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권을 가장 체계적으로 강조해왔고 그에 대한 실천방안을 국내외적으로 정립해왔던 미디액트가 영상미디어센터 운영주체 선정과정에서 탈락한 사건은 충격에 가깝다. 그리고 10여 년 동안 커뮤니케이션권(영상미디어센터가 추구하는)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에서 단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는 사람들이 사업자로 선정됐다. 친척이라는 이유로 ‘당첨’시켰다니 이는 대통령한테라도 일러 혼쭐을 내야하지 않을까 싶다. <원용진 교수 발제 중>

9일 <프레시안> 주최 및 민주당 최문순 의원실 후원으로 진행된 ‘영진위 정상화를 위하여 : 영진위가 가야할 길을 묻다’ 토론회에서 원용진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영진위를 거세게 비판했다.

▲ 지난 3월 9일 국회에서 열린 '영진위 정상화를 위하여 : 영진위가 가야할 길을 묻다'의 토론회 모습ⓒ권순택

영진위 정상화?…“새롭게 시작하는 방법밖에는 없어”

▲ 원용진 교수ⓒ권순택
원용진 교수는 “지난 8년간 미디액트가 성사시킨 업적은 아무리 애써도 지워낼 수 없기 때문에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조희문, 이하 영진위)가 영상미디어센터 공모에 대해 변명을 하면 할수록 말은 꼬이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영진위는 공모에서 당첨된 주체가 ‘친척’이 아니라 ‘전문가’라는 점을 분명히 알려줘야 한다”며 “또 커뮤니케이션권에 대한 엄청난 고민을 한 사람들이라는 것, 사회적 약자를 위해 혼신을 다할 정도로 투철하게 사회정의를 존중하고 있다는 것을 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요건들이 여전히 ‘과소’하다면 이번 공모는 탈락 작업이었음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원용진 교수는 이 밖에도 “이번 토론회 발제를 맡으면서 영진위를 문화정치적으로 평가하려 했지만 평가를 할 기준을 찾기가 어려웠다”며 “영진위는 평가를 위한 새로운 비전이나 예정사업, 실천 계획이 여전히 미정인 채로 남아있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그는 영진위에 대한 총평으로 △권위적 시장주의에 입각해 국정홍보 및 이념싸움에 앞장선 문화부에 줄을 대 같은 방식으로 ‘공공성 지우기’, ‘같은 편 밀어주기’를 적극적으로 행함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파악·인지하지 못한 채 같은 편 봐주기라는 ‘알선 기관’ 역할을 행함 △무리한 ‘비민주적인’ 선정에 이르러 공적 기관으로서 신뢰를 잃어 정당성을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 △위원들간 토론 및 견제를 통한 자정 능력을 보이지 않아 그 역능 전반에 대한 의구심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규정했다.

원용진 교수는 영진위 정상화에 대해 “영진위 정상화를 위해서는 전혀 다른 인적구성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방법밖에는 없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역시 ‘영진위’의 문제점들이 적나라하게 지적됐다.

신입생도 못받고 있는 한국영화아카데미, “국가기능의 마비”

이날 토론회에는 영진위의 문제점들로 그동안 지적돼 왔던 ‘영상미디어센터’, ‘독립영화전용관’, ‘시네마테크’를 제외하고 새로운 의제로써 한국영화아카데미 정상화를 촉구하는 비상대책위원회 이용배 위원장이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국영화아카데미는 그동안 영진위에 조희문 위원장이 부임한 2009년 하반기 이후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이용배 위원장은 토론회장에서 “권위있는 베를린영화제 ‘포럼’부문에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작품이 진출했었다”면서 “그러나 한국영화아카데미를 파행으로 몰고 간 조희문 위원장은 그 자리에서 ‘한국영화의 밤’을 개최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프랑스의 국립영화학교 페미스의 경우 35명의 학생을 뽑고 3년을 교육시키는데 교수 400명을 배치한다”면서 “아마 우리나라 국회라면 난리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용배 위원장은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정권의 텃밭인양 집어 흔들면 법적조항이 없기 때문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면서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어떤 정권이 와도 흔들리지 않도록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또한 오는 3월 16일부터 3일간 ‘한국영화아카데미 영화제’를 개최하고 그 안에서 ‘한국영화아카데미 어떻게 할 것인가?’ 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국영화아카데미와 관련해 토론회 사회를 본 오동진 영화평론가(<프레시안무비>편집장)은 “한국영화아카데미는 현재 신입생을 못 받고 있다”며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무작정 기다릴 수만은 없다”, “한국영화아카데미가 멈춰진 것은 어찌 보면 국가 기능이 마비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문순 의원, “영비법 개정안 제출할 것”

이 자리에 참석한 차승재 제작가협회 회장은 “독립영화전용관이나 영상미디어센터, 시네마테크 등은 사회에 대한 자기의식을 키워나가는 그런 장소이고 교육관”이라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영화의 미래를 짊어질 친구들을 파란색으로 그리고 다시 빨간색으로 물들이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 우리는 그렇게 못산다”고 강조했다.

차승재 대표는 또한 “기본적으로 이념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면서 “같지 않으면 친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세상이 온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어떤 당이 어떻게 생겨서 또 어떻게 집권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대한민국 국민들은 똑같고 영화를 하는 사람들도 똑같다”며 “그들의 생각을 바꾸려고 하지 말고 서로 토론하고 소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최문순 의원은 이 자리에서 “강한섭 위원장이 들어왔을 때 최현용 사무국장이 한 토론회에서 ‘조희문만 아니면 괜찮다’고 이야기했지만 결국 이렇게 만나게 됐다”면서 “지난 2월국회에서 하루 종일 조희문 위원장과 붙었는데 민주당 의원들이 전부 때리다 지쳤다. 보통분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한 최문순 의원은 “이 분들이 사업과 자리를 차지해가는 과정이 거의 범죄수준”이라며 “‘서류조작’, ‘점수조작’, ‘유령단체 결성’ 등 문제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지만 유인촌 장관도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더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국회에서 자주보이는 멱살잡기, 이단옆차기, 팔꺾기 등 그것밖에 할 수가 없게 된 것 같다. 도덕적 수준이 다른 분들과 일하려니 힘들다”고 말해 토론회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최문순 의원은 이어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개정안을 제출하겠다”며 “영비법 8조에 영진위 구성에서 ‘10년 이상의 전문성과 경력을 가진자’로 규정하고 임원 추천위원회 역시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설립된지 3년 이상된 단체’의 추천으로 인선한 10인으로 구성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프레시안> 측은 “오늘 토론회에 영진위 관계자를 초청했으나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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