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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좋아하는 사람은 기자 지망생들 뿐”[시사주간지 리뷰] 여전히 고통받는 태안주민들
민임동기 기자 | 승인 2008.03.23 09:19

기자 되는 거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죠. 요즘 기자가 3D 직종 가운데 하나라는 말이 있는데요 기자 생활, 참 고달프고 힘들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그래도 주변의 인정이나 사명감 등으로 이런 생활 자체를 견디어냈는데 최근에는 언론에 대한 신뢰도 자체가 추락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젊은이들이 되기도 어렵고 돼도 힘든 기자로 살아가기 위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고 하네요. 언론인이 존경받지 못하는데도 젊은 기자들은 미친 듯이 뛰어다닌다고 합니다. 이들이 언론에 ‘목 매는’ 까닭, <시사IN>(제27호/2008년 3월22일)이 짚어봤습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기자직 … 지망생들의 고민

<시사IN>이 기자 지망생 6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5%는 “기자의 사회적 위상이 예전과는 달라졌다”라는 데 공감했습니다. 지난 2006년 한국언론재단이 현직 기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와 비슷한 수치입니다. 당시 현직 기자의 77.2%가 ‘기자의 위상 추락’을 느낀다고 답을 했는데요, 다만 지망생과 현직은 그 이유를 다르게 분석한 것이 특징입니다. 지망생은 첫째 이유로 ‘언론 신뢰도 추락’을 꼽았지만 현직은 ‘올드 미디어의 영향력 감소 등 언론 환경 변화’를 들었습니다.

   
  ▲ <시사IN>(제27호/2008년 3월22일)  
 
기자직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지망생의 고민도 커지고 있습니다. 58.5%의 지망생이 ‘현직 기자의 정치권 대거 이동’ ‘위상 추락’ 등에 다소 또는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기자 지망생 심은지씨(24)는 “존경할 만한 기자 선배가 계속 현직을 지키지 않고 다른 곳에 빠져버리면 기자를 준비하는 사람 처지에선 힘이 빠진다”라고 말했습니다.

신입 기자들은 대개 고된 나날을 보냅니다. 수습 때는 경찰서에서 2~3시간씩 쪽잠을 자고 집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들어갑니다. 규모가 큰 언론사 5곳 정도를 제외하면 월급도 대졸 초임 연봉 평균치에 못 미치죠. 예전에는 이렇게 힘든 기자 생활을 시대정신과 소명의식이라는 자기만족으로 보상받았는데 지금은 그런 분위기도 아닙니다. 해마다 수습기자 20~30%가 사직서를 쓰고 있는 실정입니다.

일부 언론사는 구타까지 자행 … 해마다 20-30%가 사직서

어떤 언론사에서는 구타까지 자행되고 있습니다. 한 언론사 신입 기자는 “우리 회사 사회부장은 후배를 막 때린다. 열받는 일 있으면 뭘 던지기도 한다. 못 피하면 맞는 거다”라고 말했습니다. 회사 간부도 그 사실을 알지만 눈을 감고 있다고 합니다. 기자를 그만둔 한 사람은 “언론사 조직은 군대와 비슷하다. 아니, 변하고 있는 군대보다 뒤떨어졌다”라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사실 “기자를 좋아하는 사람은 기자 지망생뿐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조적인 의미가 내포돼 있는 그런 말인데요, 하지만 기자 지망생들은 기자를 자유롭고 힘센 직업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83%가 ‘사회적 영향력’과 ‘자유로운 근무 환경’을 기자직의 매력으로 꼽은 것은 이를 잘 말해 주고 있습니다.

사실 ‘기자는 약한 자를 돕고 사회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직업’이라는 기대는 옛말이죠. 현실에서는 잘 이뤄지지 않으리란 것도 이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내가 하면 조금이나마 바뀌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믿음 같은 게 있다”고 이들은 말합니다. 삼성 비자금 보도처럼 가끔씩 기자들이 사회적 소임을 할 때, 그럴 때 자신들을 들뜨게 한다고 하네요.

