드라마들이 아줌마들을 트러블 메이커로 소모하는 것과 달리, <이 구역의 미친 X>는 이들을 '진정성 있는 이웃'의 모습으로 승화시킨다. 

카카오TV 오리지널 <이 구역의 미친 X>

이상엽을 변태로 몰았던 삼총사는 노휘오의 충고에 따라 빵까지 사들고 가 사과한다. 덕분에 이상엽은 이후 이민경의 억울한 사연을 풀어주는 데 톡톡히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또한 이민경에게 이사를 가 달라고 했던 이들은 이상엽의 도움과 편의점 알바생의 '팩폭'에 힘입어 진실을 알게 되고 이민경에게 사과한다. 또한 이민경을 부녀회에 스카웃함은 물론, 이민경을 '나쁜 년'으로 만들었던 전 남친의 모친을 직접 찾아가 그녀에 대한 마타도어를 종식시키도록 만드는 해결사 역할을 한다. 

<이 구역의 미친 X>는 미친X처럼 보이던 두 주인공이 알고 보면 그들에게 가해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란 사실을 밝혀내듯, 주변인물 역시 우리 사회가 흔히 가진 편견 어린 시선을 넘어 그들의 '진짜' 모습을 찾아간다. 

덕분에 밤마다 여자 옷을 입고 거리를 배회하는 남자는 편의점 알바생에게 위로를 전하고, 컴퓨터 활용 능력으로 정의를 구현하며 따뜻한 이웃이 된다. 아파트값에 일희일비하던 부녀회 멤버 역시 알고 보면 자신들의 색안경에 의연히 사과할 수 있고, 날마다 아파트 주변을 방범 순찰하듯 이웃을 지켜주는 '보디가드'가 될 수 있는 정의로운 이웃임을 보여준다. 멀리서 보면 미친X 같던 사람들이 한 걸음 다가가 보면 다들 따뜻한 우리의 이웃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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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가 이정희  5252-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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