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방송광고 금지 품목에 해당하는 ‘국내 결혼 중개업’ 방송광고를 허용했다. 방통심의위는 지난달 30일 전체회의를 열어 ‘국내 결혼 중개업’ 방송광고 허용을 골자로 하는 ‘방송광고 심의에 관한 규정’을 개정했다. 방송광고심의 규정 43조는 담배 및 흡연과 관련된 광고 등 14개 품목에 대해 방송광고를 금지해왔다.

방통심의위는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최근 결혼에 대한 사회적인 관습의 변화와 결혼중개업이 보편화되는 등 변화된 결혼문화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결혼중개업’만 해당되는 것으로 기타 ‘국제결혼중개업’이나 ‘이성교제소개업’ 등은 여전히 방송광고 금지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내 결혼 중개업 방송광고 허용은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종합편성채널 지원책의 성격을 갖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즉 방송광고 품목에 대한 규제 완화를 순차적으로 진행해 종편의 물적 기반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종편이 도입되더라도 물적 기반인 방송광고 시장이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방송광고 금지 품목을 하나, 하나 풀어 종편의 물적 토대화 한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이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전문의약품, 먹는 샘물 방송광고에 대한 규제 완화 요구가 있다고 밝혔다.

방송광고 심의 규정 43조가 금지하고 방송광고 품목은 14개로, ‘담배 및 흡연 광고’, ‘알콜성분 17도 이상의 주류광고’, ‘기부금품 모집광고’, ‘금융관련법령에 의해 인․허가받지 않거나 등록하지 않은 금융업 광고’ 등이다. 이 가운데 담배 및 흡연 광고의 경우, 방송광고의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국민 정서상 규제완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 광고의 경우, 국민건강증진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과 맞물려 있다.

결국, 규제 완화했을 때 방송광고 시장에 가시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품목으로 주류 광고가 꼽힌다. 현재 상황에서도 17도 이하의 주류에 대한 방송광고는 가능하다. 다만 17도 이하의 주류는 국민건강증진법과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오전 7시부터 저녁 10시를 피하면 방송광고를 할 수 있다. 밤늦은 시간, TV를 통해 맥주광고를 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류 광고에 대한 수요는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문, 주간지, 월간지 등을 비롯해 옥외광고 등에서 주류 광고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다르게 풀어보면 주류 방송 광고가 허용될 경우, 신문, 주간지, 월간지, 옥외광고의 주류 광고 비중은 상당한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연결된다. 한 주간지 광고 담당자는 “주류 광고가 한 때 전체 광고매출의 10%에 육박한 적 있지만 최근 경기가 어렵고 신제품이 출시되지 않아 하락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그는 “광고에 대한 최근 규제완화 추세를 감안한다면 주류 방송광고는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방송광고시장에 영향을 미칠 규제 완화 품목으로 주류 방송광고를 꼽았다.

방송광고 규제 완화 움직임과 관련해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실장은 “미디어법 관련 재논의 요구가 최근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방송광고규제 완화도 종편채널 도입을 전제로 한 굳히기 작업으로 해석될 수 있다”면서 “재논의 요구를 무시하고 종편 채널 하나를 연착륙 시키기 위한 방통위, 방통심의위 등 범정부차원의 다지기 작업은 놀라울 정도로 단계적이고 실질적인 수행도 매우 빠르다”고 비판했다.

그는 “주류 광고 등 기존의 금지되어 오던 광고품목을 규제 완화하는 것도 결국은 새로운 광고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광고시장에 존재하는 인쇄광고 파이를 파먹는 수준이 될 것”이라며 “즉, 아랫돌 꺼내 윗돌에 올려놓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이 쯤 되면 방송통신위원회가 아니라 종합편성채널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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