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근행)가 MBC 사수 투쟁을 시작한 지 10일 째, 황희만 보도본부장과 윤혁 TV제작본부장은 말이 없어졌다. 이들은 자신들을 ‘낙하산 본부장’으로 규정, 출근저지 투쟁을 하고 있는 노조원들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타고 온 차를 타고 자리를 떴다.

▲ ⓒ송선영
17일 오전 7시, MBC노조원들이 서울 여의도 MBC본사 1층 로비에 모이기 시작했다. 지난 8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추천으로 주주총회에서 황희만 보도본부장과 윤혁 TV제작본부장이 선임된 뒤 이들의 출근을 저지하기 위해 노조원들이 모인지도 어느덧 10여일이 지났다.

지난 10일 동안 황희만, 윤혁 본부장은 단 한 번도 정상적인 출근을 하지 못했다. 매일 아침, 출근 시도를 했지만 노조의 저지에 막혀 MBC 출입이 좌절됐다. 지난 16일에도 MBC 이사회를 참석을 위해 새벽5시30분 기습적으로 출근한 뒤 직무실 출입을 시도했으나, 노조의 반발에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오전 7시30분, 이근행 본부장이 노조원들을 향해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날 출근저지 투쟁에는 충청권 지역 노조원도 동참했다.

“2010년 2월, MBC가 맞이하고 있는 이 상황이 가장 심각한 위기라고 생각한다. 이 상황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MBC의 존립 이유 자체가 부정되는 상황이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모른척하고 하루하루 살아갈 수 있을까.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가겠다는 의지를 부여할 수 있도록 힘내서 해주셨으면, 서로 격려해 주셨으면 한다.”

▲ 노조의 출근저지에 막힌 황희만 보도본부장이 자리를 뜨고 있다. ⓒ송선영
오전 7시58분, MBC 본관 1층에 황희만 보도본부장이 탄 차량이 도착했다. 노조원들은 ‘정권의 하수인 낙하산은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출근 저지에 나섰다. 황 본부장은 차에서 내려 이근행 본부장 앞으로 간 뒤 악수를 청했다. 그는 악수를 한 뒤, 자신이 타고 온 차량을 타고 자리를 떴다. 채 2분도 안 걸리는 짧은 ‘출근 시도’때문에 노조원들은 당황했다.

오전 8시4분, 윤혁 TV제작본부장이 탄 차량이 도착했다. 노조원들은 ‘MBC를 지켜내자’ ‘낙하산은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차에서 내린 윤 본부장은 손팻말을 들고 있는 노조원들을 또렷하게 쳐다봤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 있던 노조원 그 누구도 윤 본부장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오전 8시24분, 윤 본부장은 자신이 타고 온 차를 타고 자리를 떴다. 20분 간, 윤 본부장과 노조원들 사이에서는 그 어떠한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 MBC노조원들이 윤혁 TV제작본부장을 향해 "낙하산은 물러가라"고 외치고 있다. ⓒ송선영
현재,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있는 MBC는 의외로 조용하다. 지난 11일 부재자 투표를 시작으로 오는 18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투표는, 16일 오후 6시 기준(서울지역)으로 약 50%의 투표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노조 관계자는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을 ‘오프닝 게임’이라고 표현했다. 앞으로 있을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과 같은 큰 싸움의 전초전과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다. 오는 18일 오후 6시 마감되는 투표 결과는, 파업 가결 여부를 떠나 어떤 식이든 MBC노조 뿐 아니라 MBC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오프닝 게임’을 끝내고 ‘본 게임’에 들어갈 지, 언론계 안팎의 시선이 MBC에 집중되고 있다.

방문진, MBC 사장 공모위한 소위원회 구성 여부 논의 시작

한편, MBC대표이사 사장 공개 모집에 나선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는 오늘 오후 3시 정기이사회를 열어 ‘MBC 대표이사 사장 추천 소위원회 운영’과 관련한 논의를 시작한다. 방문진은 회의를 통해 소위원회 구성 여부와 운영 계획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

방문진은 사장에 응모한 지원자가 20인 이상일 경우, 소위원회를 설치해 서류 심사를 진행, 최종후보자 3~5인을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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