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연주 전 KBS 사장ⓒ 오마이뉴스 유성호
정연주 전 KBS 사장은 "이명박 정권에 의해 90%의 언론이 장악됐다"며 그 예로 '방송3사의 밴쿠버 올림픽 선수단 환영행사 공동 중계'를 꼽았다.

정 전 사장은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환영행사 공동중계 방송은) 80년대 5공때 봤던 풍경이다. 5공때 있었던 국풍이 연상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전 사장은 "이 정권은 자민련 장기집권의 토양이었던 일본의 언론환경을 모델로 삼아 정말 치열하고 적극적으로 언론장악에 몰두하고 있다"며 "(일본의 경우) 공영방송 NHK는 비판이 거세된 무색무취한 것이고, 민간방송은 전부 보수적인 메이저 신문들이 하나씩 가지고 있어서 오락기능 밖에 못한다. 저널리즘 기능을 하는 것은 신문인데 90%가 보수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사장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일방적 MBC 임원 선임이 불러온 엄기영 MBC 사장의 자진 사퇴에 대해 "엄 사장이 그만두게 된다면 도저히 더이상 견디기 어려운 상황까지 가버린 것이라고 이해한다. 사퇴까지의 과정을 들여다 보면 엄 사장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인사를 방문진이 강요한 것"이라며 "사실상 축출이라고 본다. 안타깝고 고통스럽다"고 밝혔다.

"반론하는 입장에서는 이것이 언론장악이 아니라 그동안 좌로 한창 치우쳤던 방송을 바로잡는 과정이라고 이야기한다"는 진행자의 지적에 정 전 사장은 "그것은 어떤 입장에서 사물을 보느냐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그런 평가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결과적으로 지금 되어가고 있는 일들 가령, 내가 KBS 사장에서 해임된 후 KBS가 지난 1년 8개월 동안 어떻게 변화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전 사장은 "(KBS가) 많이 변화했다. 객관적으로 신뢰도가 떨어졌다거나 혹은 KBS 내부에 있는 새 노조에서 상당히 현재 KBS에 대해 비판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며 "MBC도 앞으로 새 사장이 들어오고, 방문진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난 이후에 어떤 보도를 하고 제작을 할 것인지는 두고 보면 다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전 사장은 참여정부 시절 자신이 '코드인사'라고 불리운 것에 대해 "직접적 연관이 있는 게 아니고 생각이나 가치가 비슷하다, 그런 의미에서 코드인사라는 말을 썼을 텐데 요즘은 (MB특보 출신인 김인규 KBS 사장,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김재철 MBC 사장 등) 단순히 코드 인사를 뛰어넘어 정치적 의미의 직계 친족, 직계 족벌"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사장은 "'정연주 너도 과거 정권과 친하지 않았냐' 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나는 KBS에 가서 방송 독립, 자율성 확대를 위해 굉장히 노력했다. KBS에서 탐사보도팀을 만들어서 처음 한 작업이 당시 고위공직자 검증이었다"며 "(당시 프로그램에 대해) 정권 핵심부에서 불편해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를 보고 비교해서 평가해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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