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신임 사장이 19개 지역 MBC(계열사)와 9개 자회사 인사를 단행하며, 마산 MBC와 진주 MBC 사장을 겸임으로 발령하는 등 ‘광역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그러나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근행)는 “원칙도 기준도 찾아볼 수 없는 뒤죽박죽 인사”라고 맹비난했으며, 광역화 대상이 된 지역 MBC들도 광역화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나서 진통이 예상된다.

김 사장은 8일 오전 8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 참석해 자신의 인사안을 보고한 뒤, 19개 계열사와 9개 자회사 인사를 단행했다. 춘천MBC 정흥보 사장을 비롯한 7명은 유임했다.

임시 대변인을 맡고 있는 최기화 기획조정실 정책기획부장은 오늘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MBC본사 지하 1층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MBC 관계회사 임원 명단을 발표하며, 임원 선임 배경을 밝혔다.

▲ 서울 여의도 MBC 사옥 ⓒ미디어스
◇ 임원 선임 기준은?

최기화 부장은 이번 인사에 대해 “상당히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방송 정책 등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변화와 혁신의 의지가 있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발탁했다”며 “MBC경영에 활력을 줄 필요가 있다고 사장께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무 능력이 검증된 사람 가운데 참신한 인사를 발탁했고, 역량은 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기회가 배제되어 있던 인사도 발탁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선 원칙과 기준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지엽적인 평판과 광역화 추진 문제 등이 고려되었고, (사장이) 경영평가 일부를 참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MBC노조는 이날 오후 ‘출근 첫 날 저지른 인사사고’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김재철 사장의 원칙 없는 인사는 본사가 지역사 사장의 경영능력을 재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던 경영평가서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며 “뛰어난 경영 실적을 낸 지역사 사장들까지 이렇게 가차 없이 내쳐야 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 마산, 진주 광역화 시범 지역

김 사장은 마산, 진주에 대한 광역화를 추진하며 김종국 전 기획조정실장을 마산, 진주의 사장으로 발령했다. 계열사 사장 겸임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MBC 쪽은 평가했다.

최기화 부장은 마산, 진주 광역화와 관련해 “이 지역은 창원, 마산, 진주 통합 논의가 활발한 지역으로, 재원 창출의 시너지 효과 가능하다”며 “지역민에게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전달하기 위한 다양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산과 진주는 광역화 구상의 출발 지역”이라며 “이 지역부터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면, 다른 지역의 광역화 추진 표본이 될 것이고, 자율적인 논의가 더욱 가속화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지역 MBC 구성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정대균 진주MBC 노조위원장은 “마산, 진주 광역화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그는 “진주 MBC 사옥에 한 발도 들이지 못하게 할 것”이라며 “서울 MBC본부와 함께 이를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보흠 MBC본부 홍보국장도 “지역 구성원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광역화를 하겠다는 일방적인 선전포고"라며 “지역 구성원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문제를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MBC노조도 성명을 통해 “지역 MBC 구성원들의 뜻을 무시하는 밀어붙이기식 광역화는 절대 안 된다는 점을 거듭 밝혔는데도, 기형적인 통합 사장까지 내세운 것은 지역사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며 “설득을 하고 동의를 구하기는커녕 지역사의 호소에 아예 귀를 막아버리겠다는 태도가 아니냐”고 비판했다.

▲ 4일 오후 3시, 김재철 사장이 방문진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문진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송선영
◇ 공정방송 노조 출신 기용

이번 인사에서는 MBC내부에서 보수적 성향을 띈 공정방송노조 출신 인사들이 기용되기도 했다.

공정방송노조 출신인 이윤철 아나운서국장은 안동 MBC로, 정수채 전 시사교양국 책임 프로듀서는 MBC 프로덕션 이사로 내정됐다. 이런 가운데 정수채 PD의 경우 지난 2009년 6월 ‘허위 사실 유포로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MBC노조는 성명을 통해 “김재철 사장의 원칙 없는 인사는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구성원들의 자존심을 짓밟은 부적격자까지 감투를 씌워주는 경악스러운 결과를 가져왔다”며 “어떻게 선임자 노조 출신 사장을 다시 지역에 내려 보내 MBC 구성원들의 가슴에 또 한 번 대못을 박을 수 있냐”고 비판했다.

다음은 관계사, 자회사 임원 명단이다.

관계사 임원(사장) 명단

△부산 MBC 김수병 △대구 MBC 박영석 △광주 MBC 정태성 △대전 MBC 고대석 △전주 MBC 선동규 △마산, 진주 MBC 김종국(겸직) △청주 MBC 윤정식 △울산 MBC 소원영 △강릉 MBC 임무혁 △여수 MBC 송원근 △안동 MBC 이윤철 △원주 MBC 한귀현 △충주 MBC 배대윤 △삼척 MBC 문장환 △포항 MBC 강성주

관계사 임원(사장) 유임 명단
△춘천 MBC 정흥보 유임 △제주 MBC 정준 △목포 MBC 유창영

자회사 임원(사장) 명단
△MBC 미술센터 김정수 △iMBC 손관승 △MBC 플러스미디어 △MBC 스포츠 조기양 △MBC 미주법인 조복행

자회사 임원(이사) 명단
△MBC 프로덕션 정수채 △iMBC 전재철 △MBC 플러스미디어 김동진, 양윤모

자회사 임원(이사) 유임 명단
△MBC 미디어택 김명철 △MBC 아카데미 신민철 △MBC 미술센터 이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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