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정희] 메릴 스트립, 지나 데이비스, 나탈리 포트만, 케이트 블란쳇, 클로이 모레츠, 리즈 위더스푼, 산드라 오 등등. 전부는 아니지만 분명 이름을 들어왔고, 이름만이 아니라 이들이 출연한 영화를 기억할 만한 할리우드의 유명 여배우들이다. 이들 여배우들이 한 영화에 출연했다. 바로 이다. 2018년 작품 가 EBS 국제다큐영화제(EIDF 2020) ‘여, 聲(성)’ 섹션에 초대되었다. 할리우드 대표 여배우 96명이 출연했다 해서 화제가 된 영화. 하지만 그보다도 놀라운 사실은 아카데미상을 무려 3번이나 받은 메릴 스트립을 비롯하여, 저 내로라 하는 배우들이 일하는 현장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오랜 시간 '차별'받아왔다는 점이다. 누가 이 유명
[미디어스=이정희] EBS 국제다큐영화제(EIDF)가 올해로 17회를 맞이했다.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상황 속에서 '다시 일상으로- 다큐, 내일을 꿈꾸다'라는 슬로건으로 8월 17일부터 23일까지 7일간 진행되고 있다. 영화제는 경쟁 부문인 페스티벌초이스(글로벌/ 아시아)와 함께 여성, 예술, 교육, 무형유산 등 다양한 분야의 목소리를 전하고자 한다. '다큐 속 무형유산' 부문에서는 우리나라의 씨름 등 세계 각국의 문화유산이 다뤄지고 있다. 그중 은 세상의 편견 속에 사라져 가는 '기생'의 문화적 존재를 증명하고자 한다. 부산 박물관 앞에서 벌어진 '수영야류' 공연. 부산 수영구에서 전승되는 이 '탈놀이'가 전수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동래 권번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디어스=이정희] 나이듦은 많은 것을 내려놓게 한다. ‘성’도 그중에 하나이다. 2002년 박진표 감독은 일흔이 넘은 노인들의 사랑, 그중에서도 '성'을 포함한 사랑을 를 통해 이야기했다. 그로부터 십수 년이 흐른 2020년, 과연 70줄의 노인들에게 성적 정체성이, 그로부터 비롯된 ‘존재의 증명’이 의미 있다고 하는 데 공감할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그런 의미에서 8월 20일 개봉한 영화 는 역설적인 질문을 던진다. 69세에 성폭행을 당하면 효정(예수정 분) 씨는 69세 여성이다. 간병인 생활을 하다 만나게 된 동인(기주봉 분) 씨와 현재 함께 지내며 퇴직 후 그가 연 헌책방에서 일을 돕고 있다. 오십견이 오도록 홀로 일하며 지내다 늘그막에 비로소
[미디어스=이정희] 우리나라의 작년 합계출산율은 0.92명으로 2011년(1.24명)보다 0.32명 감소하여 역대 최저를 기록하였다. 세계 203개국 중 꼴찌이다. 이 기록이 암담한 것은 저출산과 관련하여 2011년 이후 10년간 평균 21.1%씩 증가시킨 총 209조 5000억원을 정부가 쏟아부은 결과라는 점이다.(한국경제연구원) 도대체 저 엄청난 나랏돈을 쏟아부었음에도 왜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늘지 않을까? 역설적으로 그 이유를 8월 16일 방영한 에서 찾을 수 있다.14세 소년이 어른들과 함께 현수막을 들고 나섰다. 거기에 써있는 건 '아빠를 고발합니다'라는 문구. 소년은 자신의 아버지를 아동학대로 고발했다. 우리나라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아동의 보호자는
[미디어스=이정희] 지난 2017년 6월 10일 첫선을 보인 드라마 tvN 은 방영과 동시에 화제가 되었다. 6월이었지만 이미 한여름과도 같았던 시절, 그런 더위를 잊게 해줄 만큼 한겨울을 배경으로 서늘하게 막을 열었던 은 검사 황시목이 방문한 집에서 목격한 살인사건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3년이 지나 방영된 시즌2, 통영 지청에서 원주 지청으로 발령을 받은 처지인 황시목 검사는 안개가 자욱한 통영 해안도로를 지나다 다시 한번 '두 청년'의 죽음을 목격하게 된다. 사건, 황시목과 한여진의 재회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인간', 사람들은 황시목(조승우 분)을 그렇게 표현했다. 