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삼성전자 부사장 투신자살’의 제목으로 지난 26일 밤 12시경 최초로 인터넷에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후 ‘전체 신문이 보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많은 매체들이 해당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 소식은 ‘삼성전자 부사장’이라는 검색어로 상위 포털 3사 검색어 상위 순위에 동시 랭크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언론은 아직까지 ‘누가’ 투신자살 했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유족들을 위한 배려라고만 생각하기엔 쉽게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정말 지난 ‘행태’들을 반성하고 한 인간의 ‘죽음’ 앞에선 항상 조심해서 발언하자라는 암묵적 동의가 생겨난 것일까요? 한 연예인의 자살에, 자살 도구 추정 가격까지 기사로 보도해 고인을 서슴없이 두 번 죽이던 언론이었는데 말입니다.

삼성전자 부사장의 투신자살은 사회적인 사건입니다. 서울대와 스탠퍼드대를 나와 국내 ‘1등’ 회사에 부사장직까지 오른 고인은 많은 사람들이 동경하는 ‘롤’모델일 것입니다. 연봉이 10억, 삼성전자 스톡옵션을 보유하고 있는 등 돈에 구애 받지 않는 삶을 살았던 사람이 가족마저 뒤로 하고 스스로 목숨을 던지기란 평범한 시민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대부분 신문은 고인의 자살 사유에 대해 평소 우울증에 시달려 왔고, 최근 업무 이동과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비극을 만들었다고 추정 보도하고 있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좋아 보일지 몰라도 ‘자신이 겪는 고통은 자신만이 알 수 있다’는 말처럼 막중한 책임감과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언론의 보도 태도입니다. 정말로 취재력이 없어 당사자를 밝히지 않는(못하는) 것일까요? 몇몇 사람들은 기사에 알려진 고인의 경력을 토대로 이미 블로그에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글을 올려놓았습니다. 한 포털 사이트의 인물정보 코너에도 사망일시가 표시되었습니다. (현재는 지워져 있습니다.)

아직까지 언론은 '연예인만큼이나 많이 알려지고 궁금증을 자아낸 고인의 실명을 밝히지 않고(혹은 못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고인이 보호받고 있다는 것이라면 백번 찬성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삼성'과 '언론'에 놓인 그 어떤 관계가 작용해 언론이 '조심하고', '몸사리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길 없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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