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2006년 11월 10일 연합뉴스가 일본 교도통신을 받아 번역한 내용이다. 몇 군데 틀린 부분을 지적하고자 하니 밑줄 그은 부분을 세심히 보아주기 바란다.

일본 정부가 공영방송 NHK에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를 집중 보도하라고 명령한 데 대해 일본신문편집인협회(JNPEA)와 언론 전문가들이 언론자유를 위협하는 조치라며 항의에 나섰다. ....... NHK 등이 가입된 일본 언론사 단체인 JNPEA는 10일 성명을 내 “정부의 명령이 비록 방송법을 근거로 하고 있더라도 보도자유의 관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일”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다이고 사토시 교토대 교수 등이 가입된 언론학자들 단체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무상에게 항의 서한을 보내 논란의 여지가 있는 명령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언론학이란 분야가 명료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은 일본에서 언론학자 단체 운운했기에 기사를 다시 확인한 적이 있었다. 더구나 다이고 사토시 교수의 이름은 생소해서 여러 기사를 뒤져보았다. 뒤진 결과 이 번역판 보도는 큰 실수를 담고 있었다. 우선 다이고 사토시 교수는 교토대 교수가 아닌 도쿄대 교수였다. 그가 교토대학을 졸업하고 잠깐 교토대학에 있었던 적은 있었지만 오래 전부터 도쿄대학교 경제학부에 재직하고 있었다. 그는 언론학자가 아닌 기업재무, 회계를 전공하는 경제학자였다. 언론학자 단체에 그가 가입해있을 이유도 없었으므로 기사는 군데 군데 오류를 범하고 있었다.

▲ 다이고 사토시 교수
다이고 사토시(醍醐 聰 だいご さとし) 교수의 이름이 최근 NHK 드라마와 관련해 다시 한 번 한국의 언론에 오르내렸다. 경제학자이지만 여전히 방송과 관련해서 이름을 올린 사연이 궁금하다. 그가 재직중인 도쿄대 경제학부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그가 오랫동안 <NHK를 감시하고 격려하는 시청자 코뮤니티>의 공동대표를 지냈음을 알게 된다. 한 때는 수신료 거부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다시 NHK와의 인연으로 한국 언론에 이름을 올린 까닭이 궁금하다.

NHK는 2009년 11월부터 스페샬 드라마 <언덕위의 구름>(坂の上の雲)을 방영했다. 이 드라마는 2011년까지 이어지는 대형 프로젝트다. 일본의 대표적 역사소설가인 시바료타로(司馬遼太郞)의 원작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일본 근대국가의 태동과 관련된 이야기이며 일본 메이지 시기를 밝은 터치로 그려내고 있다. 특히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거치면서 일본이 대국으로 성장해 가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한국에 대한 일본의 태도와 무관할 수 없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한국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진 않지만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일본이 어쩔 수 없이 치룬 전쟁으로 묘사한 시바료타로의 역사관으로 보자면 한일병합도 일본이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했던 역사적 과업으로 그려질 것이 뻔하다.

다이고 사토시 교수는 시민단체 대표로서 NHK가 역사인식을 잘못 잡고 있지는 않은지를 질문했다. 메이지 시기가 미화된다는 일은 이후 군국주의에 대한 올바른 역사의식이 드러나 있지 않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일본의 진보적 학자들은 다이고 사토시 교수와 유사한 질문을 그 드라마에 던지고 있었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도 경향신문에 투고한 글을 통해 드라마가 전할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었다(관련기사).

기고에서 그는 드라마가 전할 위험성을 미리 감안해 러일전쟁을 주제로 한 책을 출간했다고 전했다. 나라여자대학의 나카츠카 아키라(中塚明) 명예교수도 저술을 통해 시바료타로가 조선을 제대로 다루지 않은 채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말하는 것을 비판했다. 동학혁명에 대한 이해 없이 메이지 일본을 말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는 소설만큼이나 많은 비판을 달고 시작했던 셈이다. 앞선 뉴스에서는 NHK가 외압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공영방송 독립권에 관한 문제와 관련이 있었다면 뒷 뉴스에서는 공영방송의 올바른 역사의식을 촉구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다이고 사토시 교수는 올바른 공영방송을 세우기 위해 운동에 나선 유기적 지식인이라 하겠다.