어릴 적 받은 뇌수술로 감정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미디어스=이정희] 십시일반(十匙一飯), 열 사람이 한 숟가락씩 보태면 한 사람이 먹을 밥 한 공기가 만들어진다는, 즉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면 한 사람을 돕기 쉽다는 말이다. 그런데, MBC 수목드라마 에서 그 뜻은 '역설적'으로 활용된다. 여럿이 힘을 모아 한 사람을 돕는 게 아니라, 여럿이 힘을 모아 한 사람을 죽였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만큼이나 신선한 설정으로 시작된 8부작의 반전 넘치는 전개가 도달한 결론은 뜻밖의 '진실'이다. 모두가 의심스럽다 예고편은 마치 삼복더위를 날려줄 '납량 특집극'처럼 분위기를 잡는다. 아니나 다를까. 1회가 끝나기도 전에 등장인물 중 가장 돈이 많은
[미디어스=이정희] 눈에 멍이 들고 온몸이 퉁퉁 부은 여자아이가 편의점에 나타났다. 지난 5월에 발생했던 창녕 여아 탈출 사건이다. 머리를 쇠몽둥이로 때리고 감금과 고문에 가까운 가혹 행위를 했던 이 사건, 2019년에만 43명의 아이들이 '가정에서의 학대'로 숨졌다. 2013년 6,796건, 2015년 11,715건, 2018년 24,604건으로 아동학대 사건은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 1998년 부모가 남매를 학대, 결국 죽은 딸은 마당에 암매장하고 발견된 동생 영훈이는 다리미와 쇠젓가락으로 인한 상처가 있었던 '영훈이 남매 사건' 그리고 이어진 1999년 소아암에 걸린 신애를 방치한 사건은 전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고 가정 문제에 사회가 개입하는 것을 거부하던 '관습'을 뚫고 20년 만에 아동복지
[미디어스=이정희] 공감 능력과 죄책감 결여, 낮은 행동 통제력, 극단적인 자기 중심성에 기만, 이런 성향을 높게 나타내는 사람을 반사회성 인격 장애, 사이코패스라고 정의한다. tvN 도현수의 어릴 적 친구라는 김무진 기자(서현우 분)는 도현수를 '사이코패스'라고 단언한다. 그런데 사이코패스면 다 '살인범'이 되는 것일까? 사이코패스면 무조건 다 나쁜 놈일까? , 등을 통해 관습적이고 통념적인 관계에 역설적인 질문을 던져왔던 김철규 피디가 이번에도 그 단어만으로도 범죄가 연상되는 '사이코패스'라는 주인공을 통해 '인간'에 관해 묻는다. 사이코패스의 과거 자타공인 '사이코패스' 도현수(이준기 분). 어릴 적부터 남들과 다른 행동
[미디어스=이정희] 엄마에게 아이는 또 다른 '나'이다. 의 엄마 재키는 아들 앤젤로에게 자신의 질을 통과한 '소유권'을 주장하지만, 굳이 그 과정이 아니더라도 한 생명이 탄생되기까지 정자의 역할을 제외한, 피와 살과 뼈가 이루어지는 과정 전체는 오롯이 엄마의 몫이다. 그러기에 엄마는 아이를 세상 밖에 내놓아도 언제나 또 다른 나를 대하듯, 나의 일부로서 그리고 나를 통해 등장한 생명에 대한 일체감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그런 엄마의 '동일시'와는 다르게 엄마를 통해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아이는 어느덧 독립적 인격체로서 무럭무럭 성장해 가고 독자적인 삶을 향한 지향과 열망을 가지게 된다. 엄마의 사생활 따위 아랑곳없이 밤새 잠 안 자고 보채던 시절 '나의 시간'을 갈구했지
[미디어스=이정희] 8월 1일 방영된 KBS1 1부 ‘병든 신세계’ 편에서 취재팀은 UHD 카메라를 앞세워 세계 미국, 중국, 일본, 이탈리아, 브라질 등 7개국의 코로나19 현장을 담아냈다. 코로나19에 무방비하게 당한 여러 국가에서는 대한민국의 사례가 등장했다. 국가의 기민한 대처,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그 어느 국가보다 신속하게 코로나19를 제압하여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준 나라. 여전히 진실조차 드러내지 못한 채 국민들에게 그 피해를 전가하는 수많은 국가에 비하면 정말 우리나라는 자부심을 가질 만했다. 하지만 그 자부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다큐는 덧붙인다. 1부에 이어 8월 2일 방영된 편에서는 지난 200일 동안의 주