참고로 이번 조사에서 기자 지망생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언론사는 KBS였고, MBC·한겨레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경향신문·SBS·조선일보·<시사IN>·중앙일보도 선호도가 높은 매체로 조사됐습니다.

빚 더미 안고 건강 엉망인 채 사는 태안 주민들

   
  ▲ <한겨레21>(제702호/2008년 3월25일)  
 
<한겨레21>(제702호/2008년 3월25일)이 바닷가를 끼고 있는 의항2리와 모항1리 두 마을에 사는 106가구를 만나 사고 이후의 생활실태를 조사했습니다. 조사 대상 106가구 가운데 83%인 88가구가 기름 유출 사고 뒤 “수입이 전혀 없다”고 했습니다. 생업의 터전인 바다에서 일을 할 수 없게 된 마을 주민들은 지금 모두 방제작업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아침 8시30분이면 태배, 호랭이목, 청운대, 가뫼, 신내리 등으로 흩어집니다. 아직도 바다 앞의 돌을 뒤집으면 기름이 흥건한 지역이 많다고 합니다.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다녀간 곳은 어느 정도 깨끗해졌지만,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한참 떨어진 의항리 쪽은 여전히 기름 냄새가 코를 찌르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기름 유출 다음날인 지난해 12월8일부터 일요일만 빼고 매일같이 기름 제거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이렇게 일한 게 넉 달째지만 이들이 ‘방제작업 인건비’를 받은 것은 12월 한 달간 20여 일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인건비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던 주민들은 지난 석 달간 빚을 얻어 생활을 꾸렸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전체 가구 중 45가구가 지난해 12월7일 이후 “부채가 생겼다”고 답했습니다. 은행 대출(23가구), 신용카드 현금서비스(6가구), 마이너스 통장(6가구) 등을 주로 이용했습니다. 지난 설 연휴 이전에 우선 지급된 생계비 덕에 부채 비율이 어느 정도 낮아지긴 했습니다. 생계비는 A~D등급까지 차등 지급됐는데. 많이 받은 집은 470만원, 적게 받은 집은 100만원 선이었습니다.

“기름 유출 사고 뒤 죽고 싶다”

취재 중에 만난 적지 않은 주민들은 말 한마디 하기 싫다는 표정이거나, 잔뜩 화가 난 표정이었다고 합니다. 가족·이웃 간의 다툼도 부쩍 잦아졌습니다. 조사에 응한 106가구 중 79가구가 “사고 뒤 주민 갈등이 심해졌다”고 답했습니다. 갈등 원인으로는 ‘정부 지원 및 보상과 관련한 입장 차이’(58가구), ‘사소한 의견충돌’(17가구)을 많이 꼽았는데요, 응답자의 31명이 “부부싸움이 잦아졌다”고 밝혔고 15명은 “가족 간에 대화를 거의 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설문에 응한 주민 63명이 “기름 유출 사고 뒤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다”고 밝혔는데요, ‘경제적 어려움’(44명), ‘생계 대책 없음’(29명), ‘정부와 기업의 무책임한 태도’(23명)를 그 이유로 꼽았습니다. 태안 주민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도 빨간등이 켜지고 있는데요, 경희대 강남한방병원이 3월13일 만리포 바닷가에 무료 진료소를 열자, 주민 300여 명이 찾아와 “눈이 껄끄럽고 시리고 아프다” “온몸이 쑤신다” “우울하다, 자꾸 눈물이 난다, 괴롭다” 등 갖가지 증상을 호소했다고 합니다. 안과 질환, 근육 통증, 우울 증상 등이었는데 정말 특단의 대책마련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민가 앞마당에 지뢰가 굴러다니고, 공병대가 제거 작업을 벌인 지뢰 폐기물이 마을 공터에 산처럼 쌓였고, 그런 곳이 대한민국에 있다고 합니다. <시사IN>(제27호/2008년 3월22일)이 이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민가 앞마당에 지뢰가 굴러다니는 곳이 대한민국에 있다

   
  ▲ <시사IN>(제27호/2008년 3월22일)  
 
