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수하여 언론독립 지켜내자’ ‘낙하산은 물러가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노조원 30여명이 그들의 선배들을 ‘낙하산’으로 규정했다. 노조원들은 더 나아가 선배들을 향해 “낙하산은 물러가라”고 외치기도 했다. 노조원들이 그들의 선배들을 ‘낙하산’으로 규정해 ‘물러가라’고 외치는 이유는 그들이 방송문화진흥회 추천을 통해 선임, 임명되었고, 그로 인해 결국 엄 사장이 사퇴하는 상황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앞서 MBC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8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황희만 울산 MBC사장, 윤혁 부국장, 안광한 편성국장을 이사 후보로 추천했으며, 주주총회를 통해 MBC 이사로 임명했다. 이후 MBC는 이사회를 열어 구체적인 보직을 확정, 황희만 보도본부장, 윤혁 TV제작본부장, 안광한 편성본부장을 선출했으며, 엄기영 사장 사퇴로 인한 사장 직무대행은 김종국 기획조정실장이 맡기로 결정했다.

9일 오전 7시42분 서울 여의도 MBC본사, 새로 임명된 황희만 보도본부장이 도착했다. 이날 오전 6시30분부터 대오를 갖춘 채 대기하고 있던 노조원들은 황 본부장이 나타나자 현수막과 플래카드를 든 채 “낙하산은 물러가라”고 외쳤다.

▲ 이근행 본부장이 황희만 보도본부장을 향해 사퇴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송선영
이근행 본부장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저희들이 지금 이러는 이유, 잘 아실 거라 생각한다. 지금 MBC가 처한 위기도 충분히 아실 거라 생각한다. 용퇴를 내려달라. 진퇴를 심각하게 고민해 달라. 지금 방문진 체제는 존재 자체의 이유가 없다. 이러고서 언론사 기능 제대로 할 수 있나?”

이에 대해 황 본부장은 “정말 선배로서 이야기하겠다”며 답을 이어갔다.

“이번에 노조가 투쟁을 하는 것은 논리적인 모순이 있다. 지난해 12월 엄 사장이 방문진에 일괄 사표를 제출한 뒤 재신임을 받은 사람들은 낙하산이 아니고, 이번에 임명된 사람만 낙하산인가? 이렇게 투쟁을 하는 것은 MBC를 시기하는 사람들에게 빌미를 줄 수 있는 거다.”

이를 지켜보던 한 조합원은 다시 본부장을 향해 “사장님(울산 MBC 사장 역임)은 이유야 어찌됐든 엄 사장님의 사퇴에 큰 기여를 했다”며 “왜 지금 시점에서 (방문진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도구로 쓰였는지, 우리는 그걸 지적하는 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본부장은 공영방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영방송은 ‘국민의 바다’위에 있어야 한다는 게 자신의 소신‘이라는 점도 밝혔다. 그러나 노조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공영방송 소신없는 부적격자 물러가라” “낙하산은 물러가라”를 계속 외쳤다.

오전 8시9분, 윤혁 TV제작본부장이 MBC 본관 앞에 도착했다. 노조원들은 윤 본부장을 향해 “물러가라”를 계속 외쳤다. 노조의 저지에 막힌 그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언제까지 계속 할거야?”라고 한 마디를 남긴 채, 도착한 지 채 2분이 지나지 않은 11분, 자신이 타고 온 차를 타고 자리를 떴다. 이후 윤 본부장은 일산 MBC 드림센터로 출근했으며, 노조원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일산으로 이동했다.

▲ MBC노조원들이 9일 오전 황희만 보도본부장을 향해 ‘물러가라’고 외치고 있다.
MBC 주차장 한 쪽에서 전화 통화를 하고 있던 황 본부장에게 기자들이 다가가 질문을 던졌다. 그는 지금 후배들의 투쟁을 이해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조원들을 ‘다 사랑하는 후배들’이라고 표현했다.

“계속 출근할 것이다. 예전에 다 시위(MBC노조 활동)를 했기에 (노조의 투쟁을) 다 이해한다. 다 사랑하는 후배들이다. 후배들은 대안이 없으니까…. 그러나 회사를 지켜야 하지 않나. 경영진으로서 할 일은 해야 하지 않나.”

임원 선임을 둘러싼 방문진의 행위와 엄 사장의 사퇴에 대해서는 “지난해 12월 방문진에 일괄적으로 사표를 제출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결국 그로 인해 이런 사태까지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시 노조원들 앞으로 온 황 본부장은 한 동안 말이 없었다. 노조원들도 별 다른 구호를 외치지 않았다.

이후 이근행 본부장은 “개인적인 신상 공격은 하지 않겠다”며 “지금 상황의 입장이 다르다 할지라도 (노조의 행동이) 올바르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 상황에서 MBC 사장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겠나? 인사권 없는 사장이 어떻게 회사를 통솔할 수 있겠나”라며 “그 빈 자리에 사장님(황 본부장)이 가는 거다. 용퇴하면 다 이해하겠다”고 덧붙였다.

▲ 윤혁 TV제작본부장이 노조원들의 출근 저지에 막히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이날 노조원들은 ‘낙하산 저지 투쟁’ 치고는 최대한 예의를 갖췄다. 출근을 저지당하는 본부장도 노조의 투쟁을 “다 이해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으로 계속 출근하겠다는 황 본부장과, 이를 계속 저지하겠다는 노조원들이 있기에 선후배간의 의도하지 않은 ‘마찰’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MBC노조는 지난 8일 오후 전국대의원회를 통해 중앙집행위원회를 ‘공영방송 MBC 사수를 위한 비상대책 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비상대책위원회에 총파업 찬반 투표 실시와 파업 시기 및 방법 등에 대한 결정 권한을 위임했다. MBC노조는 오는 11일 부재자 투표를 시작으로 총파업 찬반투표를 시작해 설날 연휴 뒤인 오는 18일까지 투표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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