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2012년까지 디지털전환을 성공적으로 추진”을 명분으로 ‘보급형 디지털TV’를 선정해 발표했다. 그러나 방통위가 선정한 보급형 디지털TV가 인터넷 최저가 보다 높아서 보급형 TV 지정의 이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선정된 보급형 TV는 5월부터 이번에 공개된 공모가격으로 전국의 가전사 판매점, 할인점 등을 통해 공급된다.

8일, 방통위는 기자 브리핑을 열고 삼성전자, 엘지전자, 대우디스플레이, MOTVCNC 등 4개사의 9개 제품을 보급형 디지털TV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발표자료를 통해 방통위는 이들 보급형TV의 가격이 “최저 19만원부터 최고 84만 9천원으로 일반 시중가보다 2~13만원 정도 저렴한 수준”이라며 “선정된 제품들은 전국의 자체 판매점, 할인점 등 각종 판매·유통망을 통해 5월부터 공모가격으로 공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발표와 달리 보급형TV로 지정된 제품의 가격이 인터넷 최저가 보다 많게는 6만원까지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보급형TV로 지정된 LG전자의 32인치 LCD TV(32LH20D)와 같은 경우 방통위 공모가격이 60만원으로 책정됐으나, 대부분의 인터넷 쇼핑가격은 55만원 이내이다. 특히 일부 인터넷 쇼핑몰은 55만원 미만의 가격에 4만원 쿠폰, 또는 6% 할인 쿠폰 등을 함께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체감 가격은 55만원보다 더욱 낮다.

또 삼성전자가 디지털 전환 시범지역의 저소득층 지원용으로만 판매한다고 밝힌 27인치 LCD TV(P2770HD)의 공모가격은 43만9천원이다. 그러나 전자제품 가격 비교 사이트에선 최저 가격이 43만6천원으로 나타났다.

방통위가 지정한 보급형TV 가운데 삼성전자 23인치 LCD TV(P2370HD)만 유일하게 공모가격(305,000원)보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된 인터넷 최저가격(346,100원)이 비쌌다.

▲ 보급형TV 공모 가격과 인터넷 최저가격 비교

보급형TV의 가격뿐만 아니라, 선정 제품의 출시년도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보급형TV로 선정된 LG사의 CRT(브라운관) 디지털TV의 2개 제품의 경우, 최초 출시일이 각각 2007년 3월과 2008년 8월이다. 전자제품은 특성상 출시된 지 수년이 넘은 제품은 대부분 '제고 품목'으로 분류되고 있다.

인터넷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의 노트북과 모니터 관련 카테고리 마스터(CM)를 맡고있는 천승환씨는 "온라인 매장 제품이 오프라인보다 7~8만원 가량 싼 수준"이라며 "보급형TV로 지정된 제품은 TV로 분류되기 보다는 TV겸용 LCD 모니터 분류되고 있어, 일반적인 LCD TV와 달리 타임 예약과 같은 TV 관련 기능이 없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방통위 관계자는 “공모심사일인 2월 24일 LG 제품이 인터넷 최저가보다 비싸다는 것을 알았다”면서도 “인터넷으로 TV를 구입하는 비율은 2%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직영매장이나 하이마트 같은 곳(전자제품 유통매장)을 이용한다. (보급형TV 공모가가) 직영매장보다 5만원 정도 낮은 것으로 알고 있다. 보급형 DTV가 TV가격 자체를 내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TV 패널가격 변동은 3개월, 신제품으로 인한 가격 변동은 6개월 주기로 이뤄진다”며 “3개월 후인 5월에 다시 공모가격 조정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방통위에 따르면 이번 공모에는 지난 2월 3일부터 22일까지 20인치부터 42인치까지 크기별로 6개 분야에서 삼성, LG 등 9개사 33개 제품이 지원했다. 공모에 지원한 제품은 한국전파진흥협회(RAPA)에서 심사위원단을 구성해 제품의 성능, A/S, 가격 등을 고려해 보급형TV 모델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파진흥협회는 전파를 사용하는 가전사, 통신사들의 모임으로 지난 2008년부터 삼성전자 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 보급형 디지털TV 선정 제품 (방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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