지난 3월7일 <시사IN>은 방치된 ‘지뢰 마을’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 두현리에 자리한 한 농가 앞마당과 도로 기슭 야산을 방문했습니다. 논밭과 비닐하우스, 축사 등으로 둘러싸인 이 마을은 놀랍게도 민통선 이남 후방 지역에 있었는데요, 이곳에 지뢰가 얼마나 매설돼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합니다. 군 당국에 문의한 결과 이 일대는 미확인 지뢰 지대라 매설 지도와 같은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취재팀과 이 지역을 동행한 민간 폭발물 탐지 전문가가 호미로 신호음이 들리는 언 땅을 조심스레 긁어나가자 금속성 지뢰 7개가 머리를 내밀었습니다. M3 대인지뢰 2개, M7A2 대전차 지뢰 5개였습니다. 갈퀴로 낙엽을 긁어보니 한 군데서는 아예 땅 위로 솟아나온 네모난 철제 도시락통 모양의 M7A2 대전차 지뢰가 굴러다녔습니다. 인근 수천 평의 야산에 지뢰가 널렸지만 폭발 위험 때문에 취재팀은 5m 반경 너머로는 더 탐색하지 못하고 되돌아섰다고 합니다.

최근 군 당국에 이 마을 지뢰 매설 정보와 함께 지뢰 제거를 요구했지만 매설 지도를 갖고 있지 않아 ‘미확인 지뢰 지대’라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합니다. 1988년 정부가 이 지역을 민통선에서 해제하면서 지뢰 제거는커녕 매설 실태 조사조차 하지 않고 그냥 풀어버린 것인데요, 남북 화해 기류를 타고 지난 몇 년째 이 일대는 백학 농공단지가 들어선다며 땅값이 들썩거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서울 등 외지에서 온 투자자와 나들이 행락객이 수시로 오가 지뢰 사고 위험은 더욱 커졌습니다.

지난 2월15일, 군부대와 연천군청의 허가를 받아 마을 뒤편 과수원 개간 작업을 하던 굴삭기 기사 천기수씨(37)는 점심 식사를 막 끝내고 굴삭기에 오르려는 순간 ‘펑’ 하는 굉음과 함께 의식을 잃었습니다. 대전차 지뢰가 폭발했기 때문인데요, 폭발 방향이 반대편이라서 다행히 큰 부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폭발음의 충격으로 고막 이상이 생긴 천씨는 현재 통원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계속 발생하는 지뢰사고 … 부분적인 지뢰제거가 대책의 전부

이뿐만이 아닙니다. 2006년 11월14일, 연천군 석장리 김모씨 밭에서 정지 작업을 하던 굴삭기가 대전차 지뢰를 밟아 파괴되면서 기사 이모씨와 밭주인 김씨가 온몸에 40여 바늘을 꿰매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또 지난해 4월28일에는 파주시 적성면의 한 밭에서 평탄 작업을 하던 굴삭기 기사가 대전차 지뢰 폭발로 인해 부상을 당하고 굴삭기 궤도가 날아가버리기도 했습니다.

지난 2005년부터 주민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지뢰 제거 민원이 많은 지역을 골라 연천군청에서 군 공병대에 의뢰해 부분적인 지뢰 제거 작업을 벌여온 것이 그나마 대책의 전부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행정관청과 군부대가 벌이는 지뢰 제거 작업은 산림 훼손과 지뢰 폐기물 유기 등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는 겁니다.

이 지역 지뢰 제거 폐기물 더미 옆에는 수개월 동안 작업에 동원된 군인들의 손난로와 군화·통조림 깡통·전투식량 비닐 등 각종 군용 폐기물이 산더미를 이루고 있다고 하는데요, 토양을 치명적으로 오염시키는 금속 가루 성분이 든 군용 손난로들은 포장지가 썩은 채 토사와 뒤엉켜 있다고 합니다. 주민들이 수차례 지뢰 폐기물을 처리해달라고 진정을 냈지만 땅주인이 알아서 처리하라는 답변뿐이었고, 최근 민군협력회의에 참석해 다시 이 문제를 꺼내니까 군에서는 그냥 불질러버리라고 했다고 합니다.

민임동기 기자  mediagom@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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