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서울역에서 진행된 '언론장악 저지와 MBC를 지키기 위한 설귀향 대국민 전국 선전전'의 모습ⓒ권순택
12일 오전 10시 30분 눈 내리는 서울역 광장. 자신을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선생이 빙의해 현재 언론계의 상황을 아트로 승화시켜 작품을 만들었다는 사람이 광장 앞에 섰다. 그리고 그의 소개에 따라 장막이 걷히고 그 안에는 20대의 TV가 눈앞에 펼쳐졌다. 곧 20대의 TV가 동시에 켜졌고 그 속에서 뉴스가 시작됐는데….

“때 때 때 땡~ 이명박 대통령은….”

▲ 12일 서울역에서 진행된 '언론장악 저지와 MBC를 지키기 위한 설귀향 대국민 전국 선전전'의 모습ⓒ권순택
그 소리와 함께 지난해 11월 11일 전국 초중고 학생들에 대한 신종플루 예방접종이 시작됐다는 KBS <뉴스9>의 보도가 이어졌다. 그 속에서 기자는 “백신 접종 현장 점검차 학교를 찾은 이명박 대통령은 혹시라도 열은 없는지 직접 학생들의 이마를 짚어 봅니다”라는 멘트를 내보낸다. KBS의 ‘땡이뉴스’를 형상화한 것이다.

20대의 TV앞에 이명박 대통령(가면을 쓴)이 삽을 들고 계속 삽질을 한다. 그리고는 “TV에 나만 나온다”고 설쳐댄다. 그런 이명박 대통령에게 주변의 사람들이 설 선물을 준비했으니 그것은 공 세례 뿐이었다.

이는 ‘언론장악 저지와 MBC를 지키기 위한 설귀향 대국민 전국 선전전’에 앞서 펼쳐진 퍼포먼스로, 20대의 TV는 시청료 납부 거부 운동에 동참한 시민들이 보내준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지난 추석에 이어 설연휴 서울역에도 선전전이 시작됐다. 엄기영 MBC 사장이 사퇴하고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총파업 투표에 들어가는 등 위기에 직면한 MBC의 상황 때문일까? 많은 시민들이 선전전에 동참한 모습이었고, 그렇게 서울역의 출구 곳곳에는 시민, 언론노동자,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설 연휴 고향을 찾기 위해 서울역을 지나는 시민들을 만났다.

선전전이 진행되는 속에 최문순 민주당 의원의 모습이 보였다. 다정하게 이근행 MBC노조 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전 MBC 사장이었던 그는 이번 MBC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과 최무순 민주당 의원(전 MBC 사장)이 선전물을 보며 대화를 하고 있음ⓒ권순택
그 물음에 최 의원은 긴 한숨과 함께 “아~ 가슴이 아프죠”라는 말 뿐이었다. 몇 초간의 시간이 지나서야 최 의원은 “엄기영 사장을 봐도 아프고, MBC 구성원들을 생각해도 아프다”고 전했다. 이에 이근행 위원장과는 어떤 대화를 나눴냐는 질문에 그는 “‘안됐다’고 이야기했다”면서 “이근행 위원장을 보면 안쓰럽다. 쉽지 않은 길을 가야만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 정권에 의해서 많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구성원들을 다독이며 가야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안타깝고 심란한 마음을 드러냈다.

MBC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다 같았는지 선전전에 참가한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이근행 위원장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 이근행 위원장은 “현재 MBC가 놓인 현실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며 “깨어 있는 시민들이 민주주의와 언론을 지킬 수 있다. 반드시 지켜내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현재 MBC가 놓인 현실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MBC는 공영방송으로 정권이 주인이 될 수 없습니다. 바로 여러분이 주인입니다. MBC가 정권의 홍보방송이 되어 이명박 대통령만 나오는 방송이 아닌 용산참사를 비롯한 국민들의 삶을 진실 되게 전하는 방송을 만들고 싶습니다. 설 연휴에 친지들과 서로 만나 현재 MBC 상황에 대해서도 많은 대화를 나눠주셨으면 하고, 설이 끝나고 나서도 저희는 투쟁을 하고 있을 테니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이근행 MBC 노조위원장>

▲ <한겨레21> 특별판에 속지를 정성스레 끼우고 있는 정연우 민언련 대표의 모습ⓒ권순택
▲ <한겨레21> 특별판 뒷 표지의 모습ⓒ권순택
서울역 한편 선전전을 돕는 시민들의 손놀림은 쉴 틈이 없었다. MBC 뿐 아니라 KBS의 수신료 인상의 문제점을 알리는 속지들을 끼우는 작업이 함께 진행되고 있기도 했다.

그렇게 12일 점심 서울역에 고향을 찾는 사람들의 손에는 “저를 지키고 싶습니다. MBC를 지키고 싶습니다. 여러분과 지키고 싶습니다”라는 김주하 앵커가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글과 큼지막한 사진이 실린 <한겨레21> 특별판이 건네졌다. ‘MBC 및 공영방송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으로 선전전에 기꺼이 함께한 시민들의 마음과 함께….

▲ 김성균 언소주 대표가 선전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권순택

▲ <한겨레21> 특별판에 속지를 끼우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권순택

▲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이 선전전에 앞서 어깨띠를 묶고 있다ⓒ권순택
▲ 시민들에게 선전물을 나눠주고 있는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의 모습ⓒ권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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