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은 미리 공~모는 나중에 / 공정성은 어디가고 지들끼리 나눠먹냐 / 미디액트 인디스페이스 시네마테크 냠냠
유인촌 빵꾸 조희문은 똥꾸 / 둘이합쳐 빵꾸똥꾸 영화계를 말아먹네 / 미디액트 인디스페이스 시네마테크 냠냠

비가 내리던 시각 오전 11시 30분 문화관광체육부(위원장 유인촌, 이하 문화부) 앞에서는 동요 ‘햇볕은 쨍쨍’을 개사한 ‘유인촌 빵꾸 조희문 똥꾸’ 노랫말이 흘러나왔다.

▲ 10일 문화부 앞에서 '돌아와 미디액트' 회원들이 영진위 및 문화부에 대한 항의 음악회를 열었다ⓒ권순택
영상미디어센터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모임 ‘돌아와 미디액트’ 카페 회원들이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조희문, 이하 영진위)의 영상미디어센터 사업 운영자 공모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항의하기 위해 문화부 앞에서 음악회를 연 것이다.

이들은 문화부 앞 길거리에 돗자리를 깔고 올라 앉아 기타와 탬버린, 멜로디언 등 각자 가지고 온 악기들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노랫말은 재미있게 재구성됐지만 그 안에는 이번 공모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어머나 어머나 이러지 마세요. 미디어 센터는 시민껍니다”로 시작되는 장윤정 씨의 트로트 ‘어머나’를 개사해 만든 노래는 “안돼요 왜 이래요 뺏지마세요. 더 이상 내게 사기치면 안돼요”, “1차공모 꼴지단체였다가 1등이됐어요”, “시민영상 문화기구 처음 들어보는 듣보잡” 등으로 이어진다. 이미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서 드러난 사실이지만 이번 공모에서 최종 선정된 ‘시민영상문화기구’는 1월에 설립된 단체로, 1차 공모에서는 다른 이름으로 접수했다가 꼴지를 기록했지만 2차 공모에서 해당 단체의 회원 및 이사가 심사로 참가하면서 1등이 되는 기염을 토했다.

▲ 10일 문화부 앞에서 '돌아와 미디액트' 회원들이 영진위 및 문화부에 대한 항의 음악회를 열었다ⓒ권순택
이들은 또한 동요곡 ‘내 동생 곱슬머리’를 개사해 만든 ‘조희문 욕심쟁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가사는 아래와 같다. 영진위 조희문 위원장은 실제 타 영진위원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모 및 심사를 밀어붙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희문 욕심쟁이 욕심쟁이 조희문 / 이름은 하나인데 하는 짓은 서너 개
문화미래포럼의 발기인 / 시민영상문화기구 큰형님 / 영화진상위원회엔 위원장
조희문 욕심쟁이 욕심쟁이 조희문 / 이것저것 말아먹고 사퇴만 남았네

유인촌 욕심쟁이 욕심쟁이 유인촌 / 나이는 먹었는데 하는 짓은 X초딩
기자를 부를 때는 ‘씨X 찍찌마’ / 돈 안되는 영화들은 나 몰라 /문화정책 말아먹고 쌩까
유인촌 욕심쟁이 욕심쟁이 유인촌 / 이것저것 막해 먹고 사퇴만 남았네

이 같은 활동과 관련해 미디액트에서 독립영화제작과정을 수강했다는 ‘나비’는 “일상에서의 항의하는 방법을 찾다가 음악회를 열게 됐다”며 문화행동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미디액트는 개인적으로 ‘친정집’ 같은 곳이었다”며 “광화문을 지날 때면 잠시라도 들러 편안하게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영화를 같이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했던 곳”이라고 회고했다. 또한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생각하더라도 시민영상문화기구의 선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공모과정에 문제가 많았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미디액트를 다시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또 다른 회원은 “보수신문인 <중앙일보>에서도 공모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면서 “이처럼 이번 공모는 보수·진보를 떠나 그냥 잘못된 것 자체”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5일자 <중앙일보>는 ‘영화진흥위, 외부 사업운영자 수상한 선정’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영진위가 할 일은 딱 부러지는 해명”이라면서 “절차에 문제가 없었다면 결론에 대한 이견은 있을 수 있어도 결국은 승복하는 게 맞다”면서도 “절차의 공정성에 조금이라도 흠이 갈 만한 구석이 있다면 얘기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돌아와 미디액트’ 회원들은 “미디액트가 아니면 배울 곳이 없다”면서 “실용정부라고 하는데 실용적으로 사고해서 빨리 문제가 풀렸으면 좋겠다”, “귀찮음을 무릅쓰고 나오게 한 문화부와 영진위는 반성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 ⓒ권순택
음악회가 진행되는 동안 문화부 및 경찰 관계자는 주변을 서성이며 “길 한 가운데서 하면 지나가는 시민들이 불편하다. 하려면 공원에 가서 하라”면서 “아직까지 집회는 아니지만 솔직히 항의성이지 않느냐. 좀 더 지켜보겠다”는 등 딴죽을 걸었다. 그러나 넓고 넓은 길에 이들이 한 자리 차지했다고 해서 불편함을 겪는 시민이 과연 있었을지는 미지수다. 그렇다면 이들의 음악회에 불편했을 사람은 과연 누구였을까?

음악회 중간에 “이제 끝났냐?”라고 묻는 문화부 관계자의 말에 이들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음악회는 계속 이어갔다.

‘어른들은 몰라요’를 개사한 ‘문광부는 몰라요’에서 이들은 “장비대여만 하면 그만인가. 기술교육만 하면 그만인가?”라면서 문화부를 향해서는 “귀찮다고 회피하면 그만인가. 바쁘다고 돌아서면 그만인가?”라고 정확한 답을 주지 않는 문화부를 향해 쓴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따끔’한 가사에 누군가는 ‘뜨끔’했을 1시간 동안의 음악회는 그렇게 끝이 났다. 이들은 “오늘 하루 재밌었다. 조만간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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