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 이하 방문진)가 엄기영 MBC 사장이 사퇴한지 나흘만에 후임 사장 선임을 위한 공개 모집에 들어갔다. 방문진은 오는 26일 최종 사장 내정자를 확정할 계획이다.

방문진은 12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6층 방문신 회의실에서 제3차 임시이사회를 열어 12일 오후8시부터 오는 20일 오후1시까지 후보자를 공모하기로 하는 등 MBC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결정했다.

앞서 엄기영 사장은 방문진의 일방적인 경영진 선임 논의에 반발, “방문진의 존재 의미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난 8일 사표를 제출한 바 있다.

▲ 방문진이 11일 오후 2시 방문진 회의실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있다. ⓒ송선영
방문진은 MBC 사장 선임 기준으로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실현할 수 있는 인사 △문화방송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수행할 능력이 있는 인사 △방송조직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리더쉽과 추진력을 가진 인사 등을 밝혔다.

방문진은 인터넷 접수와 방문 접수로 지원을 받는다. 지원자는 지원서와 △방송의 독립성 및 공정성 △수익증대를 포함한 경영합리화 △조직문화 개선 △뉴미디어 환경에서의 지상파 역할 등을 포함한 경영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방문진은 오는 22일부터 서류 검토를 통해 3~5인의 최종후보자를 선정하며, 오는 26일 최종후보자 면접을 통해 사장 내정자를 확정할 계획이다. 후임 사장의 임기는 1년으로, 오는 2011년 정기 주주총회까지이다.

MBC노조, “MBC 장악 시나리오 3단계 돌입”

이런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근행)는 “사장 공모에 앞서 방문진 이사부터 다시 뽑으라”며 방문진의 행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들은 ‘방송장악진흥회’로 전락한 방문진부터 해체한 뒤, 사회적 합의를 통해 방문진을 다시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MBC노조는 12일 발표한 성명에서 “엄기영 사장이 방문진의 핍박을 못 이겨 물러나자마자 이명박 정권과 방문진은 기다렸다는 듯 신임 사장 임명 절차에 들어갔다”며 “MBC 완전 장악 시나리오 4단계(낙하산 이사 ‘알박기’⇒엄기영 사장 사퇴 유도⇒낙하산 사장 투입⇒정권 홍보 방송으로 MBC 재편성) 가운데 3단계에 돌입했다”며 맹비난했다.

이들은 “더욱 가관인 것은 방문진이 신임 사장의 자격기준 가운데 하나로 ‘방송의 독립성을 실현할 수 있는 인물’을 꼽았다는 점”이라며 “인사권 하나만이라도 행사하게 해달라는 엄기영 사장을 무자비하게 내친 방문진의 입에서 어떻게 이런 말이 나올 수 있냐”고 일갈했다.

이들은 후임 사장 공모에 나설 지원자들을 향해서도 “MBC를 이명박 정권에 갖다 바치는데 혈안이 돼 있는 지금의 방문진이 임명하는 사장은 어느 누구든 MBC 직할통치를 위해 기용되는 정권의 용병일 뿐”이라며 “지금의 방문진 아래서는 그 어떤 사장이든 이명박 정권과 김우룡의 ‘아바타’가 될 수밖에 없다. 정말로 MBC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방문진이 진행하는 사장 공모 절차를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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