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MBC 본사 1층에 다시 ‘임을 위한 행진곡’과 ‘언론장악 저지 투쟁’ 구호가 울리기 시작했다.

‘낙하산 이사 저지 투쟁’을 하고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노조원 300여명은 조합원 총회 시작에 앞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노조원들은 또 한 손에 주먹을 쥔 채 ‘언론장악 저지 투쟁’ 구호를 외쳤다. 언론관련법 저지를 위한 전국언론노동조합 총파업을 비롯해 집회, 투쟁, 파업 현장마다 등장하던 이 노래들이 MBC에 울렸다는 것은 MBC의 투쟁이 임박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앞서 MBC 대주주인 방문진은 8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황희만 울산 MBC 사장, 윤혁 부국장, 안광한 편성국장을 각각 이사 후보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방문진은 엄 사장이 추천한 인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에 크게 반발한 엄 사장은 결국 사표를 제출했다. MBC노조는 방문진 추천으로 임명된 황희만 보도본부장, 윤혁 TV제작본부장을 ‘낙하산 본부장’으로 규정, 저지 투쟁에 돌입했다.

▲ 9일 오후 5시 MBC노조가 MBC본사 1층에서 조합원 총회를 열고 있다. ⓒ송선영
오늘 대의원회에서 ‘MBC투쟁 지원’ 안건을 통과시킨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이 투쟁사를 위해 마이크를 잡았다.

“한 편으로는 가슴 아프다. 또 다시 싸울 수밖에 없는 싸움, 피할 수 없는 싸움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지난 2년 동안 PD수첩, 촛불 항쟁을 통해 수없이 다짐하고 결의했다. 지금 이 순간 분명한 것은 이명박 정권이 싸움을 걸었다는 것이다. 반드시 승리할 거라 생각한다.”

MBC구성원들은 자유 발언을 통해 현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했다. ‘파업에 여러 번 참여해봤다’고 밝힌 이들은, 지금처럼 착찹한 상황이 없는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명품다큐’라는 좋은 평가를 받은 MBC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 수중 촬영을 맡았던 김만태 촬영감독은 ‘공영방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각자 마음속에 ‘지금 상황이 뭔가 잘못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있을 것이다. MBC 구성원들은 공영방송을 마음에 두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잘못된 것이 있다면 출근 저지, 파업 등을 통해 바로 잡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다. 그것이 좋은 방송인으로서 해야 할 일이다.”

▲ 9일 오후 5시 MBC노조가 MBC본사 1층에서 조합원 총회를 열고 있다. ⓒ송선영
보도국 소속 백승우 기자도 현재 MBC의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왜 자꾸 안타까운 이러한 상황을 만들어내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기자는 현장에 있을 때 가장 빛난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하지 못하게 만드는 지금의 상황이 안타깝다.”

오동운 편성국 PD는 “솔직히 두렵지만 기왕 나서야 하는 길이라면 최선을 다해 함께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 수고로움을 옆에서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임정아 예능국 PD도 “MBC에 들어와서 적지 않은 파업을 겪었던 거 같은데, 지금처럼 착잡한 적이 없는 거 같다”며 “앞으로 어려운 일이 있어도 다함께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자”고 밝혔다.

약 1시간15분 동안 이어진 이날 조합원 총회에는 MBC노조원 뿐 아니라 언론노조 최상재 본부장을 비롯한 언론노조 지·본부장 등이 참여해 연대 의사를 밝혔다. MBC노조는 앞으로도 ‘낙하산 본부장’들에 대한 출근 저지를 비롯한 저지 투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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