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비판 아이템과 관련해 현장 기자가 '왜 뉴스를 이렇게만 내보내느냐'고 항의하면, 데스크는 'KBS와 SBS는 이것도 안했다. 그나마 우리는 이렇게라도 보도하지 않느냐. 이것도 힘들다'라고 한다. 이는 결국 MBC가 '누군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MBC 민실위 김주만 간사)

"YTN시청자위는 <돌발영상>에 대해 '예전과 같은 비판기능을 상실했다' '정부 홍보로 흐르는 것 아니냐'고 비판한다. 외부에서도 전반적으로 비슷한 평가가 나온다."(YTN 임장혁 전 <돌발영상> 팀장)

"SBS는 정권과 상관없는 듯 하지만 3년마다 반복되는 방송사 재허가, 각종 정부 규제 등으로 인해 기본적으로 정권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SBS 황현표 전 언론노조 정책국장)

26일 저녁 7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앞에서 '방송뉴스, 어찌하오리까?'라는 이름으로 개최된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보고대회에서는 MBC, SBS, YTN 구성원들의 자사 보도 비판이 쏟아졌다. KBS는 내부 문제 등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 26일 저녁 7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앞에서 '방송뉴스, 어찌하오리까?'라는 이름의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보고대회가 개최됐다. ⓒ미디어스
이날 보고대회에서 MBC 민실위 김주만 간사는 "MBC내에는 정부 비판 아이템, 회사로서 부담되는 아이템이 나왔을 때 현장 기자들이 데스크를 상대로 싸우기 상당히 힘든 분위기가 있다"며 자신의 사례를 소개했다.

"작년, 이명박 대통령의 생일잔치 때 '배로 만든 술로 건배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배 소비가 부진해서 제기된 것이다. 명확히 대통령의 아이디어인지는 확인이 안되는데 표면적으로는 대통령의 아이디어가 됐다.

그때 배를 가지고 술을 만드는 회사들이 '이번 일로 인해 사천만원의 이득이 날 것'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직접 리포트하기 위해 한 회사에 찾아갔더니, 회사 사장이 '갑자기 배를 가지고 술을 만들라는 바람에 사람을 고용하느라 오히려 2억정도 손해를 봤다'고 하더라.

만약 이 일이 저녁뉴스로 나간다면 정부 비판을 초점으로 리포트하려고 했다. 그런데 아침뉴스로 만든다고 하길래 '비판하는 것 포기하겠다'고 했고, 결국 아침뉴스로 나갔다. 부끄러운 이야기다."

김주만 간사는 "MBC뉴스는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정책실이 없어지는 것과 관련해 '비대하고,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폐지했다고 보도했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정책실을 되살릴 때는 그 배경을 '중도실용, 친서민정책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함'이라고 보도했다"며 "MBC가 이명박 정부와 유지했던 긴장관계를 포기하는 순간 MBC는 방송계의 동아일보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장혁 YTN 전 <돌발영상> 팀장은 YTN의 간판프로그램인 <돌발영상>과 관련해 "YTN시청자위는 '<돌발영상>이 예전과 같은 비판기능을 상실했다' '정부에 대한 홍보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한다. 외부에서 학자들이 모니터하는 것을 봐도 전반적으로 비슷한 평가가 나온다"며 "내 의견은 아니다. 하도 살벌한 세상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임 전 팀장은 "<돌발영상>의 장점 중 하나는 주요 정책과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반응과 생각을 다른 매체보다 자유롭게 방송할 수 있었다는 것인데, 내가 그만둔 이후 대통령이 소재로 등장한 게 거의 없다"며 "이 정도로 내 감회를 전한다"고 밝혔다.

YTN 내부 상황에 대해 임 전 팀장은 "정부 정책이나 정권과 관련된 내용의 기사를 두고 현장 기자가 '왜 기사를 내보내지 않느냐'고 데스크에게 항의하면, 데스크 권한에 대한 도전이자 사규위반에 해당돼 개인 불이익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는 게 요즘 분위기"라며 "1년 넘게 '낙하산 사장 반대투쟁'을 했고, 그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는 터라 현장 기자가 데스크에게 문제제기를 하면 '노조투쟁'의 일환으로 투영시키기도 한다. 데스크와 현장 기자간의 건전한 토론조차 정치적으로 오해돼서 더욱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MBC나 YTN처럼 정부의 노골적 압박, 낙하산 사장 투하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던 SBS의 경우는 어떨까?

SBS 황현표 전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SBS는 정권과 상관없이 자본에 의해 통제되는 듯 하지만 3년마다 반복되는 방송사 재허가, 각종 정부 규제 등으로 인해 정권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기본적으로 '정권 프렌들리'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황 전 국장은 "SBS는 언론장악과 같은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가치부여를 최대한 절제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의 방송보도에 대해 민언련 이지혜 모니터부장은 "전반적으로 하향평준화됐다. 정부 정책과 대통령 관련 보도에서 3사는 큰 차이가 없다"며 "특히 KBS는 1,2년 사이에 '정권의 나팔수'가 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 부장은 "방송사들이 녹색성장, 자전거 타기 등으로만 연속기획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보고대회에서는 미디어법 보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 MBC 민실위 김주만 간사 ⓒ미디어스
MBC 김주만 간사는 "헌재 판결당시 중계방송을 한 MBC기자들은 평소 미디어법에 대해 문제있다고 인식했던 기자들이었다. 그런데 결과가 나오자 '과정은 문제지만 법 자체는 유효하다'는 것에 방점을 찍음으로써 '유효' 프레임에 스스로 갇혔다"며 "나중에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을 때 MBC는 재빨리 보도의 방향을 틀어서 이슈를 선점해갔어야 했는데 이를 포기했던 측면이 있었다. 방송사들이 헌재 판결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보도한 것을 보고 조중동은 상당히 기뻐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SBS 황현표 전 국장은 "헌재판결 당시 SBS는 기사 내용에서 '유효'라는 표현을 사용하진 않았으나 제목은 '사실상 유효'였다. 내부 검열기제가 작용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YTN 임장혁 전 팀장은 "하철용 헌재 사무처장, 이석연 법제처장의 '미디어법 재논의' 취지 발언은 당연히 리포트로 비중있게 처리돼야할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YTN에서는 단신으로 내보냈다"며 "헌재 결정 이후 전반적으로 방송사들의 보도가 상당히 미약하다. 반성할 문제"라고 밝혔다.

공공미디어연구소 김동준 실장은 "헌재 판결 이후 조중동이 노골적으로 '유효' 프레임으로 갈 때, 적극적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방송사들 역시 '유효' 프레임으로 빠져버렸다"며 "어느 한쪽의 손을 들라는 것이 아니다. 방송사들은 시청자들이 올바른 가치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보 전달과 해설을 충분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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