[미디어스=이정희]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원인 모를 감염병이 확인됐다. 해가 바뀌어 1월 9일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코로나19 발생 200일, 지금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은 1610만 명, 아직도 하루에 20만 명의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19, 21세기의 판도를 바꾼 감염병. 그 '팬데믹' 현장의 기록을 KBS가 전한다. 국가는 어디에 있나? '기껏해야 감기 정도'라고 장담했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브라질 정부는 '브라질에 바이러스는 존재치 않는다'며 마스크 쓰기나 외출 자제를 권고하지 않았다. 심지어 3월 15일에는 그런 정부 입장을 지지하는 관제 시위까지 등장했다. 5월 11일에는 창궐하
[미디어스=이정희] 5월 17일 첫 방송된 가 21부작으로 7월 26일 막을 내렸다. 평균 5%를 넘는 시청률. 수려한 연출과 일관성 있는 전개는 그동안 작품성 있는 사극에 목마른 시청자들의 갈증을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는 제 아들을 통해 왕좌의 꿈을 꾸었던 점바치 최천중의 야심으로 시작된 이병주의 원작 소설을, 강직한 강화군수 아버지를 둔 양반가 자제였지만 권문세가의 야욕에 희생되어 멸문지화의 위기에 몰린 최천중(박시후 분)이란 인물로 새로이 각색해냈다.과거에 급제했던 총명한 선비 최천중은 요절할 운명이라는 산수도인의 예언으로 관직에 나가는 대신 강화군수인 아버지를 돕는다. 그러나 장동 김문의 모략으로 인한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그 자신도 생명이 위태롭
[미디어스=이정희] 우리나라 가족 드라마에는 일종의 전형이 있다. 가족에게 닥친 어려움, 경제적이거나 혹은 가족 중 누군가가 아프다거나 하는 '위기' 상황에 뿔뿔이 흩어졌던 가족들은 위기를 기회로 다시 뭉친다. 얼굴 붉히며 싸웠더라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힘을 모아 가족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간다. 그리고 가족의 갈등은 어느 틈에 얼음이 녹듯 풀어지고 가족들은 함께 웃으며 그래도 '가족이 최고여~’ 하며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함께 위기를 헤쳐나가는 것만으로 그간 가족 간에 내재돼 있던 갈등이 해소될 수 있을까? tvN 역시 가족이 행복하게 함께 웃으며 16회의 막을 내렸다. 그런 면에서는 여느 가족 드라마의 엔딩과 다르
[미디어스=이정희] TV조선 는 최근 방송 중인 작품 가운데 유일한 사극으로 5%대의 안정적 시청률을 확보하며 고군분투 중이다(7월 19일 5.1% 닐슨코리아). 이병주 작가가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10권 분량의 방대한 내용을 21부작 드라마로 압축하여 전개, 매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18일 방송된 18회 마지막 장면, 대원군의 허락을 받지 않은 채 고종이 최천중과 그의 아버지를 사면복권하며, 최천중을 잡으려 군사를 풀었던 대원군의 허를 찌르는 반격을 개시했다. 최천중은 3년 전 대원군에 의하여 쫓기다 결국 사랑하는 이와 헤어져 이역만리까지 유배 아닌 유배 생활을 해야 했다. 그동안 사랑하는 여인 봉련은 대원군의 볼모가
[미디어스=이정희] 100회, 200회, 300회, 그리고 400회를 함께 했다. 그리고 7월 17일, 이 500회를 맞이했다. 당연히 500회도 이 프로그램과 함께 했다.코로나 팬데믹 시대, 공개 방송이었던 은 함께 울고 웃던 관객들과 더 이상 자리를 함께 할 수 없었다. 그간 100회 세션맨 특집을 비롯하여 늘 신선한 아이디어로 자축연을 벌였던 특집들은 그 자리를 빛낸 주인공들에게 한없는 박수 세례를 쳐주었던 관객들의 열기로 그 자리가 더욱 빛났지만 2020년 500회 특집에 박수를 쳐줄 관객들의 자리는 비었다. 하지만 '위기'는 또 다른 기회라고, 은 관객들의 자리에 '추억'을 앉혔다. 바로 그저
