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막을 내린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SBS 단독중계로 촉발된 스포츠 중계권 문제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문화연대 체육문화위원회가 주최한 이번 토론회에는 밴쿠버 올림픽 독점중계로 논란의 중심에 선 SBS를 비롯해 KBS 스포츠중계 제작팀장과 시민사회, 학계가 참석해 스포츠 중계권과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열띤 논의가 진행됐다. 중계권과 관련해 이해가 첨예한 지상파 방송사들은 물론, 시민사회와 학계까지도 중계권 논란과 관련해 합의점을 찾지 못할 만큼 다양한 의견과 시각이 제시됐다.

▲ 문화연대 토론회, <스포츠 중계권 분쟁, 무엇을 남겼나?> 지상파 방송 3사의 카메라가 모두 출동했고, 많은 기자들이 자리를 메워 스포츠 중계권에 대한 세간 관심을 반영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단독 중계에 대한 평가는

발제자인 이영주 미디어문화정치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SBS의 밴쿠버 올림픽 단독중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감추지 않았다. 이영주 연구원은 발제를 통해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은 SBS를 통해서만 중계됐고, KBS와 MBC는 관련 화면을 뉴스에도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제약을 받아야 했다”며 “시청자들은 SBS 이외의 다른 채널을 통해 편집방송이나, 재구성, 다시보기나 하이라이트 등 여러 형식들의 올림픽 관련 콘텐츠를 접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김춘길 KBS 스포츠중계 제작팀장도 “SBS가 어떠한 합당한 논리를 가지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단독으로 방송하는 것이 시청자들을 위한 것이었는지 의문”이라고 SBS의 단독중계를 비판했다.

반면 주영호 SBS 정책팀 연구위원은 이러한 비판에 대해 응수했다. 주영호 위원은 “SBS의 단독중계를 두고 캐스터 선택권, 해설위원 선택권이라는 듣보잡 용어도 나오고 있다”며 “해설위원 한 사람을 두고 중계방송 프로그램의 질을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또 “김연아의 피겨경기 해설하는데 ‘아~ 황홀합니다’라는 해설과 기술수준을 분석하는 해설은 시청자들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앞선 발제자, 토론자와 다른 시각에서 평가를 내렸다. 밴쿠버 올림픽 중계는 SBS 단독중계의 문제도 있지만, KBS와 MBC의 안일한 대응 역시도 SBS만큼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양문석 사무총장은 “KBS, MBC는 이번 올림픽 취재 보도를 못했다”며 “KBS와 MBC는 중계권 이전에 보도를 먼저 이야기해 SBS의 충분한 양해를 받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중계권과 보도는 전혀 다른 범주에 속하는데 언론사의 기본적인 책무에 해당하는 보도를 포기한 해당 방송사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또 양문석 사무총장은 “해설자의 문제는 올림픽이 끝난 후에 항상 논란이 됐다”며 “SBS가 아니라 어느 방송사가 해도 똑같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유에 대해 “비인기 종목에 해설에 대한 투자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당면한 과제, 월드컵 중계는 어떻게 할 것인가?

앞으로 남은 두 번의 월드컵, 특히 올해 6월 11일부터 진행되는 남아공 월드컵 중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이날 토론회의 핵심 화두였다.

발제자인 이영주 연구원은 방송사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또 다시 문제가 불어진다면 방송통신위원회나, 문화관광체육부가 나서서 이를 조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영주 연구원은 발제문에서 공영방송, 공영방송 이외의 지상파 방송, 유료방송이나 뉴미디어가 중계할 수 있는 스포츠 영역(의무영역과 가능영역)을 논의할 수 있는 ‘미디어스포츠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스포츠 중계권 분쟁 발생 시 방통위의 신속한 개입과 해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이영주 연구원은 일본과 독일에서 공영방송사와 방송사가 공동으로 월드컵 경기를 순차적으로 방송한 사례를 소개하며 6천 5백만 달러의 중계권료를 지불해야 하는 남아공 월드컵과 중계권료 7천 5백만 달러의 2014년 브리질 중계는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나눠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문석 사무총장은 “중계방송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방송사의 편성권에 해당 한다”며 “방통위나 문화부가 중계권에 개입한다면 편성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시청자들의 불만이 많다. 단독중계의 불만도 많지만, 중복 중계에 대한 불만도 많다”며 “지상파방송사와 시청자 사이의 자율적 합의기구를 구성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김춘길 KBS 팀장은 공영방송을 포함된 공동중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춘길 팀장은 “미국을 제외하고 공영방송을 배재한 채 독점중계를 하는 나라는 없다”며 “이제까지 공동중계가 관례였고, 상식이었다”고 밝혔다.

SBS 주영호 연구위원은 방송사들 간의 합의가 가능하다는 점을 내비쳤다. 주영호 연구위원은 SBS에 쏟아지는 비판에 대해, “시청자를 방패삼아 자사 입장을 포장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신의와 성실의 원칙이 복원되어 지상파 사업자들과 같이 중계할 수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또 “서로가 공유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 책무, 정당하게 발생할 수 있는 이익까지도 포함할 수 있는 지상파 방송사의 비즈니스가 필요하다"며 “상대의 자존심을 배려할 때, 협상이 되고, 협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SBS를 정당한 협상 당사자로 인정하지 않고 시청자들의 여론 이끌어 내기에만 열을 올리는 다른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비판이다.

보편적 접근권과 SBS의 커버리지

이영주 연구원과 최영묵 교수는 SBS의 커버리지 문제를 제기했다. SBS의 방송권역이 서울과 수도권에만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방송법 시행령이 규정한 '국민전체 가구 수 90/100 이상이 시청할 수 있는 방송수단' 이 안된다는 지적이다. 방송법 시행령에서 월드컵과 올림픽은 국민 90% 이상이 시청할 수 있는 방송수단을 통해 방송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영묵 교수는 “90% 충족을 요구하고 있는데, 케이블TV가 동시 중계를 안 하면 커버리지를 다 채울 수 있는가”라며 “방송법에서 KBS1TV, EBS만 의무 전송을 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90% 도달률을 유지하는 것은 KBS1TV, EBS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SBS 주영호 연구위원은 “방송업무협력에 관한 기본 협정서를 통해 지역민방과의 협력하고 있다”며 “이 협정서에 따르면 SBS의 도달률은 92.96%”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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