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한 것 세 가지만 이야기해 봐라. 너무 잘하셨는데, 이제 나가실 때가 된 것이 아니냐”

김명준 미디액트 소장이 9일 국회에서 열린 ‘상식과 민주주의가 실종된 이명박 정부 문화행정 파행 실태 진단’ 긴급토론회에서 밝힌 영상미디어센터 공모 사업운영자 1차 공모 당시 심사위원들의 질문이다. 그러나 김명준 소장은 “그래도 1차 공모 때에는 심사위원들과 토론이라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차 공모 심사 때 질문은 “한국독립영화협회(이하 한독협)는 어디에 있는 것이냐?”, “한독협 회원은 얼마나 되나?”가 주된 것이었으며, 심사 자료 첫 페이지에 쓰여 있는 “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는 어디에 있는 것이냐” 등이 이어졌다고 한다. 심사위원들의 자질에 대한 의구심이 충분히 예상되는 부분이다.

▲ 9일 국회에서 진행된 '상식과 민주주의가 실종된 이명박 정부 문화행정 파행 실태 진단' 토론회 진행모습ⓒ권순택

김명준 소장은 이어 “영화진흥위원회 조희문 위원장의 1일 기자회견 내용과 딱 들어맞는다”면서 “기자회견에서 조희문 위원장은 ‘(기존 영상미디어센터 스탭들로 구성된) 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가 전문성을 인정받으려면 한독협과의 관계성을 인정해야 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전문성이 없는 것’이란 터무니없는 주장을 했었다”며 실소를 감추지 못했다. 또한 “영진위에서는 미디액트에 대해 평가했는데 훌륭히 사업을 수행해왔고 더 높은 단계로 올려놓았다고 인정하면서 ‘공모를 결정했다’는 것이 끝”이라면서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명준 소장은 “현재 각 나라 대사관에 영상미디어센터 공모에 대해 항의 하는 활동가 및 교수들은 한류매니아들”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어 “시네마테크 운영 역시 공모제를 강행할 모양인데, 그것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이원재 문화연대 사무처장 역시 “조희문 위원장이 시민들로부터 훔쳐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원재 사무처장은 “영상미디어센터, 독립영화전용관, 시네마테크는 정부사업이 아니다. 정부가 해야 할 역할보다 민간에서 더 잘하기 때문에 정부가 예산을 지원했던 것”이라면서 “사업자를 바꾸네 마네 등을 말할 자격이 정부에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업 운영자를 선정하는 주체가 공모제를 통해 어떤 정책적 효과가 있을 것인지 밝혀야 하지만 영진위는 그냥 투명하게 공모해야한다는 수준의 이야기만 하고 있다”며 “실패가 예고된 영진위 공모제였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이원재 사무처장은 “조희문 위원장의 주도 아래 이번 공모가 비리에 가까운 수준으로 진행되었다”, “공모에 참가한 경쟁자인 두 단체는 책임자가 동일인이고 계획서를 바꿀 정도로 실제로는 한 단체에 다름없다”, “그 단체와 관련된 사람들이 심사를 진행해서 선정해준 셈이다”, “이 조차도 해당 사업에 대한 전문성이 심각하게 떨어져서 재공모를 실시했어야 할 정도였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가 제일 나쁜 게 국민들에게는 ‘법치주의’를 강조하면서 스스로는 법을 안 지킨다는 것”이라면서 “이 정부에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 제발 법이라도 지켜라”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이 같은 토론내용이 이어지자 토론회 사회를 맡은 원용진 서강대 교수는 “공모(공개모집)를 했다고 하는데 진짜 공모(공동모의)를 했군요”라고 말해 참가자들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문화정책 비판 성토대회로 이어져

▲ 토론회에 앞서 국립극단에서 준비한 퍼포먼스의 모습. 문화예술을 쓰레기로 생각하는 정부의 모습을 형상화함ⓒ권순택
이날 토론회는 ‘토론’이라기보다는 이명박 정부의 문화정책 지원 문제에 대한 ‘성토대회’에 가까웠다.

