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정희] JTBC 드라마 <로스쿨>은 배우 김명민만큼이나 화려한 출연진으로 화제를 모았다. 첫 회 주인공 양종훈(김명민 분)이 선배이자 오랜 악연의 한국대 로스쿨 겸임 교수 서병주(안내상 분) '살인 용의자'가 되는가 싶더니, 회차를 거듭하며 용의자가 바뀐다. 화려한 출연진들은 저마다의 사연으로 살인 용의자로, 혹은 증인으로 법정에 서게 된다.

양종훈의 바통을 이어받은 건 서병주의 제자이자 조카 한준휘(김범 분)였고, 그 뒤를 이은 이는 강솔B(이수경 분)였다. 7회에는 강솔A와 서지호(이다윗 분)가 양종훈 교수 측 참고인으로, 8회에는 전예슬(고윤정 분)이 검사 측 증인으로 법정에 선다.

JTBC 수목드라마 <로스쿨>

그런데 흥미로운 건 스토리의 중심은 서병주 살인 혐의를 맡은 양종훈의 재판이지만, 그 과정을 통해 법정에 선 학생들의 법조인으로서의 성장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8회, 양종훈은 자신을 범인으로 구속하려 하는 검사 진형우(박혁권 분)에게 일침을 가한다. 자신이 법복을 벗고 로스쿨 교수가 된 이유는 바로 진형우 같은 '법꾸라지'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고. 8회까지 진행된 <로스쿨>은 양종훈 교수의 살아있는 교육 현장이다.

서로를 의심했던 부녀

JTBC 수목드라마 <로스쿨>

알고 보니 로스쿨 부원장의 딸이었던 강솔B.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솔B는 법조인 집안의 명예를 위해 학대에 가깝게 딸을 다그치는 엄마의 성화에 지쳐가는 형편이었다.

딸을 남편이 못 이뤄준 꿈, 법조인으로 만들고자 한 엄마는 서병주 교수의 논문을 베껴 입시에 활용했고, 그 사실이 드러날 상황이었다. 그로 인해 서병주와 엮인 아버지와 딸, 하필 그 상황에서 서병주가 죽은 것이다.

아버지와 딸은 서로를 믿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아버지의 책상 위에 놓인 양종훈의 노트북, 아버지가 평소 사용하던 커피 슈거로 딸은 아버지를 의심했다. 그리고 법조인이 되고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듯한 딸의 정신상태를 아버지 역시 의심한다. 그래서 아버지는 아마도 딸이 자신의 논문 표절을 문제 삼은 딸이 서병주를 죽였을 것이라는 의심에서 대신 자백을 선택한다. 아버지 강주만은 증인으로 선 법정에서 자신이 살인범이라 말한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을 예측했던 양종훈의 '배려' 덕분에 아버지와 딸은 뒤늦게 오해를 푼다. 그리고 표절을 불사하며 어머니의 목표를 향해 달리던 강솔B는 그 아우토반의 궤도에서 비껴 서기 시작한다.

불법도 마다하지 않던 서지호의 법적인 복수혈전

JTBC 수목드라마 <로스쿨>

이런 식이다. 검사 서병주의 피의사실 공표로 인해 아버지를 잃었다고 생각하는 서지호에 대한 가르침 역시 재판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앞서 진형우 검사의 양종훈에 대한 피의사실공표 고소장을 서지호에게 쓰게 했던 양종훈. 하지만 진형우는 출소해 서병주의 운전기사로 일했던 이만호(조재룡 분)를 이용해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다.

그 서지호가 증인으로 법정에 설 기회를 얻는다. 그리고 그 법정에서 서병주가 언론에 피의사실을 흘려 아버지를 죽음에 몰아넣었음을 만천하에 폭로한다. 때문에 외려 양종훈은 불리하게 되었지만, 서지호는 한준휘의 도움으로 그 사건의 피의사실 사전 공표 주범이 죽은 서병주가 아니라 진형우 검사임을 알게 된다. 서지호는 5년을 헛되게 보냈다고 후회했지만, 양종훈은 경계를 넘어서며 복수를 꿈꾸던 제자 서지호에게 제대로 된, 그리고 법조인으로서 당당한 복수의 기회를 만들도록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이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로스쿨에 온 학생들. 그들은 로스쿨을 나서면 법조인으로서 날개를 달고 훨훨 나는 시간을 고대하며 고된 학습의 시간을 견딘다. 수많은 법문의 사례, 형법, 민법 등 다양한 법의 과정, 그걸 암기해 시험을 보고 통과하면 법조인이 될 것이라 믿는다. 그 과정에서 양심이나 도덕적 고민 따위는 배제된다.

양종훈의 살아있는 교육

양종훈은 파렴치한 법조인이 되어버린 서병주로 인해 법복을 벗게 된 과정, 그리고 여전히 판치는 진형우 같은 검사를 보며 법조문을 달달 외는 방식의 로스쿨 학습만으로는 또 다른 ‘법꾸라지’만을 양성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서병주 살인 혐의로 서게 된 재판 과정을 양종훈은 로스쿨 학생들의 ‘살아있는 교육 과정’으로 활용한다.

JTBC 수목드라마 <로스쿨>

8회, 검사 측 증인으로 나선 전예슬은 양종훈이 설탕 대신 필로폰을 커피에 섞는 것을 보았다고 증언한다. 예슬은 차기 대권주자 고형수의 아들인 애인의 폭력과 동영상 유포 협박 때문에 법정에 선다. 양종훈은 전예슬이 증인으로 나설 것임을 예측했지만 설득하지 않는다. 장래 법조인이 될, 법을 공부하는 제자에 대한 믿음을 앞세운다.

강솔A에게 유급 운운하며 닦달하고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한준휘를 돌려세우듯, 양종훈은 저마다의 고민에 빠져있고 로스쿨 과정을 그저 수단으로만 여기던 학생들을 법의 여신이 든 저울처럼 공평한 ‘법’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로 거듭나도록 만든다.

그리고 양종훈이 집요하게 파고드는, 포기하지 않는 목표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가 법복을 벗는 계기가 되었던 고형수 의원과 서병주의 커넥션. 그 배경이 되는 고형수 의원의 불법적인 선거 운동과 비리, 그 원대한 타겟이 그 비밀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한다.

과연 포기하지 않는 법조인과 그의 깨우침으로 진정한 법조인으로 거듭나기 시작한 로스쿨 학생들이 저 거악을 상대로 어떤 일전을 벌일 것인가. 드라마 <로스쿨> 궁극의 관전 포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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