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미디어렙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1공영, 1민영이냐’, ‘1공영 다민영이냐’로 정리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미디어렙 경쟁 유형을 둘러싼 논란의 구도는 ‘종합편성채널 특혜냐, 지상파방송 몰아주기냐’라는 쟁점을 형성하고 있으며 여야 대리전의 성격이 짙다. 여야 대리전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는 조중동, 특정지상파방송사로 좁혀지는 상황이다.

미디어렙이 지상파방송사에 대한 광고주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종합편성채널 등장과 이에 따르는 파장이 논란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으로 미디어법 논란의 연장이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당초 입장인 ‘1공영, 1민영’에서 사실상의 ‘1사, 1렙’인 ‘1공영, 다민영’으로 선회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전 의원은 평화방송과 인터뷰를 통해 “처음부터 다수 미디어렙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 의원이 제출한 ‘1공영, 다민영’ 법안의 근간을 “지상파방송의 광고 판매 문제를 보다 탄력적이고 개방적으로 열어줄 필요가 있겠다”고 설명했다.

전 의원이 방송사 소유지분 한도 30%, 전체 방송사 지분 한도 50%와 교차판매 허용 등을 들어 ‘1사, 1렙은 아니다’라고 주장하지만 ‘지상파방송의 광고판매 문제를 보다 탄력적이고 개방적으로 열어줄 필요 있다’는 전 의원의 판단은 가릴 수 없는 사실이다. 결국 ‘1사, 1렙’이라는 얘기다.

최근까지만 해도 ‘1공영, 1민영’ 미디어렙 도입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던 민주당과 전병헌 의원이 ‘1사, 1렙’으로 급선회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해 MBC관계자는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의 미디어렙 도입 법안을 꼽는다. MBC관계자는 진 의원의 법안을 조중동과 종편특혜 법안으로 규정했다.

진 의원 법안의 주요 내용은 방송사 미디어렙 출자 금지와 종편, 보도전문채널 적용대상 제외 등이다. 여기에 대기업, 일간신문, 통신사가 미디어렙 지분 10%를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진 의원의 법안이 ‘1공, 1민’이라는 제한적 경쟁유형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속내는 지상파방송 발 묶기와 조중동, 종편 특혜 법안의 모양새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조중동’은 진 의원의 법안을 가장 반길 수밖에 없다. 법안 내용 자체가 신문, 아니 종합편성채널에 진출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조중동의 이해를 전폭적으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지상파방송과 동일한 서비스에 해당하는 종합편성채널을 미디어렙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내용이 그렇다. 이렇게 되면, 미디어렙 외부에서 종합편성채널과 종이신문, 그리고 인터넷까지 포함해 마음대로 결합해 영업할 수 있는 이점을 누리게 된다. 게다가, 진 의원 법안은 미디어렙 업무영역을 지상파방송에만 한정해 지상파방송은 크로스미디어 판매하는 길을 봉쇄해 놨다. 자신들에게는 활짝 열어놓고, 지상파방송은 막아놨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게다가, 사적 소유 미디어렙 지분을 10%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배려까지 했으니, 금상첨화다”

이 같은 진 의원의 안에 대해 한나라당 문방위원 전원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상의 ‘1사, 1렙’ 법안을 제출한 한선교 의원과 최근 가세한 이정현 의원을 중심에 놓고 정병국, 허원제 의원 등이 세부 각론은 다르지만 총론에선 ‘1사, 1렙’을 주장하고 있다. 정병국 의원의 경우, ‘1사, 1렙’이 지론으로 알려졌으며 한 의원과 허원제 의원은 SBS출신이다. 이정현 의원은 친박계열이다.

중앙일보 출신인 고흥길 위원장을 비롯해 한나라당 문방위원들은 모두 16명으로, 대략 ‘1공영, 1민영’ 대 ‘1사, 1렙’의 구도는 12대 4로 분석된다. 여기에 현재까지 ‘1공영, 1민영’으로 알려진 친박연대의 김을동 의원까지 고려한다면 범여권의 구도는 13대 4로, ‘1공영 1민영’이 다수를 차지한다.

한나라당, 종편 보도PP는 제외시켜야

그러나 ‘1사, 1렙’을 주장하고 있는 한선교 의원은 미디어렙 종편 적용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한 의원의 법안은 미디어렙의 업무영역에서 종편과 보도PP를 제외시키고 지상파로 한정했다.

미디어렙 종편 적용 논란은 지난 16일 국회 문방위 대체토론에서 극대화됐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체적으로 종편을 미디어렙의 업무영역에서 제외시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은 “종편까지 미디어렙을 통해서 광고를 하라는 것은 장사를 하지 말라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에 (미디어렙의 업무영역은) 일단 지상파로 해야 한다"며 “경쟁력이 생기면 종편도 렙을 통해서 (광고를)팔아야 하지만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1사, 1렙’을 선언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방통위는 지난 10일 “종편은 현행 방송 규제체계 및 규제완화 기조를 감안해 의무위탁대상에 포함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영업하도록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같은 정부 여당의 입장을 야당은 종편특혜로 규정하고 있다. 이용경 의원은 “종편이나 지상파 방송이나 이를 보는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무엇이 다른가? 똑같이 보이면 똑같은 규제를 해야 하지 않냐”면서 “유료방송이기 때문에 미디어렙을 통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러면 유료방송인데 왜 의무편성을 하려고 하느냐”고 비판했다.

이처럼 미디어렙 적용 제외는 종편의 광고 영업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으로 특혜라는 비판과 함께 현실화 경우, 상당한 문제를 노정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방송광고공사의 광고판매대행체계에 묶여 있지 않은 양대 MPP CJ미디어와 온미디어의 사례를 살펴본다면 무한 광고 영업 경쟁의 양상을 짐작케 한다. 광고계에 따르면 양대 MPP의 광고 영업 경쟁에는 상당한 물량이 투여되고 있다고 한다.

종편의 경우는 보다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종편사업자는 조중동에게 돌아갈 것이 확실시 된다. 이 경우, 조중동은 종편과 종이신문, 인터넷 등을 아울러 광고영업을 할 수 있는 이점이 생기게 된다. 대체로 한나라당 문방위원은 미디어렙의 업무영역을 지상파로 한정하면서 이종매체의 광고대행을 금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표변 이유에는 이 같은 미디어렙을 통해 조중동과 종편을 옹호하려는 한나라당이 자리 잡고 있다. 미디어렙 논란에는 정쟁의 혐의가 깔려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표변의 또 다른 이유로 지상파방송의 로비가 지목된다. ‘1사, 1렙’을 공히 주장하고 있는 MBC, SBS의 입김이 적지 않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주 초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당론차원에서 ‘1공영, 1민영’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게 정설이다. 특정 지상파방송사의 이기주의가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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