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야간 옥외집회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을 발의해 논란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진형 한나라당 의원은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사실상 야간 옥외집회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현재 헌법은 집회를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17일 국회 앞에서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야간집회 밤 10시 제한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한나라당의 집시법 개정안은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정면에서 위배하는 것으로 어떻게든 집회의 자유를 규제하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 17일 국회 앞에서 열린 '야간집회 밤10시 제한 규탄 기자회견'의 모습ⓒ권순택

기자회견에 참가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약칭 민변) 소속의 박주민 변호사(법무법인 한결)는 “조진형 의원의 집시법 개정안은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현행 집시법은 집회 사전허가를 금지하는 것을 승계하고 있고 헌법 5차 개정 당시에는 시간의 제한 규정도 가져오지 않았다”면서 “헌법은 집회를 통한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진형 의원의 안이 밤10시부터 오전6시까지 집회를 일률적으로 금지시키는 것으로 이것이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에 박 변호사는 “조진형 의원이 개정의 필요성으로 내세우고 있는 ‘사생활 보호’, ‘주요 국가기관의 안전’, ‘교통소통’, ‘소음규제’ 등은 이미 법률로써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며 “집시법을 신고제로 두고 있는 영국이나 독일의 경우에도 시간제한은 두고 있지 않고 있고, 프랑스의 경우에만 23시 이후 집회를 금지하고 있지만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간제한을 두는 나라는 러시아와 중국밖에 없지만 이들 나라는 집회를 ‘신고제’가 아닌 ‘허가제’로 하고 있어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한나라당은 러시아와 중국을 본받자고 이야기할 수 있나?”라고 의문을 던졌다.

박 변호사는 결론적으로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은) 삭제하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굳이 제한 규정을 둔다면 심야의 주거 밀집지역 등의 일부 지역만으로 특정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9월 24일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집시법 10조와 23조 1호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따라서 이 조항들은 오는 6월 30일까지만 유효하며 7월 1일부터는 자동 폐기된다.

“조진형 의원안은 형행법보다 후퇴한 개악안”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공동 상임대표는 “조진형 의원의 집시법 개정안은 밤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무조건 금지해야한다는 것으로 현행 집시법의 조건부 허용마저도 막는 것”이라며 “현행법보다 한 걸음 후퇴한 개악”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한나라당은 이 같은 안을 사회적 논의 없이 구렁이 담 넘어가듯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면서 “방송을 장악하더니 이제는 집회금지를 통해서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진보신당 정종권 부대표도 “(조진형 안은) 심야영화는 되고 집회는 절대 안된다는 개악안”이라며 반발했다.

정 부대표는 “한나라당은 10시 이후 심야 학원 학습을 금지하는 것은 반대했었다”면서 “결국 한나라당은 기업의 이윤 규제는 안된다고 하면서 의사표현의 자유라면 조건과 이유를 달아 제한하려고 하는 것이 오늘날 한나라당의 법치”라고 지적했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는 “한나라당은 ‘10시? 11시?’하며 ‘복면금지법’처럼 첨예한 사안도 아니니 빨리 빨리 넘어가자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한편, 집시법 개정과 관련해 경찰서장이 각 지역의원을 찾아다니는 등 구린 내가 난다”며 정부여당의 행태를 비판했다.

이어 박 활동가는 “집회의 자유는 이미 실종된 지 오래다”면서 “기자회견을 하는 데에도 경찰차로 막아 놓고 감시하고, 집회신고를 100군데를 냈는데 한 군데만 허가가 났다”면서 “국민들은 이미 호소할 수 있는 자유마저도 실종된 상태”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16일 국회 행안위에서 집시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간 공방이 계속되자 조진형 위원장은 여야간사간의 협의를 통해 법안심사소위로 넘기기 전에 공청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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