[미디어스=이정희] 단막극의 장벽은 높았다? 4부작 가 첫 회 야심차게 4.2%로 출발했지만 2,3%대의 장벽을 넘지 못했다.(2회 3.2%, 3회 2.4%) 하지만, 단막극의 장벽이라기엔 kbs2 가 2.7%, jtbc의 가 2.084%(닐슨 코리아 7.15 기준)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볼 때 수목극 전체의 문제라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시청자 주도형의 콘텐츠가 융성하면서 불가피하게 받아들 수 밖에 없는 결과물 중 하나라 할 수 있겠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는 mbc 극본 공모 당선작답게 신선한 플롯의 전개를 3,4부에 걸쳐 선사했다. 지난 1,2회 방영된 드라마에서는 아파트에서 떨어져 사망한 양수진(박신아 분
[미디어스=이정희] 지방에 사는 지인이 졸혼을 했다. 집이 팔렸고 부부는 각각 집을 얻었다고 한다. 가부장적인 남편에 아내가 오래 힘들었고, 갱년기가 찾아온 아내가 지나온 시절의 힘겨움을 토해냈을 때 이번에는 남편이 맞춰주는가 싶었는데 결국 부부는 각자의 길을 떠났단다. 그 얘기를 듣고 우선 들었던 생각이 ‘그러면 아이들이 고향에 돌아오면 어디로 가지?’였다. 그런 이야기를 하자 아이들은 그게 뭔 문제냐는 반응이지만 그래도 거기에 생각이 먼저 멈춘다. tvN 에서 김상식 씨(정진영 분)와 이진숙 씨(원미경 분)도 그랬다. 말썽꾸러기 부모가 되고 싶지 않은 부부 진숙 씨와 함께 음악회에 가기로 한 날, 상식 씨는 꽃
[미디어스=이정희] 수목 드라마들이 고전 중이다. 방영 전 정치편향성 논란이 일었던 KBS2 는 3.3%, JTBC 는 2.02%의 저조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닐슨코리아 기준). 지상파와 종편의 차이를 든다 하더라도 도토리 키재기인 처지이다. MBC의 역시 3.2%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드라마와 달리 4부작이라는 점에서 는 선방이라고 볼 수 있다. 는 MBC 드라마 극본 공모에서 우수상을 받은 서영희 작가의 작품으로 ‘미스터리 스릴러’를 표방한다. 드라마는 '달의 이면'을 말하고자 한다. 달의 공전과 지구의 자전 주기가 같아 40억 년 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달의 뒷면이 인간 문명의 결과물
[미디어스=이정희]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모래알처럼 스르르 빠져나갔다. 언제 우리가 가족이었나 싶게 모두가 흩어져갔다. 가족이었지만 서로가 이제 더는 '가족'이기를 주저하자 원심력은 빠르게 가족을 흔들어 놓았다. 이제 중반을 넘어선 tvN (이하 가족입니다)의 처지이다. 하지만 서로의 민낯을 확인하고 돌아서려는 순간 무언가가 서로를 끌어당긴다. 서로가 확인한 민낯이, 서로가 던졌던 속에 담아두었던 한 마디가, 상처였다고 고통이었다고 생각한 것들이 이제 다른 의미로 서로를 붙잡는다. 가부장적 사랑, 그 족쇄를 풀다 김상식(정진영 분) 씨와 이진숙(원미경 분) 씨의 결혼은 한평생 기울어진 시소와 같았다. 그런데 그 기울어짐에 대한
[미디어스=이정희] 삭막한 도시가 연상되는 회색빛 담벼락 앞에, 혹은 스산한 해변가에 한 소녀가 서 있다. 온 세상을 담을 듯 커다란 눈망울. 그림을 보는 순간 배경도, 소녀의 옷도, 머리도 사라지고 그 눈망울에 담긴 애잔한 감성에 압도된다. 이 그림을 보고, 이 소녀를 보고 어떤 느낌이 들까? '저는 이 그림에 전쟁이 끝난 후 부모를 잃고 남겨진 전쟁 고아의 슬픔을 고스란히 담았습니다.'공감하는가? 이 그럴 듯한 한 마디에 2차 대전 후 미국 사람들은 마음을 열었다. 그리고 지갑을 열었다. 마크 로스코나 잭슨 플록과 같은 추상 미술이 주류였던 1950~60년대 미국 미술계에서 인형처럼 큰 눈을 그린 저 그림들을 전시할 기회조차 얻을 수 없었다. 겨우 자리를 잡은 것이 술집 벽 한편.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