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노사 합의로 사태가 일단락 되는듯 보였던 MBC가 다시 ‘인사’ 문제를 놓고 갈등을 보이는 등 사태가 심상치 않다. MBC노사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추천한 보도본부장, TV제작본부장에 대한 교체를 전제로 합의를 했으나, 김재철 사장의 지역사, 자회사 인사에 대해 노조가 “인사 폭거”라며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서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지난 7일 김 사장은 19개 지역 MBC(계열사)와 9개 자회사 인사를 단행했다. 김종국 전 기획조정실장을 마산 MBC와 진주 MBC 사장 겸임으로 발령하며 ‘광역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인사에는 김 사장의 모교인 고려대 출신이 다수라는 점, 대구경북(TK) 출신이 많다는 점, 회사 명예 실추 등으로 징계를 받은 인사들이 사장으로 내정되었다는 점, 경영평가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지역사 사장이 교체되었다는 점 등 “원칙과 기준이 없다”는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근행)는 “원칙도 기준도 찾아볼 수 없는 뒤죽박죽 인사”라고 맹비난했으며, 광역화 대상이 된 지역 MBC들도 광역화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 전주 MBC 노조원들이 광역화에 반대하는 손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비대위 특보
공영방송 MBC 사수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9일 발행한 특보를 통해 김 사장의 이번 인사를 ‘기본 원칙을 송두리째 무너뜨린 인사 폭거’로 규정, “김 사장이 납득할만한 인사 원칙을 밝히거나 인사 안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다시 김 사장과 전면전을 벌여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황희만 보도본부장, 윤혁 TV제작본부장 후임을 비롯해 국장급 인사에서도 “인사 폭거”가 계속될 경우, 총파업 투쟁을 불사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근행 본부장은 이번 인사와 관련해 “김재철 사장의 인사를 보면 MBC 조직 전체를 파멸의 길로 이끌려 하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라며 “본사 주요 보직 인사까지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면 다시 모든 것을 걸고 김재철 퇴진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공정방송 의지가 분명하고, 방문진이나 정권에 줄을 대지 않은 인사 △후배들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이끌 수 있는 민주적 리더쉽을 갖춘 인사 △선임자 노조 등을 통해 해사 행위를 하거나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은 인사 등을 최소 인사 원칙으로 밝힌 뒤 “이를 무시할 경우 노사 관계가 다시 파국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대위는 또 10일 오후 열리는 방문진 이사회에서 김 사장이 노사 합의의 전제조건이었던 황희만, 윤혁 본부장에 대한 인사 조치를 완료하지 못할 경우 노사 합의를 사실상 파기한 것으로 간주, “김 사장에 대한 출근 저지 투쟁 재개를 비롯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광역화 대상이 된 마산, 진주 구성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마산, 진주, 여수 MBC 노조원 50여명과 비대위 집행부는 9일 김재철 사장의 지역사 사장 선임을 무효화하기 위한 주주총회 저지 투쟁을 벌였다. 이들은 마산, 진주 MBC 김종국 겸임 사장에 대해서는 출근 저지 투쟁 등을 통해 광역화 추진 방침을 저지하겠다는 계획이다.

비대위는 오는 11일 긴급 대의원 대회를 소집해 향후 구체적인 투쟁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김재철 사장은 10일 오후 2시 방문진 이사회에 참석, 황희만 윤혁 본부장 교체와 관련한 구체적인 인사안을 이사들에게 밝힐 예정이다. 그러나 여당 이사들이 “방문진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상황이라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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