공공기관의 회계재무와 그 책임을 전공한 경제학자이기 때문에 그 같은 질문을 하는가가 궁금해 여러 형태의 프로필을 점검했지만 뚜렷하게 드러난 바는 없다. 그가 저술한 많은 책들도 대부분 기업 재무회계와 관련된 것일 뿐 언론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더 많은 정보를 위해 개인 블로그를 찾아 보았다 (http://sdaigo.cocolog-nifty.com/blog/). 그의 블로그에는 그가 가진 모든 관심사가 담겨 있었다. 방송, NHK는 그가 좋아하는 마라톤만큼이나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이었다. 그 뿐 아니었다. 경제학자인 그가 갖는 관심사는 사회 전 영역에 걸쳐 있었고, 블로그 관리도 수준급으로 이뤄져 있었다. 페이지 마크를 할 새로운 블로그, 블로거를 찾아낸 셈이다.

블로그에서 그는 <주간 금요일>이라는 잡지 2009년 12월 18일자에 앞서 소개했던 나카츠카 교수의 글과 함께 NHK역사관을 우려하는 글을 실었다고 밝히고 있다. <주간 금요일> PDF판에서 다이고 사토시 교수는 한국을 멸시한 흔적을 지닌 시바료타로 원작에 주목하고 있으며 앞으로 3년간 드라마가 진행되는 과정을 열심히 지켜보겠다는 말로 마무리하고 있다. 특히 한국병합100년을 맞아 드라마가 방영된다는 사실에도 주목하겠다고 한다. 일본 드라마를 소개하고 다운받을 수 있게 도우는 한국의 한 사이트에는 그 드라마의 재미, OST에 감복하는 글이 올라 있음에 비교해보면 일본에서 벌어지는 일에 너무 둔감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좋은 친구도 있음을 잊고 산다는 그런 기분이 든다. 시청자 운동을 어떻게 벌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서로 너무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술국치 100년이 되는 해다. 그 100년을 기억하는 하려는 일은 의외로 과소하다. 아직 특집극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다. 8월이 되면 무슨 행사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침묵이상으로 조용해 이상한 느낌이 들 정도다. 정작 보수적 역사의식을 비판하려는 일본의 움직임에 비하면 놀라울 정도로 한국에서의 관심은 적다. 과소한 기억, 조용한 언론계에 대한 사회적 질책도 없다. 언론단체에서 이런 말을 한번쯤 할만도 하겠건만 그곳도 역시 조용하다. 과거를 이야기하기엔 현재가 너무 급박하기 때문일까?

여러 시민사회 언론운동 단체에 제안하고 싶다. 일본의 언론단체와 제휴해서 공동으로 <제대로 된 공영방송을 위한 양국 시민대회>를 한번 해볼 것을 제안한다. 경술국치 100년에 그런 시민들끼리 모이는 행사라야만 제대로 의미를 갖지 않을까? 국가, 정부, 기업이 나선 행사에서는 국수주의적이거나 비즈니스 냄새만 자욱해질게 뻔하다. 이미 일본에서 스페샬 드라마로 포문을 열은 셈이니 화두는 생겼고, 같이 수다떨 국제적 파트너도 생겼으니 맘만 먹으면 못할 게 없다. 맨 입으로 제안만 하기엔 부끄러워 제휴할 일본의 파트너를 찾아내 소개한다. 그가 보인 관심사, 열성으로 보면 멋진 파트너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하나의 블로그 포스팅에 의해 새로운 역사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그런 제휴, 연합, 운동이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 우선 그의 블로그를 방문해 그가 NHK 감시, 격려 운동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살펴보기 바란다)

※본 글은 필자의 동의를 얻어 개인 블로그(원용진의 미디어 이야기)에 있는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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