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 안팎에서 일련의 MBC사태와 관련해 “MB정권 방송장악 시나리오의 마지막 수순”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MBC 사태에 대한 국회 청문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9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MBC 청문회를 요구한다’ 토론회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을 비롯한 언론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MBC 사태에 대한 청문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청문회 통해 MBC 장악 진상 밝혀야”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현 정권의 언론 장악은 도를 넘었다. KBS, YTN에 이어 MBC까지 장악하겠다는 것을 좌시해서는 안 된다”며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사장의 인사권까지 빼앗겠다고 하는 것은 MBC를, 나아가 언론을 장악하겠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청문회를 통해 MBC 장악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 9일 오전 10시10분 서울 여의도 국회 국회의원회관에서 'MBC 청문회를 요구한다'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송선영
천정배 의원은 “과거 1980년 신군부의 언론장악 시나리오는 노태우 정권 당시 청문회를 통해 낱낱이 밝혀졌다. 이를 통해 신군부의 잘못이 일부 시정되기도 했고, 언론개혁의 성과가 있었다”며 “민주당의 MBC 청문회 요구는 이제라도 정권이 언론장악을 중단하고 민주주의를 지켜달라는 최소한의 국민적 요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만약 정권이 청문회를 거절한다면 과거 노태우 정권 시절에도 가능했던 청문회 요구가 끝내 묵살되는 것”이라며 “정권 스스로 언론 자유와 의회 민주주의를 수십 년 후퇴시킨다는 국민적 비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최소한 청문회만큼은 반드시 열어 중대한 MBC 사태의 진상을 밝혀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문순 의원도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들은 (방문진 법의 개정 취지를 흔들며) 국회 입법권에 대해 도전하고 있다”며 “국회는 MBC 사태에 대한 청문회를 요구할 권리가 있고, 당연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BC사태와 관련해서는 “진보, 보수 시선이 아닌, 국가의 기틀을 뒤흔드는 헌법과 반헌법, 민주와 반민주라는 관점을 갖길 부탁드린다”며 “이명박 정부의 백색테러에 도전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조영택 민주당 의원 또한 “MBC는 지금까지 국민의 세금에 기대지 않고도 세계적인 방송사로 성장했다. 이러한 방송사에 대한 탄압과 간섭 의혹을 밝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언론 자유 수호와 민주주의 정착 위해서는 반드시 MBC 사태에 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MBC노조, 방문진 퇴진 싸움 등 명확히 해야”

이 자리에서는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근행)가 방문진이 추천한 황희만 보도본부장, 윤혁 TV제작본부장의 교체를 전제로 ‘낙하산 사장’으로 규정한 김재철 사장과 지난 4일 합의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4일 합의의 의미는 방문진이 엄기영 전 사장을 축출하기 위해 사용한 무리수를 없었던 일로 하면 김재철 사장을 ‘관제사장’으로 낙인찍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편성과 편집의 자율성 수호’ ‘방문진의 경영 간섭 배격’의 유일한 매개고리였던 ‘관제사장 반대’를 철회 또는 유보하는 값비싼 대가를 동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재철 사장이 인정될 경우, 결국 남는 것은 ‘엄기영과 김재철의 개인적인 차이’ 정도밖에 없다. 정권의 MBC 장악에 봉사하는 인물이 아니냐는 ‘구조’는 사라진다”며 “최소한 관제사장에 ‘사장’이라는 시민권 부여를 위한 명확한 시한 천명, 김우룡 이사장을 비롯한 방문진 퇴진 싸움 일정, 보도이사 및 제작이사 선임을 위한 계획과 방안 등을 대내외에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번 합의는 언론 시민운동 세력을 ‘민주적 동원’과 ‘연대’의 대상이 아닌, 단순한 ‘동원’의 대상이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라며 “전술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전혀 없었고, 참여의 논리는 전혀 없었다. 정세와 구체적인 상황이 그렇게 급박했는가 하는 점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낙하산 사장 전면수용, 절대 아니다”

이에 대해 MBC노조는 “기대를 걸었던 시민단체, 양심적 시민들에게 상처를 준 부분에 대해 사죄드린다”면서도 “김재철 사장과의 합의는 ‘낙하산 사장의 전면수용’이 절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근행 본부장은 향후 MBC노조의 투쟁 방향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공정방송투쟁이 이뤄질 것”이라며 “<PD수첩>에 대한 진상조사나 프로그램 개폐, 단체협상 개정 요구 등 국면에서 폭발적으로 재점화 될 것이다. 일상 보도 뉴스나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노골적 간섭이나 정권 홍보방송화 기도가 있을 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방문진과 관련해서도 “정권으로부터 MBC의 독립성을 지키는 본질적 부분은 방문진에 있다. 방문진이 정치권력의 전리품으로 전락해 버린 상황이 바뀌지 않고서는 지속적인 낙하산 논쟁이나 정권의 개입 논란을 피할 수 없다”며 “현재 방문진은 개혁되어야 한다. 공적기구를 정권에 예속시키고 사유화한 김우룡과 여권이사들은 전면 퇴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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