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중권 중앙대 교수 ⓒ개인 블로그
26일 문화평론가 진중권 씨는 영화 <아바타>에 대한 여러 가지 평가와 의견을 내 놓았다. 외국 영화인 <아바타>가 최초 천만 관객 돌파라는 기록을 세우자,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서 진 교수를 인터뷰 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아바타 천만 관객 돌파의 의미를 묻자, 진 교수는 "한국만의 독특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힌 뒤,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를 부여했다. 첫째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한 단계 올려놨다”는 것으로 “기존 CG의 고질적인 문제가 캐릭터들이 유령스럽게 느껴지는 문제”를 <아바타>는 실사처럼 보이도록 구현해 관객들이 '감정이입' 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3D 디스플레이를 들었다. “3D기술이 나온 지 몇 십 년 됐지만 멀미가 나고 현기증이 나는 그런 현상 때문”에 주목받지 못했지만, <아바타>의 경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많은 진전을 가져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 씨는 이러 저러한 의미 부여를 한다 해도 “결국은 영화라는 건 예술성에서 갈린다"며 ‘아바타 천만 돌파’에 대해 과장된 의미 부여를 경계했다.

이어 ‘언제쯤 <아바타>같은 세계적 대작이 한국에서 나올 수 있겠냐’는 질문에 진 씨는 “일단은 대작에 대한 열등의식에서는 벗어날 필요가 있다”며 “한국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것은 미국하고 우주산업을 놓고 경쟁하겠다는 것과 같다”며, 한국 영화가 나아가야 할 길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 이유로 수억불 규모의 제작비가 소요된 <아바타>와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는 충무로에서 감당 할 수 있는 자본 규모가 아니라는 것이다. 심형래 감독이 세계 시장에 도전 했지만 실패한 사례도 언급했다.

또한 <아바타> 같은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창의성이 밑받침 되어야 하지만 '젊은이들의 희망 직업 1위가 공무원이고 그리고 카이스트 학생들은 의대 공부하고 있다'며 창의성을 키워내지 못하는 교육 현실을 꼬집었다.

진행자는 한국이 가지고 있는 우수한 정보기술(IT) 및 컴퓨터그래픽(CG)기술과 애니메이션 생산 세계 3위라는 `손재주`를 들어 영화가 미래 전략산업으로 부상할 기회라는 주장에 대해서 묻자, 진 씨는 “영화감독들한테 나라 먹여 살릴 의무를 주면 안 된다”라고 짧게 대답했다. 이어 “그분들도 자기들 먹고 살기 힘들다”고 부연했다.

▲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신작 '아바타' ⓒ 폭스코리아
진 씨는 “아바타 한 편 만드는 게 현대 차 몇 만 대 수출하는 것에 해당한다, 제발 이런 기사들 좀 그만 썼으면 좋겠거든요. 아주 천박하게 들린다"며 “천박한 나라에서는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즉 “아무리 아바타가 헐리우드 영화이고 대중 영화라고 하더라도 그 밑에는 인문학 바탕이 깔려 있고 일본의 만화가 아무리 허접 해 보인다고 하더라도 굉장히 깊은 인문학적 수준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행자가 현 정부와 유인촌 문화관광체육부 장관의 문화산업육성에 대한 평가를 묻자, 진 씨는 “다른 나라들 같은 경우에 지금 정보화 사회의 첨단을 향해 달리고 있는 마당에 지금 우리 각하께서는 혼자 삽 들고 70년대 산업화 사회로 지금 퇴행하고 계신다”며 “이분이 솔직히 문화적 마인드는 없는 분 아닙니까?”라고 반문한 뒤 “유인촌 장관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그런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이라는 데에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IT융합산업 해야 한다', 대통령이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는데 기억에는 제가 예술 종합학교에 있을 때 그거 하지 말라고 그러셨거든요. 그래서 뭐 다 자르고, 사람들 쫓아내고, 저한테도 뭐 강의도 절반 내 놓으라 이랬던 분들인데 갑자기 또 IT융합을 해야 한다니까 황당하다”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 등장하고 있는 아바타와 영화에서 나타난 아바타와 좀 비교를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라는 진행자의 색다른 질문에 진 씨는 ‘정치권의 아바타’로 정운찬 총리를 꼽았다. “말씀 못 알아듣는 충청 부족들하고 소통하기 위해서 이제 충청도 유전자를 가진 아바타를 선택을 해서 그리로 내려 보냈지만 영화 <아바타>와는 다르게 도와주는 여자 친구도 없고, 반란도 일으킬 것 같지 않아 보인다"고 답했다.

‘정치권의 아바타’로 정운찬 총리가 거론되자 진행자는 세종시 문제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이에 진 씨는 ‘전 정권 전봇대 뽑기’라며 “쓸 데 없는 논란이고 순수한 국력 낭비”라며 “노무현 대통령 같은 경우에는 자기 세력이 없이 명분을 걸고 도박을 했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명분 없이 세력 걸고 도박을 하는 그런 스타일인 거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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