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예산을 지원하는 '팩트체크 오픈플랫폼'이 닻을 올린다. 정부가 지원하는 팩트체크 센터가 적절하느냐는 논란에 휩싸여 온 만큼 관건은 독립적 운영이 될 것으로 보인다.

9일 방송기자연합회는 오는 12일 팩트체크 오픈 플랫폼 출범 기자간담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시청자미디어재단에 보조금을 지급해 해당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플랫폼 구축은 방송기자연합회가 맡아 추진 중이다. 언론, 전문가그룹, 시민이 함께 팀을 이뤄 팩트체크 대상을 선정·검증해 이용자들에게 공개하는 체계를 갖는다. 전문 팩트체커 양성도 주요 사업목표 중 하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날 방송기자연합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KBS, MBC, SBS, EBS, YTN, MBN, 연합뉴스, 한겨레, 뉴스타파, 뉴스톱, 미디어오늘 등의 언론사가 팩트체크 오픈플랫폼에 참여의사를 밝혔다.

이른바 '가짜뉴스'로 불리는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대응방안 중 하나로 팩트체크가 부상한 이후 지난해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민간 팩트체크센터 지원 논의가 시작됐다.

정부는 '지원은 하되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8월 방통위 양한열 방송정책국장은 '디지털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팩트체크 '오픈플랫폼'이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 팩트체크 한다거나 팩트체크 주제를 선정하는 식으로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책추진 초반부터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팩트체크 플랫폼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불편부당성, 공정성, 객관성 등을 강조하더라도 정치권 현안이 팩트체크 아이템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 지원을 받는 팩트체크 플랫폼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권에 따라 정부의 지원·운영방침이 변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팩트체크 오픈플랫폼에 참여하는 인사들이 편향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문화일보 등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은 신태섭 시청자미디어센터 이사장이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 출신이라는 점, 팩트체커 양성교육을 하는 강사진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뉴스톱 대표, 뉴스타파 기자 등 '친여'인사들이 포함됐다는 점을 들어 편향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국회 과방위 전문위원실은 '2021년도 방송통신위원회 소관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서'에서 "팩트체크 오픈플랫폼이 이용자에게 불편부당하고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팩트체크 대상의 선정과 검증과정 일련의 절차에 객관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팩트체크 전문역량 강화’ 내역사업에서 ‘전문 팩트체크 교육’ 및 ‘시민 팩트체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이 역시 팩트체크에 관한 지식 및 사고 전달이라는 측면에서 교육커리큘럼 및 강사, 교육 분야 등에 있어 객관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정부청사, 방송기자연합회 로고. (사진=미디어스)

현재까지 팩트체크 오픈플랫폼 내부 운영상황을 들어보면 정부 개입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9일 복수의 팩트체크 오픈플랫폼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기자들과 시민들이 팀을 이뤄 팩트체크 아이템 선정 등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작업은 철저하게 '바텀업'(Bottom-up, 상향식)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방송기자연합회는 소위 '진보' '보수'로 일컬어지는 정치적 성향을 고려하지 않고 각 언론사에 팩트체크 오픈플랫폼 참여를 제안한 상태다. 방송기자연합회 관계자는 팩트체크 오픈플랫폼 공정성 논란에 대해 "이미 관련 운영지침을 만들어 두었다"며 출범 간담회에서 자세한 내용들이 설명될 것이라고 했다.

팩트체크 오픈플랫폼에 제기되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는 '국제 팩트체킹 네트워크'(International Fact-Checking Nework, IFCN) 인증이 꼽히고 있다. IFCN은 팩트체크 국제 강령을 마련해 이를 준수하는 팩트체크 기구에 '인증' 마크를 부여하고 있다. IFCN의 팩트체크 국제 강령은 ▲불편부당성과 공정성 ▲정보(원)의 투명성 ▲자금과 기관의 투명성 ▲방법론의 투명성 ▲개방적이고 정직한 정정 등이다.

지난 5일 민주당 정필모 의원은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팩트체크 오픈플랫폼에 대해 불편부당성, 공정성, 객관성 등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지만 해외 국가들의 사례를 보면 정부는 운영비만 대고, 운영은 독립적으로 하는 기구들이 있다"면서 "국제 팩트체킹 네트워크(IFCN) 인증 등을 통해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고 본다. 예산을 확실히 확보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IFCN 인증을 받은 기구는 80개이고, 대한민국은 JTBC 1개 뿐"이라며 "저희가 추진하는 오픈플랫폼도 가급적 빠른 시일 내로 IFCN 인증을 받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방송기자연합회 관계자 역시 "IFCN 인증 획득을 위한 작업 착수를 논의 중"이라고 했다.

한편, 방통위는 내년도 '인터넷 환경의 신뢰도 기반 조성 사업' 명목 예산으로 10억 4천만 원을 편성했다. 이 중 팩트체크 오픈플랫폼 운영비는 1억원이다. 팩트체크 자동화 웹페이지와 실시간 이슈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에는 각각 1억 6천만원, 1억원이 편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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