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 김강 연구원은 “1998년부터 파행을 거듭하며 중단됐던 목동예술인회관이 대한민국예술인센터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2011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면서 “지난해 12월 31일 국회 예산 심의에서 통과돼 국가예산 100억 원이 회관(센터)의 실질적 소유주이자 사업 시행주체인 한국예술인단체총연합(이하 예총)에게 지원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강 연구원은 “지하 5층 지상 20층짜리 건물은 92년 당시에는 어마어마한 빌딩이었다”면서 “예술인회관 건립은 국가 보조금을 이용해서 부동산업을 하려했던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국가 세금 낭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서는 예술인회관 건립이 여야를 떠나 친인척들의 민원에 의해서 움직인다는 이야기도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 다른 토론자로 참석한 이영호 국립극단 예술단원 대표는 “국립극단의 법인화가 추진되는 가운데 지난달 11일 유인촌 장관이 23명의 국립극단 단원 가운데 두 원로 단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고용승계하지 않고 재오디션을 통해 선발하겠다고 언급했다”면서 “무엇을 위한 법인화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영호 대표는 “최근 경쟁논리 도입으로 양질의 싼 값의 공연이었던 것이 관람료가 올라가고 있고 지역공연 수도 줄어들고 있다”면서 “정부는 법인화를 통해 명품극단을 만들겠다고 하지만 경쟁논리로 순수예술을 표방한 국립극단의 순수성을 잃어버린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는 “시네마테크 자체가 민간의 영역에서 설립되고 만들어진 것인데 영진위에서 이것을 공모제로 전환해 운영자를 모집할 권리가 있는지 대답을 들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진위에서 시네마테크에 지원한 것은 ‘돈’밖에 없다”면서 “시네마테크의 공모제 소식이 전해지자 관객들 후원금만으로 기금을 조성하자는 움직임들이 일어나고 있고 일주일만에 4600만원이나 모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영화‘진흥’위원회인데 이들이 벌인 일로 인해 예술가들이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찍어야 하는 시간에 이 문제로 동분서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밖에도 이명원 한국작가회의 대변인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특별지원요건’이란 공문을 보내와 ‘불법시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향후 불법폭력시위 사실이 확인될 경우 보조금 반환 및 일체의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의 확인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원금은 3400만원으로 소액이지만 공론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본질적으로는 표현의 자유와 사상검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정헌 위원장, “유인촌 이상으로 ‘한지붕 두 위원장’ 즐기고 있어”

▲ 김정헌 위원장ⓒ오마이뉴스 권우성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법원의 판결로 복귀한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참석에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문화예술계가 정말 지뢰밭이 됐다”면서 “(한국작가회의 문제와 관련해) 진짜 위원장이 여기 있는데 확인서 받아오라고 그러고 세상이 정말 해괴망측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남은 임기 7개월 동안 유인촌 장관은 괴로울 것”이라면서 “사람을 시켜서 나와 오광수 위원장하고 동반 사태를 하라고 요청했는데, 웃기는 소리 좀 하지 말라”고 몰아 붙였다. 이어 “내가 논개도 아니고, 오광수하고 남강에 같이 빠져 죽일 일이 뭐가 있냐”고 덧붙였다.

또한 “유인촌 장관이 한지붕 두 가족의 상황을 두고 ‘재밌지 않겠냐’고 했는데 나도 재밌다. 유인촌 장관 이상으로….”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문화예술인들이 학대를 받으면서 수모를 느끼면서 이 자리에 모이는 것 자체가 비극”이라며 “이명박 정부 들어 1차 물갈이가 진행됐고 그것도 못마땅하여 최근 2차 물갈이가 연이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2월 국회에서 이를 최대한 방어하고 지키는 노력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사회를 본 원용진 교수는 “정부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팔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을 지켜야 하는데 지금은 어깨동무 원칙을 지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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